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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설날은 가족세우기 (시 1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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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은 가족세우기 (시 127:1~2)

한 동안 음력의 설이 구정(舊正)이라고 해서 서자(庶子)취급을 받아 왔다. 설은 어른과 웃어른께 세배(세알=歲謁이라는 인사)를 하고 서로의 덕담을 나누며 염려해 주고 또 한해의 복을 기원하는 모습들이 동양적 관습으로 전통되어 내려 왔다. 추석 지냄은 그런대로 명맥을 이어 왔지만 설을 지냄에 그 수난이 참으로 많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군사문화시절에 경제제일주의로만 밀어 붙여 산업화가 제일인 것처럼 화두가 되었던 시절, 설날은 뒷전으로 밀려 나오고 말았다. 양력의 신정과 음력의 구정으로 나누어지든 설날은 그 명절 자체가 아예 신정으로 통합되기도 하였다. 

그 후에도 설날의 수난은 계속 되어 ‘민속의 날’로 이름이 바뀌다가 결국 ‘설’이라는 이름으로 되찾게 되어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정권을 거쳐 오면서 설날을 지켜오는 데에는 전통문화의 가치형성인 국민들의 정서가 설날의 문제를 바로 인식함에 있었음을 유의하게 된다. 우리들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고향이 묻혀 있는 설날이 훼손된 점에 우리국민은 유감을 가졌든 것이다. 이것이 결국 설날을 다시 민족의 명절로 되돌려지게 됨을 알게 하는 것이다. 고향을 찾아 차례를 지내고 부모님과 친지를 만나 세배를 다니며 이웃들과 친지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 나가는 이 모든 명절 지킴이 마을공동체로서의 공동체 의식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통사회에서 인간관계로 마을공동사회(Gemeinschaft)에서 살아 왔는데 경제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이러한 공동사회는 파괴되고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사회로 변화하여 개인적 유익을 중심으로 한 이익사회(Gesellschaft)로 바꾸어 왔음을 보면서 그 이익사회의 증후군으로 설날의 존재이유를 알게 되는 것이다. 원래 설이란 말은 조심하여 가만히 있는 다는 뜻으로 집에 가만히 들어 앉아 있는 날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시작하는 날이니 집에서 삼가 꺼리고 조심스레 주의하며 경거망동을 하지 않고 신중히 하루를 보내라는 뜻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조상들은 설날 아침에 식구들이 일찍 일어나서 명절제사를 지내고 가까운 친척들이 서로 모여서 경건하게 4대조 조상님께 제사를 한꺼번에 명절차례를 지내며 서로 세배를 하고 덕담을 나누는 것으로 집안사람들끼리의 가족공동체를 마련하였던 설임을 알게 한다. 

무자(戊子) 년의 설날을 맞아 설날의 진풍경을 예년처럼 보고 있다. 고향 찾아 3만리를 달려가는 교통체증에서 그것을 실감하는 것이다. 오직 하면 교통대란이라고 할 가 생각해 본다. 우리는 옛 고향의 삶에서 대가족이라는 공동체로 살아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기를 포함한 자기 형제자매와 고모와 삼촌 등 3대 이상이 한 집 안에서 오순도순하며 살아왔다. 과거 우리는 한 마을에서 조용히 자리하여 전래적 인 전통에 따라 대가족 제도는 혈연이 끊어지기 어려웠고 상대적으로는 안정적 이었다. 

이 대가족은 부모의 애정이 가정을 유지하는 기초가 되므로 가정의 정서적 안정도 부부의 관계에 크게 의존하는 현실이었다. 그 현실은 가정에서 어른들과 자식들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들의 관계가 밀접하였다. 또한 가정의 교육적 기능과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통제력이 강했다. 그런데 산업사회를 살아가면서 가족공동체는 붕괴되고 핵가족의 변화를 맞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핵가족에 와서는 가족 성원들의 독립성이 강조되고 부모들이 직장을 가져서 외출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자연히 부모와 자녀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다. 그로 인한 핵가족의 증후군이 나타나게 되었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부부의 불화나 충돌 시에는 중재자가 없어 가정의 불안정이 되기도 한 점에 유의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 아이들에 대한 과잉보호로 부모의 통제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협동심과 인내심, 예절 등을 학습할 기회가 부족해서 각종 청소년 문제의 발단이 되기도 함을 알게 된다. 한편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노인문제가 야기되는 것으로 젊은이들의 결혼관과 동시에 그들만이 독립하여 핵가족을 이루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부모를 부양하지 못하는 경우도 알게 하는 것이다. 가족 간의 대화부족에서 이해와 협동심의 공동체를 가질 수 없게 되고, 가족끼리 함께 할 시간과 기회마저 축소되어 가정의 불안정이 생기기도 한 점을 알게 한다. 

사실로 이렇게 오늘의 우리대가족 공동체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하면서 우리는 명절의 증후군과 핵가족의 증후군을 보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사회의 증후군의 작태를 단박에 보게 된다. 설날 세배는 인사드림과 덕담이다. 옛 어른들의 덕담의 내용은 주로 그 중심이 천륜(天倫)과 인륜(人倫)의 덕담이었다. 천륜은 부자(父子), 형제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었고 인륜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임을 아는 것이다. 인륜에는 유교의 오륜(五倫)에서 알게 된다. 곧 부자(父子) 사이의 친애(親愛)를 말함이며 군신(君臣)으로 왕과 백성 사이의 의리, 부부(夫婦)사이의 분별(分別), 장유(長幼) 사이의 차서(次序), 붕우(朋友) 사이의 신의(信義) 등이 덕담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이 사회에 설날의 덕담 내용은 ‘돈 많이 벌어라’ ‘부자 되어라’ ‘복이나 많이 받아 라’ ‘성공해라’ '출세해라’는 등 천륜과 인륜에 관한 덕담은 들어보기도 어렵게 되었다. 출세가도를 달려가는 세대에게 삶의 가치관 형성에 관한 덕담은 이미 가정에서 사라진지가 오래 되었다. 그저 출세를 위해서는 돈 있어야 살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도 방법도 문제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신념구축으로 ‘하면 된 다’는 덕담이 유행되었다. 경제를 살리자는 말이 달콤하게 들린다. 경제가 만사를 좌우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물질적 부(富)를 즐기는 방향으로 가는가 하면 가치평가가 생산과 수입을 표준으로 한 수치개념에 이르면서 오늘의 사회는 물질만능주의로 기울이게 됨을 실감하는 것이다. 

오늘의 모든 사람들은 경제 귀신에 흘려 경제만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만능으로 여기게 되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현상은 인간이 소외되고 물질과 부가 지배하게 되고 문화를 잃게 되며 삶의 주체인 인격의 균형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만능의 현실을 보고 우리는 물질적 생리적 충동욕구에서 이제는 객관적으로 차원을 높여 정신적, 사회적, 문화적인 욕구로 주관적인 삶의 수준으로 엎 그레이드 해 가야함을 알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무자년 덕담을 드린다. 설을 맞아서 가정의 선생으로서 부모들이 해야 할 말이 있다. 맹자의 인의예지(仁義禮智)이다. 인(仁)은 어진 마음이다. 속으로 어질고 착하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마음이다. 의(義)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아는 것이다. 선을 행하지 않는 마음을 부끄러움으로 여기는 마음인 것이다. 예(禮)는 자신을 낮추고 남보다 앞서려 하지 않으며 물러 설줄 아는 것이다. 겸손하게 사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두려고 하는 것이다. 지(智)는 옳으면 옳다고 하고 틀리면 틀린다 하며 모르면 모른다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의예지는 학교공부가 아니다. 가정에서 배우며 가족에게서 익힌다. 

누구든지 어진마음, 옳은 마음, 겸손한 마음, 현명한 마음은 가족의 도리를 깨우칠 때 알게 된다. 모처럼 한 가족이 원근 각처에서 모여 차례와 세배로 설의 훈훈함을 갖게 한다. 이러한 가족 공동체의 좋은 덕담은 가족을 올바로 세우는 설날의 의미가 되는 것이다. 한 가정이 바로 서지 못하면 사회는 바로 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한 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삶의 터전에 선생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학교 공부만 가지고는 이 사회의 병폐된 모습을 치유할 수 없다. 가정은 사람의 중요한 교육의 장이다. 이 가정은 삶의 터전이다. 설날의 모든 행사는 가족 세우기이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라고 솔로몬은 일찍이 시(詩)로 남겨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무자년에 ‘설날은 가족세우기’로 덕담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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