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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민들레 홀씨> 제124호: 코스모스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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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산 한신대에 다녀오다가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보았다. 아직 내겐 무덥고 뜨겁던 여름의 기억이 선명한데 그건 벌써 가을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뭐 저렇게 빨리 피었나 하다가 생각해 보니 추석이 얼마 안 남았다. 이상 기온으로 내가 계절의 변화를 못 느끼는 것인지 모르지만, 저렇게 코스모스는 제 할 일 다 하고 피어 있는 것이다.

예수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아마 그 때 사람들은 그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였나 보다. 우리도 어릴 때는 먹고 입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그런데 요즘은 좀 잘 살게 되어서인지 그런 걸로 걱정하는 사람보다는 다른 것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더 많다. 어떻게 돈을 많이 벌까, 어떻게 성취를 할까, 목표를 이룰까, 성공을 할까, 남들이 보란 듯이 살아볼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산다. 이제 예수의 말씀은 이런 것들을 대입시켜서 새롭게 읽어야겠다. “너희는 무엇을 이룰까, 어떻게 돈을 벌까, 무엇이 될까 걱정하지 말아라.” 그러면서 들에 핀 백합꽃을 보라고 한다. 뭘 이루거나 돈을 벌려고 애쓰지 않지만 솔로몬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코스모스 따위 우습게 알고 매연을 뿜어대면서 꼭 무슨 프로젝트 성사시키고, 연봉 몇 억 대가 되고, 남들을 호령하고 기세등등하고, 한없이 바빠서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면서 남에게 건성건성 인사하는 것을 잘 나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것은 다 솔로몬의 화려함 같은 것 아닌가. 그런 것을 들의 백합화보다 못한 것으로 보는 예수의 눈, 그 눈은 길가의 코스모스를 눈여겨보고 한없이 거룩하고 존경스럽게 볼 수 있는 눈이다. 그저 자기 때니까 거기 있는 것 그것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이른바 잘 나가는 사람들은 한 곳에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 늘 명함이 바뀌고 전화번호가 바뀌고 집 주소가 바뀐다. 전화 한번 연결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말하면 청산유수이고 약속도 잘 하고 비전도 잘 제시하지만 말에 책임은 지지 않고 식언을 밥 먹듯 한다.

하지만 코스모스 같은 사람들도 있다. 핸드폰 번호도 없이 일반 집 전화 번호 하나지만 걸면 거의 받고 주소도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마치 그곳에 핀 코스모스 같이 느껴진다. 언제나 자기 자리에 있다. 인터넷도 안 쓰지만 약속 하나 어기는 법이 없다. 오히려 인터넷 쓰는 사람들 약속하고 수시로 이메일로 약속 변경하고 핸드폰 있으니 대충 약속하고 시간 다 되어서 핸드폰으로 다시 약속하고 그런다. 이런 사람들이 더 지각 잘하고 약속 잘 어긴다. 하지만 핸드폰 없고, 자가용도 없고, 컴퓨터 안 써도 약속 안 어기고 한번 정하면 움직이지 않고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코스모스 같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그립다. 이맘 때 어디 어디 가면 꼭 거기에 있는 사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 이렇게 부초처럼 늘 허덕이면서 무엇엔가 쫓기면서 사는 삶이 아니라, 항상 거기에서 자기만의 향기를 내면서 참으로 ‘있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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