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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원초적 능력 (고전 1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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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능력 (고전 15:9-11)

오늘날 많은 성도들이 복음의 본질에 관심을 두기보다 물질적 성공을 숭배하는 맘몬 신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사람들은 받은 은혜에 감격하고 받을 은혜를 기대하며 예배하기보다 세상적인 만사형통을 꿈꾸며 예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고 말씀을 하신 주님은 당신의 백성이 눈을 들어 주의 나라를 보며 치열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세상 나라를 곁눈질하며 치졸하게 살고 있는 것입니다. 필립 얀시는 이 시대 성도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은혜로 치료된 눈’이라고 강조합니다. 은혜로 치료된 눈을 가지고 하나님을 보고 하나님의 말씀을 대할 때 우리는 이 땅에서 천국의 삶을 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시인의 시, <그 꽃>은 단 16글자입니다. 이 시를 읽는 순간 ‘희망’과 ‘겸손’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스스로 생각할 때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는 사람에게는 ‘희망’을 주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는 사람들에게는 ‘겸손’을 생각하게 하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실패한 삶 속에서 하나님을 바라고 의지하는 중에 심령을 아름답게 하는 생명의 ‘꽃’을 발견하고 기뻐합니다. 반면 세상적으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영적인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올라갈 때 있던 그 ‘꽃’을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들은 세상적 성공과 심령의 아름다움을 맞바꾼 결과로 영적 공허를 느끼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한 해를 뒤돌아볼 때,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반대로 성공적으로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씀입니다. 

1.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

“나는 사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라 내가 하나님의 교회를 핍박하였으므로 사도라 칭함을 받기에 감당치 못할 자로다”(고전15:9). 바울은 그리스도를 대적하고 하나님의 백성을 핍박하며 죽이던 자였습니다. 스테반의 순교로부터 시작된 예루살렘 교회의 박해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 누구입니까? 바로 바울이었습니다. 바울의 옛 이름이 사울인 것을 아시죠? “사울이 그의 죽임 당함을 마땅히 여기더라”(행8:1). 이런 그가 그리스도의 사도가 되었다는 사실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들꽃이 필 때 보면 벌이나 나비가 분주히 그 꽃 주변을 오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꽃을 찾아간 것입니까? 꽃이 그들을 부른 것입니까? 별 생각 없이 보면 벌이나 나비가 꽃을 찾아 간 듯 보입니다. 그러나 실은 꽃이 벌과 나비를 부른 것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꽃이 향기를 발해서 자신을 드러냈기 때문에 그들이 찾아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이 그렇습니다. 주께서 은혜의 향기를 발하셨고 우리는 그 향내를 맡고 생명의 꽃이 만발한 은혜의 동산으로 나온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그 향기에 반응해서 이 동산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데살로니가후서 3장2절에서 “믿음은 모든 사람의 것이 아님이라”(살후3:2)고 했던 것입니다. 사실 세상에는 그 동산의 향기보다 세속의 냄새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므로 은혜의 동산으로 나온 우리가 할 일은 감사, 감사입니다. 그래서 바울이 하는 고백이 이것이었습니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라”(고전15:10). 

신자에게 있어서 가장 위대한 발견, 복된 발견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안다는 것은 우리의 타락한 본성이 회복되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진정 구원받은 자는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어려운 일만 기억하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때를 따라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는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 구원 얻은 사람이라면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어찌 되었든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믿음은 모든 사람의 것이 아닙니다. 바로 이런 고백을 하며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믿음 있는 사람입니다. 


2. 내가 이룬 모든 일도 하나님의 은혜라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15:10) 바울은 자신이 이룬 업적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함께 하신 결과라고 고백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자신이 수고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선한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격이 바울이 성취한 전도사역의 원동력이었습니다. 바울은 그 힘으로 자신이 경험한 일을 고후11:23-27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없이 많이 하고...유대인들에게 사십에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 세 번 태장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고 세 번 파선하는데 일주야를 깊음에 지냈으며 여러 번 여행에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여러 번 자기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고후11:23-27) 

만약 그가 정통 유대교인으로써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굳이 이런 어려운 시련을 당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복음전하는 일을 위해 그 시련을 스스로 당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겁니다. 과거 하나님의 교회를 박해함으로써 하나님 나라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되었던 자신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고쳐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말하는 것입니다. 

1980년 5월 18일 시애틀 남쪽 154km 지점에서 미 역사상 가장 큰 재산 피해를 낸 화산 이 폭발했습니다. 이름 하여 세인트 헬렌 화산 폭발이라고 합니다. 이 화산 폭발과 함께 그 지역의 생태계는 순식간에 파괴되어 버렸습니다. 워낙 피해 지역이 넓고 그 피해 정도가 심해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생태계 회복에 아주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화산이 발생한 후 한 계절이 바뀐 어느 날부터 그 지역에 양치류를 비롯한 각종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목격되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식물들이 자라난 땅의 모양이 마치 고라니가 누워 있는 것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 지역에 각종 식물이 새 생명을 싹 틔울 수 있었던 것은 화산재에 묻혀 죽은 고라니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고라니가 죽어 그 자리에서 식물들의 양분이 된 것입니다. 

여기 고라니는 천재지변에 의해 죽어 거름이 되었지만, 바울은 스스로 이 고라니 같이 쓰임 받기를 원한 것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를 뼈 속 깊이 누리기에 복음을 전하는 동안 온갖 고난을 다 당하고 죽더라도 자신을 거름 삼아 복음의 꽃이 피기를 갈망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바울은 주께 비유로 말씀하신 포도원 품꾼 이야기에서 5시에 포도원에 들어온 품꾼의 심정으로 주의 나라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충만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천국은 마치 품꾼을 얻어 포도원에 들여보내려고 이른 아침에 나간 집 주인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주인은 인력 시장에서 오전 9시, 12시, 3시에 일군들을 모집해서 포도원에 들였습니다. 그리고 오후 5시까지 일할 곳을 찾지 못한 이를 보고 그들도 포도원에 들여보냈습니다. 일할 시간이 1시간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도 일할 기회를 준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품삯을 지급하는 시간에 일어났습니다. 늦게 온 사람들부터 품삯을 주는데 모두 같은 품삯을 지급하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온 사람들로서는 불평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루 종일 일한 사람과 고작 한 시간 일한 사람을 똑같이 취급합니까? 그러나 주인의 입장은 단오 했습니다.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님은 이 말씀을 통해서 천국의 일꾼은 오직 은혜로 사는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천국의 일꾼은 남과 비교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또한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아닙니다. 오직 받은바 은혜에 감격하여 사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의 은혜는 사람이 일한 분량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 사실을 절감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를 그렇게 강조한 것입니다. 

말씀을 정리하겠습니다. 문명 비평가 스펭글러가 그의 저서 「서양의 몰락」이란 책에서 “원시인에게 있어서는 시간이란 말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물론 그들도 시간 속에 살았지만 시간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그들이 의식한 것은 공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공간이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입니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집을 짓고, 먹고 마시며 사는 현실이 공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대 사람들 중에도 공간만 의식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몸은 문명 세계에 살아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원시인 수준에 머물러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육신의 편안함 속에서 심령의 공허함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 부작용으로 불안 염려 근심 두려움 원망 불신 의심 등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건 당장의 공간적 삶을 보기 좋게 하기 위해 세상 지위와 명예와 권력과 부를 쌓는데 집중하느라, 정작 영원히 사는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해서 오는 영적 증상입니다. 온갖 색조로 치장을 하여 사람들을 눈길을 끄는데 힘쓰느라 심령을 아름답게 하여 하나님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데는 실패한 증거들입니다. 

그들에게 바울이 본문에서 강조하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은 하나의 외계어로 들릴 뿐입니다. 그들 세계의 언어가 아닌 것입니다. 문제는 이 언어를 이해할 때 그들 심령의 공허함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언어는 공간이 아닌 시간을 의식하고 사는 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라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모세의 고백이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 이것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중보기도를 한 내용입니다. 여기서 모세는 그 백성이 공간 속에서 세속적 성공을 이룰 것을 위해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모세는 그 백성이 시간 속에서 영원한 삶을 준비하며 살아가기를 구한 것입니다. 여기 말하는 시간은 하루 세 끼를 먹는 시간이 아닙니다. 존재론적인 시간으로 이 땅에 남아 있게 될 시간을 뜻합니다. 

사람들은 대게 죽음이 임박하기 전에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베푸신 은혜로 인해 사람이 지혜의 마음을 얻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시간에 대한 의식’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에베소서 5:15~16에서 “그런즉 너희가 행할 것을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같이 말고 지혜 있는 자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라고 했습니다. 지혜 있는 자는 세월을 아낀다는 말입니다. 돈이 아닙니다. 시간을 아낍니다. 남은 날을 계수하는 지혜 있는 사람에게 시간의 가치는 돈과 비교할 바가 아닌 것입니다. 

바울은 하나님의 은혜를 크게 받은 사람입니다. 그 후 그의 삶은 철저히 공간적인 삶을 벗어나서 시간 안에 살아가는 것으로 변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 세상이라는 공간 안에서 이룩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려놓고 심지어 배설물로 여긴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하나님의 은혜로 눈이 열려 영원한 시간의 삶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바울은 지상에서의 남은 삶을 계수하면서 한 명이라도 더 구원하기 위해 “세월을 아끼라”고 자신과 신자들에게 다급하게 요청하면서 스스로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전 삶을 걸었던 것입니다. 

오늘은 2012년 마지막 주일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하나님께 예배를 올리는 이 시간 여러분은 마음으로부터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하십니까?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바울의 고백에 얼마나 공감하십니까? 혹 올 한 해 남보다 많은 일을 성취했다면 진정 그것도 하나님이 주신 은혜 때문이라고 고백하십니까? 

여러분이 이 질문들에 모두 ‘예’라고 하셨다면, 여러분의 삶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이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사는 것보다 복된 삶은 없습니다. 그건 영원한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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