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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이한규의 사랑칼럼) 아직도 희망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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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5.17 (제 15호)  http://www.john316.or.kr

  일전에 인천에 살던 장인어른이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치었는데, 전치 13주의 진단이 나왔습니다. 형사의 말로는 시속 60km로 달리다가 받은 큰 사고였고, 게다가 형사입건이 되는 '횡단보도 사고'였습니다. 간신히 구속은 연기되었습니다. 장인어른이 70이 다 되는 고령이기에 경찰이 피해자와 합의할 시간을 준 것입니다.

  그 일로 제일 염려했던 것은 6년 전에 한 번 쓰러진 경험이 있는 장인어른이 또 충격을 받고 쓰러지지 않을까 하는 점과 심장에 계란 만한 혹이 있어 심신이 지쳐 있는 장모님이 그 일로 건강이 악화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합의과정에서 생길 어떤 결정이 두 분의 마음에 충격을 줄 수도 있음을 알고 미리 두 분의 마음을 넓히는 작업을 폈습니다. 그래서 두 분에게 합의금으로 수천 만원을 지불할 각오를 하고 겸허하고 침착한 자세로 피해자에게 죄송함을 표현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위로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지요. 많이 요구하면 집을 팔아서 드리세요. 돈은 자녀들이 다시 벌면 되지요."

  그런 마음의 대비를 미리 했기에 넉넉한 마음으로 피해자 가족들과 진솔한 합의 과정을 가질 수 있었고, 결국 사고 후 보름만에 피해자 가족들과 합의를 봤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최소한의 치료비용이라고 생각되는 '3백 만원'에 합의해 준 것입니다. 사고에 대한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고 어떤 희생도 달게 받겠다는 겸손한 자세로 나간 것이 피해자 가족들의 선한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몇천 만원을 번 것 같아 저는 장모님에게 "정말 값싼 등록금 내고 인생의 좋은 교훈을 얻으셨다"고 좋아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넉넉하지 못하게 사는 장모님도 3백 만원 없어지는 것은 잊고 어린아이처럼 같이 좋아하셨습니다.

  그 사건을 통해서 얻은 가장 귀한 소득은 "예수 믿는 사람 중에 아직도 좋은 사람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예수 믿는 사람들이었는데, 가해자인 장인어른을 오히려 위로해 주었습니다. "할아버지!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합의금을 못 받아도 합의해 드릴게요." 참된 교인을 찾기 힘들다는 말들이 많은 이 시대에 그분들의 모습은 목사인 저에게 시원한 생수와 같았습니다.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들과 가해자 가족들이 모두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인천 영종도에 살았는데, 장인어른 내외를 영종도로 놀러오라고 초청까지 했습니다. 그때 인천남부경찰서 교통조사계 K 경장이 저에게 한 말은 지금도 생생하게 저의 귓전을 울립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들 너무 착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런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도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이한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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