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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불안한 현재를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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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현재를 사는 법

- 정석환 연세대 신과대학장           


올여름은 참 이상하다. 장마와 홍수 피해로 시작된 여름이 폭풍으로, 지난주 월요일 블랙 먼데이의 주식시장의 대폭락으로, 수요일의 북한군의 연평도 해상폭격으로 이어져 우리 삶의 터전을 흔들고 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마치 우리 삶의 전 존재가 ‘흔들리는 터전’ 위에 자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우려할 만한 사건들의 연속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불안한 마음을 넘어 공포심과 함께 미래에 대해 말 할 수 없는 두려움과 혼동을 느낀다고 말한다. 마치 납량 특집 같은 특이한 여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불안정하고 두렵기만 한 파도가 넘실대는 상황에 대처해 나가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이다. 두려움 속에서 허둥대는 사람.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 어디 안정된 대상은 없느냐고 갈망하는 사람. 이 세상은 믿을 곳이 못 된다는 평소의 신념을 확인하며 냉소주의와 함께 세상만사를 무관심한 태도로 회피하는 사람.

이 모든 일들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전가시키며 주변 사람들을 비난하고 희생 제물을 찾으려는 사람 등 각자의 삶에 대한 신념과 전략에 따라 위기를 맞는 사람들의 모습도 여러 가지, 제각각이다. 

복음서에 보면 예수와 제자들이 바다를 건너다 거센 풍랑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예수는 배 안에서 숙면을 즐기시고 제자들은 거친 풍랑에 지레 겁을 먹고 허둥댄다. 두려움 속에서 허둥대던 제자들은 허겁지겁 숙면 중인 예수를 깨우고 잠에서 깨어나신 예수는 풍랑 이는 바다를 꾸짖어 잔잔하게 하신 후 제자들의 믿음 없음을 꾸짖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의 핵심을 예수의 기적의 능력에 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광풍이 몰아치는 거친 바다라는 위기 앞에 예수와 제자들의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대응 태도에 두고 싶다. 즉 삶의 위기관리 능력의 차이를 일깨우는 이야기로 읽고 싶다. 불안 속에서 허둥대기만 했던 제자들과 달리 어떻게 예수는 그 풍랑 이는 바다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오히려 숙면을 즐기며 바다를 잔잔하게 할 수 있었을까? 

오뚝이는 무게중심 때문에 바로 설 수 있다. 외부의 충격에 의해 균형을 잃을 때도 오뚝이는 무게중심이 있어 자신을 지탱할 수 있다. 제자들은 무게중심이라 말할 수 있는 삶에 대한 깊은 중심인 믿음을 갖지 못했다. 존재의 복판에서 작용하는 중심의 힘(믿음)이 없는 자들은 불안정한 환경 앞에 휘청거리며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평상시에는 모르다가도 위기의 상황 속에서만 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바로 존재의 중심에서 작용하는 믿음의 힘이다. 따라서 유비무환이라는 단어처럼 평소에 다져 놓아야 하는 것이 존재의 힘, 삶의 중심에서 작용하는 믿음의 힘일 것이다. 이 여름의 위기는 우리를 단련시키며 우리 삶의 복판 깊숙이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묻는 하나님의 중간고사이다. 정말 우리 안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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