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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풍덩' 뛰어내린 적이 있는가? (요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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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덩' 뛰어내린 적이 있는가? (요 21:1-9)  
 
(1절) 그 후에 예수께서 디베랴 호수에서 또 제자들에게 자기를 나타내셨으니 나타내신 일은 이러하니라
(2절) 시몬 베드로와 디두모라 하는 도마와 갈릴리 가나 사람 나다나엘과 세베대의 아들들과 또 다른 제자 둘이 함께 있더니
(3절) 시몬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노라 하니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다 하고 나가서 배에 올랐으나 그 날 밤에 아무 것도 잡지 못하였더니
(4절) 날이 새어갈 때에 예수께서 바닷가에 서셨으나 제자들이 예수이신 줄 알지 못하는지라
(5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대답하되 없나이다
(6절) 이르시되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 하시니 이에 던졌더니 물고기가 많아 그물을 들 수 없더라
(7절)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이르되 주님이시라 하니 시몬 베드로가 벗고 있다가 주님이라 하는 말을 듣고 겉옷을 두른 후에 바다로 뛰어 내리더라
(8절) 다른 제자들은 육지에서 거리가 불과 한 오십 칸쯤 되므로 작은 배를 타고 물고기 든 그물을 끌고 와서
(9절) 육지에 올라보니 숯불이 있는데 그 위에 생선이 놓였고 떡도 있더라


한국수필가협회에서발간하는 월간지 ‘한국수필’ 4월호의 권두언에 가슴 뭉클한 글이 실렸습니다. 필자가 누군지 확인해보니 우리교회 권사님이셨습니다. 그 아들은 군 복무 중,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충격을 받아 마음과 몸이 망가졌습니다. 글을 읽고선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그래서 그 아들이 얼마 전 입원한 정신병동을 찾았습니다. 

나이가 사십대 중반이지만, 부모에게는 여전히 어린아이라서 일일이 부모가 뒷바라지를 해줘야만 합니다. 그래서 수필가인 엄마는 눈물과 막막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면회가 안 되니 병동 앞에 가서 창틀 옆에 눈을 붙이고는 아들이 혹시 나타날까하여 들여다보다가 돌아오곤 한답니다. 이게 부모의 심정 아니겠습니까? 

베드로는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 부활주님을 만난 일련의 사건들로 충격을 경험했던 그 혼란스러운 현장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갈릴리로 가서 지난 3년 동안 방치되어있던 배와 그물을 챙겨서는 동료들과 함께 그물을 던지고 또 던졌습니다. 그러나 그날 밤, 저들은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참담한 실패였습니다. 

부활주님은 베드로와 제자들이 어떤 모습, 어떤 심정으로 있을지 다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마치 아들을 병동에 입원시켜놓고 잠을 잘 수 없어 달려가서 문틈 사이로라도 아들의 얼굴을 보고 싶은 부모의 심정으로 밤새도록 달려 새벽미명에 찾아가셨습니다(요 21:4). 그리고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고 하셨습니다(요 21:5). 

먼저, 그분은 장성한 저들을 향하여 ‘얘들아’라고 하셨습니다. ‘paidion’이란 이 단어는 어린아이를 지칭하는 호칭입니다. 그런데 왜 ‘파이디온’하셨을까요? 다음으로 물고기를 언급하십니다. 물고기란 헬라어는 ‘ikthus’인데 왜 본문에서는 ‘prosphagion’이란 단어를 쓰고 계실까요? 

더 중요한 것은 ‘있느냐’라고 물으십니다. 이 ‘exso’란 단어는 ‘붙잡다, 간직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뭘 붙잡았는가?”란 질문입니다. 

첫째, 그분이 언제, 누구에게 ‘파이디온’ 하셨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어린 아이들이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그 어린 아이들을 안고 그들 위에 안수하시고, 축복해주셨습니다(막 10:16). 여기에 쓰인 단어가 ‘파이디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제자들을 향하여 가장 따뜻한 마음으로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둘째, 왜 ‘프로스파기온’ 하셨을까요? 이 단어는 물고기를 뜻하기도 하지만 진귀한 음식, 생명의 떡을 의미합니다(요 6장). 밤새도록 지쳐 배고픈 저들에게 물고기를 뛰어넘어 자신의 몸을 던져 프로스파기온, 즉 ‘생명의 떡’이 되길 원하십니다.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몸이라도 주고 싶은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이 이 단어에 녹아있습니다. 

셋째, 왜 ‘엑소’ 하셨을까요?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가인아, 네 동생 아벨이 어디 있느냐?” “모세야,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하나님이 몰라서 물으시는 것이 아닙니다.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한결같이 실패한 저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면서 그 실패의 자리에서 회복되고 일어설 수 있도록 던지신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그 말씀 앞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가 모든 것을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없나이다.’란 대답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에 순종했더니 그물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았습니다(요 21:6). 또 육지에 올라보니 숯불 위에 생선과 떡이 있었습니다(요 21:9). 왜 숯불일까요? 왜 생선과 떡일까요?

밤새도록 찬바람에 그물질을 했는데 한 마리도 잡지 못했으니 얼마나 비참했겠습니까? 눈 덮인 헐몬산으로부터 내려오는 칼바람에 얼마나 춥고, 시장했겠습니까? 저들에게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 언 몸을 녹일 따뜻한 숯불과 따뜻한 음식이었습니다. 때문에 주님은 숯불을 준비하시고, 또 떡과 생선을 준비하신 것입니다.

그날 디베랴 바닷가, 제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잘못한지 알고 있기에 감히 주님 곁으로 다가가지 못한 채 머뭇머뭇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주님은 떡과 생선을 가져다가 그들에게 주셨습니다(요 21:13). 그 손에는 분명 십자가의 흔적이 그대로 있었습니다(요 20:27). 바로 그 손으로 주님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 마디 책망도 없이 저들의 몸을 데워주시고, 저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계십니다. 

하늘위에 계시던 주님, 지난 삼년 동안 땅위에서 육체를 입고 계시면서 우리 인간이 겪고 있는 불안, 죽음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셨습니다. 때문에 부활주님은 이제 우리를 야단치시거나 정죄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불쌍히 여기십니다(히 4:15). 혹시 내가 연약하여 믿음에서 떠날지라도, 실패를 거듭할지라도, 춥고 배고파 떨고 있을지라도, 주변 사람들은 나를 비웃고, 떠난다 할지라도 오히려 다가오셔서 필요한 것과 따뜻한 것을 채워주시기를 원하시는 분, 바로 부활주님이신 줄 믿습니다.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우리에게서 세 가지 중요한 액션이 나타나야 합니다. 첫째, 주님이 지금 내 곁에 계심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이 세상 모든 친구들이 떠난다 할지라도 주님은 찬 이슬을 가득 머금고 내 실패의 현장으로 찾아오시는 줄 믿습니다. 

둘째, 그 주님 앞에 지금 나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아뢰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이 제일 싫어하시는 것은 자기를 위장하고, 변명하는 것입니다(창 3:12, 창 4:9, 출 32:24, 삼상 15:21). 모세(출 4:2)와 사렙다 과부(왕상 17:12)처럼 솔직한 현재의 내 모습을 그대로 보일 때 조그마한 그것을 통하여 기적이 나타나는 줄 믿습니다. 

셋째, 그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시기 바랍니다(요 21:6). 수없이 그물을 던졌던 현장, 그러나 다시 던지는 것입니다. 말뿐이 아니라 내 몸으로 순종하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이 순종의 열매를 자기의 온 몸으로 표현합니다. 자기를 바다에 ‘풍덩’ 던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주님의 품에 자기의 몸을 맡겼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주님을 향하여 자기의 몸을 ‘풍덩’ 던져보신 경험이 있습니까? 혹시 계산적이며, 소극적이지는 않았습니까? 말씀 앞에서 순종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내 몸을 던질 때 주님이 그 바다에서 나를 건져주시고, 나의 손을 붙잡아 주시고, 나로 하여금 바다 위를 걷게 하시는 경험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내 생각과 계획, 그리고 계산들을 던져버렸던 베드로가 이 놀라운 기적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주님은 토기장이십니다. 완전히 부서트려서 새 것을 만드시는 주님이십니다. 재창조의 주님이십니다. 오늘 깨어진 모습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마시고, 주님 앞에 나아가십시오. 주님이 다시 그물을 가득 차게 해주실 것입니다. 나에게 필요한 숯불, 물고기, 그리고 떡을 예비해놓으실 것입니다. 그 주님을 향하여 내 몸을 ‘풍덩’ 던져보는 그런 은혜가 있을 수 있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옥성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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