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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아침햇살 1476 |시(詩)가 생의 한 가운데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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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오버나 점퍼를 입으면
호주머니에 지우개를 넣고 다닌 적이 있어요.
어딜 가든 손으로 늘 만지작거리는 애장품이었죠.

어느날 시 한편 읽은데 거기 이런 내용이 쓰여 있어요.
사람이 갖춰야 할 세 가지가 종이, 연필, 지우개라고.
깨끗한 마음이 하얀 종이고 연필은 새로운 생각이고,
그걸 지워서 다시 깨끗하고 새롭게 만드는 게 지우개라고요.
참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프로그램 하나만 봐도 그래요.
완성 단계로 가면서 좋은 게 이것저것 계속 보태어집니다.
그러다 어느 선을 넘어서면 아주 복잡하고 한마디로 덕지덕지해요.
지워야 할 때 지우지 않아서 그래요.
그러니 언제 지우개가 필요한 순간인지 잘 살펴야 하는 겁니다.

시가 절묘한 건 바로 상징과 은유 때문이지요.
제게 오래된 노트가 한 권 있는데 거기엔 시들이 빼곡하게 쓰여 있어요.
상징과 은유로 된 압축적인 표현들이 좋아서 적어놓은 것이지요.

다음은 수련회 때 자주 인용한 시에요.
"인당수에 빠질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저는 살아서 시를 짓겠습니다.
공양미 삼백 석을 구하지 못해
당신이 평생 어둡더라도 나는 결코 인당수에 빠지지 않겠습니다.
어머니 저는 여기 남아 책을 읽겠습니다.

나비여, 나비여. 애벌레가 나비로 날기 위하여
누에고치를 버리는 것이 죄입니까.
그 대신 점자책을 사드리겠습니다.
어머니. 점자 읽는 법도 가르쳐 드리지요.
우리 삶은 모두 이와 같습니다.
우리들 각자 배우지 않으면 외국어와 같은 것.
어디에도 인당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우리는 스스로 눈을 떠야 합니다."

오늘은 이런 상징과 은유가 살아있는 강의를 해볼까 해요.
유명하진 않아도 저에게 감동이 된 시들을 소개하면서요.

   -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 p. 248 ~ 249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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