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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거룩한 위선 (갈 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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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위선 (갈 2:11~16)


위선이라는 말은 우리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입니다. 사람을 모독하는 가장 강한 말 중의 하나가 ‘당신은 위선자다’라는 말입니다. 우리 마음에 가장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그러나 동시에 위선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적어도 자기 자신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위선을 배웁니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고 나니까 자기들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잎사귀로 치마를 만들어서 해 입은 것이 그것이 위선의 시작입니다. 자신들의 참모습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남들의 눈으로부터 그것을 숨기려고 한 것입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이 불거지면서 그가 백악관 집무실 내에 비밀 녹음기를 설치해 놓고 각료들과 대화나 전화통화를 녹음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법무부가 그 테이프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알고 있었는지 그것을 지시했는지 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그 녹음테이프 속에 담겨져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증거물로 요구했는데 닉슨이 그 테이프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그는 평소에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대화할 때 욕을 습관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그게 다 녹음테이프에 담겼는데 대통령이 이렇게 욕을 한다는 사실을 국민이 알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애초부터 욕을 하지 않았으면 될 것이 아니냐. 그걸 누가 모릅니까. 그걸 몰라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지요. 인간의 모순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순입니다. 

위선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의 의상 ․ 액세서리, 또 여성의 화장도 알고 보면 위선입니다. 나의 참 모습보다 더 나은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은 화장을 하지 않고는 외출하려고 하지 않아요.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한번은 신문 기자들이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데 자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트레일러에서 열 시간 이상을 나오기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자기 모습이 이 모습을 사람들이 봐서는 안 된다, 이 모습을 사진 찍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우리의 겉모습의 더 나은 것을 남들에게 보이려고 하는 것은 애교로 봐줄 수도 있고 그건 최소한의 예절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우리가 죄악시하는 것은 내면적인 나의 내면적인 모습을 남들에게 숨기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참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내 실제 모습보다 더 행복한 척 하려고 하고, 더 유식한 척 하려고 하고, 더 착한 척 하려고, 더 강한 척 하려고 합니다. 무대에 올라가는 사람이 제일 먼저 연습하는 것이 무엇이냐면 미소 짓는 것입니다. 거울을 보면서 미소 짓는 것을 연습합니다. 그래서 행복한 것처럼 즐거운 것처럼 그러면서 공연을 합니다. 무대에서 격렬하게 댄스를 하면서 미소를 짓는 사람은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냐? 연습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그것도 하나의 연기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위선을 어느 정도는 용납합니다. 이건 암묵적인 것입니다. 말하지 않고도 압니다. 나에게도 어느 정도 위선이 있기 때문에 남에게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것을 거론하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용인합니다. ok with you ok with me - 당신에게 괜찮으면 나에게도 괜찮다. 다만 이게 도를 넘어가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위선, 이것도 우리가 거론하고 싶지 않지만 거의 불가피합니다. 

그리스도인인 저도 그렇고 아마 여러분도 그럴 것입니다. 제 집사람은 저보고 교회 반경 10㎞ 이내에서는 운전을 얌전하게 하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혹여라도 교인이 제가 난폭 운전하는 것을 보면 시험에 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운전은 사람의 행위 중에서 가장 마일드한 축에 속한 것인데 이것도 남의 이목을 염려해야 되는 것이라면 그보다 더한 것은 오죽하겠습니까. 

어느 목사님이 주일에 주일학교 성경분반공부방을 우연히 지나가다가 어느 남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얘들아, 담배 피우는 것은 괜찮다,’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어요. 목사님이 깜짝 놀라서 그 다음 주일에 그 선생님을 목사님 사무실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말하기를 
‘자네, 지난 주일에 우연히 분반공부를 지나가다 보니까 학생들에게 담배는 피워도 된다고 말하던데 어찌된 영문인가?’ 
그랬더니 그 청년이 얼굴이 빨개지면서 한참 주저하다가 이렇게 대답하더랍니다. 
‘사실은 제가 피우거든요. 제가 피우는데 어떻게 학생들에게 피우지 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 대답을 듣고 목사님이 정색을 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자네 내 말을 잘 듣게. 그리스도인으로 살다보면 거룩한 위선이 필요할 때가 있다네.’ 

거룩한 위선.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도둑도 자기 자식에게는 도둑질은 나쁜 것이니 하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우리가 남에게 말할 자격이 있는 것만을 말한다면 도대체 남에게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여기까지는 이미 여러분도 알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말씀에서 우리는 위선에 대한 성경의 또 다른 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지만 알고 보면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위선을 나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위선을 나쁘게 보는 이유는 사람의 속모습이 겉모습보다 추한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나쁜 사람인데 겉으로는 선한척하기 때문에 그렇고 실제로는 추한데 겉으로는 의인인척 하는 그것을 우리가 평소에 나쁘게 보는 이유가 아닙니까. 

그러나 오늘 성경본문에서 바울이 베드로의 위선을 지적한 이유는 베드로가 속으로는 자유한데 겉으로는 부자유하기 때문입니다. 속으로는 하나님의 은혜를 믿지만 겉으로는 율법을 따르는 척 하기 때문에 베드로의 위선을 지적한 것입니다. 베드로가 마음속에 믿기는 이방인과 같이 어울려서 같이 식사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의 이목을 두려워하게 되니까 이방인들과 식사하지 않는 척, 이게 베드로가 행한 위선이고 이것을 바울이 지적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약간의 배경설명이 필요합니다. 원래 유대인들은 모세의 율법에 의해서 이방인들과 같이 식사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식사라는 것은 같이 밥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함께 식사한다는 말은 성도의 교제를 나눈다는 말이요 신앙의 공동체를 이룬다는 뜻입니다. 왜 예수님이 광야에서 오병이어로 수천 명을 먹이셨느냐? 거기에는 그들이 함께 식사하는 믿음의 공동체가 이루어졌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왜 예수님이 잡히시기 전에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셨느냐? 그리고 그것이 성찬식이 되었느냐? 그것은 신앙의 공동체, 성도의 교제를 뜻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대인들에게는 누구와 같이 식사한다는 것은 신앙적인 교류를 뜻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여호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방인과 같이 식사하는 것을 금지할 수밖에 없지요. 그게 바로 모세의 율법입니다. 모세의 율법이 그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져서 이제는 이방인들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때가 되었어요. 안디옥은 최초로 이방인교회가 활발하게 세워진 곳입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안디옥을 방문해서 이방인들도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백성이 된 것을 보고 자기도 즐거워하고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된다는 것이고 동서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르러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자리에 앉는다는 말씀의 성취라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별이 없고 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기 때문에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 식사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베드로가 안디옥에서 이방인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식사하는 도중에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들이 찾아온 것입니다. 오려면 식사가 끝난 후에 오지, 왜 식사하는 중에 옵니까. 

유대인들이 찾아온다는 얘기를 듣고 베드로가 황급히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방인과 식사를 안 한척 입을 닦았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자기 입장이 난처하게 될 것이고 자기가 모세의 율법을 어겼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될 것이고 자기의 체면 ․ 명예 ․ 사도로서의 권위, 또 심지어 그의 신앙마저도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이방인과 식사를 안 하는 척 했어요. 그랬더니 그걸 보고 같이 식사하던 사람들도 일어나서 식사를 안 하는 척 하고 바나바까지도 거기에 이끌렸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여기에 대해서 바울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가 말하기를 ‘당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서 율법의 규제로부터 자유함을 입었다는 것을 믿고 있으면서 왜 이제 와서 남의 눈을 의식해서 자유하지 않은 척 하느냐 왜 아직도 율법에 매여 있는 척 하느냐 왜 아직 율법을 좇는 척 하느냐’ 그리고 바울이 나가서 하는 말이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이 율법의 행위로 말미암는 것이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으로 말미암는 것인데 왜 다시 율법으로 돌아가서 율법의 행위로 남들 앞에 의로운 척 하려고 하느냐’ 그런 의미에서 왜 당신이 복음의 진리를 따라 바로 행하지 않느냐고 물은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위선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지요. 우리는 속으로 착하지 않은데 겉으로 착한 척 하는 것만을 위선으로 봤지만 바울이 지적하는 위선은 속으로는 하나님의 은혜를 믿고 은혜 안에서 자유한데 겉으로는 여전히 율법의 행위로 사람들 앞에 의로운 척 하려는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인간의 위선의 동기에는 율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남들 앞에서 나의 행위로 말미암아 의로운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기 때문에 위선을 행하는 것입니다. 율법의 행위로 남들 눈에 의로운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이미 하나님의 은혜로, 내 행위와는 별도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은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 행위로 사람들 눈에 의로운 척 하려고 하는 데에서 위선이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위선의 동기에는 율법주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죄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음의 진리를 따라서 바로 행하는 것은 우리가 죄인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정직한 것입니다. 그게 바로 율법의 진리를 따라 바로 행하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정직하지 못한 것은 그거야말로 복음의 진리를 따라서 바로 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차피 우리가 의롭게 된 것은 우리의 노력이나 행위로 말미암는 것이 아니고 주님의 은혜로 말미암는 것입니다. 주님이 이미 우리를 의롭다고 여겨주셨어요. 의인으로 여김을 받았습니다. 그게 바로 구원받은 것입니다. 그게 바로 죄사함을 얻은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의인으로 여겨주신 것입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하나님이 재판장인데 하나님이 우리를 의인으로 여겨주셨으면 누가 우리를 죄인이라고 정죄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시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리요 누가 우리를 송사하리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미 의롭다 함을 받았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남의 눈을 의식해서 율법의 행위로 내가 의로운 척 하려고 하는 것은 주님의 은혜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주님이 나를 의롭게 하신 것과는 별도로 내가 내 행위로 사람들 앞에서 의로운 사람 행세를 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결국 거짓이요 부자유한 것이요 그리고 두려움인 것입니다. 담대하지 못한 것입니다. 자유하지 못한 것입니다. 진리를 사람을 자유하게 하지만 거짓은 사람을 부자유하게 만들고 두려워하게 만듭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베드로가 두려워했다고 했습니다. 12절에 그가 할례자들을 두려워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율법에 메이게 되면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사람을 두려워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드러내놓고 죄를 지어도 된다는 얘기냐. 그건 아닙니다. 적어도 하나님이 우리를 정죄하지 않고 의롭다고 하시는데 우리가 남의 눈을 두려워해서 의로운 척 하려고 하는 것은 미련한 것이고 그것은 괴로운 것이고 무익한 일이고 그것이야말로 위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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