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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지리산 편지] 선각자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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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9

누구나 자신이 본받고 싶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를 ‘아이덴티파이(Identify, 동일시하다)’라고도 한다. 나의 경우는 사무엘을 Identify한다. 나는 성직자로서 구약시대 성직자였던 사무엘을 본받고 싶은 것이다. 나는 세 가지 점에서 사무엘을 본받기를 원한다.

첫째는 그가 평생토록 욕심을 버리고 깨끗하게 살았던 도덕적인 투명성을 본받기를 원한다. 이 점에 대하여 사무엘상 12장에서 사무엘이 당대의 지도자들과 백성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누구의 나귀를 빼앗은 일이 있느냐? 내가 누구를 속인 일이 있느냐? 누구를 억압한 일이 있느냐? 내가 누구한테서 뇌물을 받고 눈감아 준 일이 있느냐? 그런 일이 있다면, 나를 고발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갚겠다. (표준새번역, 사무엘상 12장 3절)

평생을 깨끗하게 산, 곧 ‘미스터 클린(Mr. Clean)’으로 살았던 사무엘이 은퇴를 앞둔 노년에 공석에서 이른 말이다. 이런 말을 확신 있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추호의 부패나 권력 남용도 없었고, 어떤 부도덕한 일에도 관여하지 않았던 그의 삶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요즘의 우리나라같이 부정∙부패, 비리가 사회 각계각층에 차고 넘치는 때에 사무엘처럼 평생토록 깨끗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축복 중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사무엘을 본받아 살아가기를 원하는 두 번째 이유는 그가 ‘자신의 분수(分數)를 분명히 지키며 살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성직자였지만 언제든지 왕이 될 수 있는 국민적인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었다. 실제로 당시의 백성들은 그에게 왕이 되어 주기를 진심으로 권하였다. 그러나 그는 한결같이 자신의 역할을 성직자에 한정시켰다.

왕을 세워 달라는 백성들의 요청이 빗발치자 처음에는 무명의 청년 사울을 발굴하여 왕위에 오르게 하였다. 사울은 창술의 명수요, 나름대로의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었으나 결정적인 약점이 있는 인물이었다. 하늘의 뜻을 받들어 백성을 다스린다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를 갖추지 못하였다. 자신의 권력 유지와 강화를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술수의 사람이었다.
사무엘은 몇 번에 걸쳐 사울 왕에게 충고를 하였으나 바뀌지 않았다. 이에 사무엘은 차세대 지도자로서 소년 다윗을 발탁하여 그가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멘토링하였다. 이런 점이 오늘날의 성직자들에게도 꼭 필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자신은 정치가가 아닌 성직자의 자리를 확실히 일관되게 지키되, 바른 정치가 실현되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점에서 사무엘을 본받기 원한다.  
  
내가 사무엘을 본받고자 하는 바의 세 번째는 그가 역사의 미래를 대비하여 인재들을 길러낸 점이다. 그것도 남들 같으면 손자들의 재롱이나 즐기며 한가로이 살 만한 노후에 그렇게 한 점이다.

그는 어린 시절에 하나님께 바쳐진 몸으로 젊은 날부터 중앙 무대에서 활약하였다. 이스라엘이 전환기에 이르러 나라의 기틀은 흔들리고 백성들의 마음가짐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흔들리던 때에 그는 나라를 바로 세우려고 온갖 방법을 다하여 노력하였다. 그러다가 백발이 성성한 노후에 중앙 무대에서 은퇴하여 두메산골로 낙향하였다. 고향인 라마에 정착한 후에 오히려 가장 중요한 일을 시작하였다. 장차 겨레를 이끌어 갈 인재들을 기르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조그마한 공동체를 세웠다. 히브리어로 공동체를 ‘나욧’이라 한다. 라마에 세워진 공동체라 하여 ‘라마 나욧’이라 일컫는다. 사무엘은 ‘라마 나욧’에서 뜻있는 젊은이들을 모아 낮에는 함께 노동하고 밤에는 합심 기도하며 역사와 겨레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함께 찾았다. 사무엘의 이 공동체에서 두 종류의 인재들이 배출되었다. 정치 지도자로서의 다윗과 종교 지도자로서의 예언자들이다.

나는 사무엘의 경우를 살피며 우리 겨레의 현실을 생각한다. 지금 우리 겨레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일까? 바로 사무엘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겨레와 백성들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기르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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