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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나의 모든 것으로(막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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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주간 수요일 설교(막 14:3-9)

  오늘은 고난주간의 넷째 날이고요, 성경 본문의 배경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후, 삼일 째 되는 날입니다. 첫째 날에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성전에서 기도하지 아니하고, 세상의 것만을 추구했던 사람들을 내쫒으셨습니다. 그래서 성전을 깨끗케 정화 시키셨습니다.
  그리고 맞은 둘째 날, 흔히 이 둘째 날은 변론의 날로 알려져 있는데, 희생제물이 되시기 전 예수님의 가르침이 바로 이 화요일에 집중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의 질문을 받고, 그들에게 참된 진리가 무엇인지를 가르치셨습니다. 
  이윽고 맞은 셋째 날, 예수님은 많은 변론으로 인해 피곤하셨는지, 잠시 베다니에서 쉬기로 결정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때 예루살렘 성 안의 종교지도자들은 어떻게 예수님을 죽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며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각, 예수님께서는 베다니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서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여기에서 시몬이 누구인지, 왜 이렇게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는지, 이를테면 자기의 문둥병을 예수님이 고쳐주셔서 이런 특별한 자리를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요한복음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예수님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초청되었고, 그들과 함께 예수님은 식사를 나누고 계셨다는 사실입니다.   
  그 때, 한 여인이 천천히 예수님께 다가옵니다. 요한복음 12장에서는 이 여인을 마리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여인의 두 손에는 소중히 아끼던 값 비싼 나드 향유 한 옥합이 들려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나드는 옥좌에 향기를 내는 방향제로 쓰였졌는데, 히말라야 산에 서식하는 식물의 뿌리에서 채취했기에, 값어치가 상당히 나가는 고급 향유였습니다. 
  당시 유대인의 관습상, 남자들이 모여 식사할 때, 여인들은 그 근처에 가까이 갈 수 없었습니다. 음식을 나르는 여인을 제외하곤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리아가 식사의 자리에 나타났던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혹은 따가운 눈총을 쏘아대며 그녀를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여인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나, 그로 인한 부끄러움보다는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자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반쯤은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반쯤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마리아와 예수님의 반응을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여인은 대담하게도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옥합을 깨뜨려 그 귀한 향유를 예수님의 머리에 부었습니다. 비록 마가복음서 기자가 정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이 여인은 자신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조차 전혀 아깝다고 생각지 않을 만큼 예수님을 사랑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이 여인이 부었던 향유의 값어치는 삼백 데나리온 정도였는데, 1 데나리온이 노동자의 하루 임금임을 감안하면 약 열 달치의 월급이었습니다. 하루에 오만원을 번다고 가정하면 약 천오백만원 정도 되는 금액이니, 마리아는 한 번에 엄청난 거액을 예수님께 쏟아 부었던 것입니다.
  이 모습을 보자마자 제자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외쳤습니다. 심지어는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어찌하여 그대는 이 비싼 향유를 낭비하는가? 차라리 향유를 팔아 얻은 돈으로 가난한 자를 돕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제자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져서 당장이라도 이 여인에게 분통을 터뜨릴 기세였습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인자한 음성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이 여인을 가만히 두렴. 왜 이 여인을 괴롭게 하니? 이 여인은 내게 좋은 일을 한 것이란다. 향유를 부으며 정성을 다해 내 장례를 미리 준비했으니, 칭찬 받을 일 아니겠니? 그렇기에, 세상에 복음이 전파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이 여인이 행한 일이 칭송받으며 기념될 것이란다.”

  사람들로부터 책망을 듣고 있던 마리아는 아마도 머쓱한 모습으로 한 쪽에서 무안해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마리아가 잘못을 했다면, 그것은 예수님께 자신의 귀한 것을 헌신하며, 사랑과 존경을 표현한 것뿐이었는데 말이죠. 이 때, 예수님은 마리아의 마음을 받으셨고, 그래서 사람들의 비난 속에서 그녀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변호해 주셨습니다.
“이 여인은 칭찬 받을만한 일을 했으니, 앞으로도 이 행동은 사람들에게 기억될 거란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인이 예수님께 귀한 향유를 드릴 때, 소곤소곤 대던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화를 내며 질책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헌신적으로 주님의 일을 할 때에 누군가로부터 방해를 받을 수도 있고, 누군가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제자들의 반응처럼, “어찌하여 향유를 이렇게 낭비하는 것이냐? 생각은 있는 것이냐?”와 같은 비난을 들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평가가 아니라 하나님의 평가입니다. 우리 주님의 평가입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칭찬하여도 주님이 인정하지 않으신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주님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내가 갖고 있는 가장 값진 것보다 주님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우리 삶의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주님 앞에서 다 쓸모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천국에서 하나님과 예수님께 보여 드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이 세상에서 포기한 것들입니다. 이를테면 자신의 욕심, 탐욕, 자아, 물질 등 말입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당신만을 바라보며, 헌신하는 자들을 위해 공의로우신 재판관으로서 변호해 주실 것입니다. 오늘 본문 안의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향해 여인을 변호해 주신 것처럼 말입니다.
  이 여인은 주님이 가셔야 할 죽음과 그 의미를 모두 알고 있었기에 향유를 부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주님이 깜짝 놀란 만한 봉사를 하겠다고 한 행동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오직 예수님 한 분만을 사랑했던 마음, 그 중심을 받으신 것이었습니다. 
  이 여인의 행동을 통해, 주님은 기쁨으로 십자가의 고난을 준비하는 가장 귀한 일로 받으셨습니다. 이 여인이 했던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한 경배의 예식은 참 커다란 일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평범하게 그저 한 끼 식사로 끝나버릴 이 날의 잔치를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에 대한 전야제로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모이신 귀하신 성도 여러분. 우리의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우리 주님입니다. 오늘 본문의 여인처럼 자신의 소중한 그 무엇보다, 세상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보다 예수님을 더욱 사랑하십시다. 오늘 하루 삶에서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 진정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십시다. 그래서 내 삶 전체를 주님께 헌신하며, 우리의 신랑 되시는 주님과 함께 동행 하는 기쁜 삶을 사시길 소망합니다. 다함께 기도드리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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