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땅만 버리는가? (눅 13:6-9)

우리는 무슨 일을 시작하든지 그 일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한다. 밥을 지을 때에는 맛있는 밥이 되기를 기대한다. 나무를 심을 때에는 잘 자라서 열매를 맺기를 기대한다. 꽃나무를 심을 때는 아름다운 꽃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직장에 들어갈 때는 즐겁게 일을 하고 또 일한대로 정당한 대가를 받을 것을 기대한다. 사업이나 장사를 할 때는 물건이 잘 팔려서 많은 이익을 내기를 기대한다. 운전을 하거나 차를 타고 갈 때에는 아무 사고도 없이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 것을 기대한다. 자식을 기를 때는 건강하게 바른 사람으로 자라기를 기대한다. 결혼을 할 때는 배우자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지난 1년 동안의 우리의 삶은 어떠했는가? 올해 정초에 한 해를 출발하면서 기대했던 것만큼 만족할만한 삶을 살았는가? 아니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삶이었는가? 어떤 부분이 기대만큼 되었고 어떤 것이 기대만큼 되지 못했는가?

오늘 말씀은 한 농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한 나무에 대한 말씀이다. 한 농부가 무화과나무를 가져다가 포도원에 심었다. 그런데 삼 년이 지나도록 아무 열매를 얻지 못하자 과수원지기에게 그 나무를 이제는 찍어 버리라고 했다. 괜히 아무 것도 얻지 못하면서 땅만 차지하고 땅만 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과수원지기가 주인에게 간곡하게 청을 했다. “한 해만 더 그대로 두시면 거름을 주고 잘 길러 보겠습니다. 그러고도 내년에도 열매가 없으면 그 때 찍어버리십시오.”

이 말씀 앞에는 회개에 대한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어떤 사람들이 빌라도가 갈릴리 사람들을 죽이고 그 피를 제물에 섞은 비참한 일을 이야기하자 예수님은 “그들이 너희들보다 더 죄가 많아서 그런 일을 당한 줄 아느냐,”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서 죽은 열여덟 명도 다른 사람들보다 죄가 더 많아서 그렇게 된 줄 아느냐”고 하시면서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이 두 이야기를 연결해보자. 왜 예수님께서 갈릴리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신 후에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말씀하셨는가?  우선 포도원에 심겨진 이 무화과나무는 주인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은 백성으로서 범죄하고도 회개하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도 하나님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열매를 기대하는 주인을 실망시킨 무화과나무가 찍혀 나갈 처지가 된 것처럼, 믿음의 열매를 기대하는 하나님을 실망시킨 하나님의 택한 백성들도 심판을 받을 처지가 된 것이다. 

지난 1년 동안의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우리가 바로 포도원에 심긴 무화과나무가 아닌가? 우리는 하나님의 택한 백성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의 기대를 충족시켜 드렸는가, 그렇지 못했는가? 내가 나의 주인 되신 하나님의 기대대로 살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돌아보면 지금까지의 우리의 삶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하나님께 원망과 불평과 불만보다는 감사할 것이 훨씬 더 많다. 아니 감사할 것밖에 없다. 포도원에 심긴 무화과나무처럼 말이다. 

무엇이 은혜인가? 우선 이 무화과나무가 포도원에 심긴 것 자체가 은혜이다. 그 당시 무화과나무는 대개 길 가에 심겨져 있었고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그 나무 그늘에서 따가운 햇볕을 피하기도 하고 그 열매를 따먹기도 했다. 그런데 이 무화과나무는 웬일인지 포도원에 심겨져서 주인의 사랑의 돌봄을 받고 있었다. 

우리도 하나님의 포도원에 심긴 무화과나무처럼 하나님의 특별하신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다. 죄악 때문에 하나님께 버림을 받았고 길가와 같은 거친 세상에서 돌봐주는 사람도 없이 비바람을 맞으며 살아야 했지만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로 죄에서 구원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로 옮겨졌다. 그리고 하나님의 세밀하신 사랑과 돌보심을 받아 살아왔다. 이 은혜에 감사하라.

또 무엇이 은혜인가? 이 무화과나무가 삼년 동안이나 열매를 맺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주인이 참아주고 기다려 준 것이다. 우리가 십자가의 은혜로 구원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지만 그동안도 하나님께 풍성한 열매를 맺어드리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당장 버리거나 책망하시지 않고 지금까지 기다려 주셨다.

또 무엇이 은혜인가? 이 무화과나무에게는 주인의 진노를 막고 한 해 더 생명을 연장시켜 주고 지켜주는 과수원지기가 있는 것이 은혜였다. 과수원 지기는 주인에게 자기가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서 이 나무가 열매 맺게 하겠다고 했다. 

이 과수원 지기가 누구인가? 바로 우리 예수님이시다.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서 지금도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 같은 우리들을 위해 하나님의 진노의 손길을 막고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셨고 그 은혜로 우리가 오늘까지 살고 있다. 그리고 또 한 해를 더 살 수 있게 되었다. 이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믿음이 되자.

요한복음 15:1에서 예수님은 “내가 참 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그 농부라”고 하시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하나님께서 잘라버리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많이 맺게 하려고 깨끗하게 해주시고 돌보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께 붙어 있어서 열매를 많이 맺어야 한다고 하셨다. 열매를 많이 맺으면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고 우리가 주님의 제자인 줄 알게 된다고 하셨다. 

한 해를 돌아보자. 어떤 열매를 맺어서 주님께 드렸는가? 기도의 열매는 얼마나 맺었는가? 사랑의 열매는 얼마나 맺었는가? 전도의 열매는 얼마나 맺었는가? 다른 사람에게 예수를 믿으라고 얼마나 많이 그리고 열심히 복음을 전했는가?

혹 잘못된 열매를 맺지는 않았는가? 입술의 열매는 어떤 것을 맺었는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입술의 열매를 맺었는가? 나의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넘어지게 하거나 관계를 망가뜨린 적은 없었는가?

하나님께서 한 해를 더 주시는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열매를 맺게 하시려는 것이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는 것이다. 어떻게 하든지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열매를 맺기를 힘쓰면 하나님께서 내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돌봐주신다. 나를 지켜 주신다. 계속해서 은혜를 베풀어 주신다. 기다려 주신다. 
지금까지 나를 돌보아 주시고 참아주시고 기다려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자.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열매를 맺지 못함을 회개하자. 새해에는 더욱 힘써 많은 열매를 맺어드리자. 새해에는 더 많이 기도하자. 더 열심히 전도하자. 더 많이 사랑하자. 더 많이 헌신하자. 그래서 계속해서 하나님의 은총을 힘입는 믿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