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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야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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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 

- 정석환 연세대 신과대학장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다. 하나님의 창조물 가운데 유일하게 인간만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한다. 따라서 우리들의 삶의 질은 우리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에 달려 있다. 좋은 삶은 좋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과 나눔의 이야기, 열린 이야기, 화해의 이야기, 희망의 이야기는 인간 사이에 소통의 공간을 주며 우리를 훈훈하게 한다. 좋은 이야기들은 전염성이 강하고 듣는 이로 하여금 용기와 희망을 주는 놀라운 힘이 있다.

반면 일관성이 결여되고 이기적이고 닫혀 있는 이야기, 미움과 분노에 가득 찬 이야기는 우리를 답답하게 만들고 절망하게 만들며 살아갈 용기를 빼앗는 힘을 지닌다. 부정의 이야기들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 숨쉬기 불편한 틈을 만들어 마침내 우리를 주눅 들게 만든다. 좋은 삶,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긍정적이고 열린 이야기,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늘 오늘의 이야기를 개정하며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깨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인간은 이미 되어진 존재가 아니라 되어져 가는 존재라는 말은 우리들이 만들어 가는 삶의 이야기가 언제나 미래를 향해 열려 있다는 뜻일 것이다.

복음서는 좋은 이야기, 긍정과 희망의 이야기로 가득 찬 이야기 교과서다. 2000년 전 유대 마을 우물가에서 전해지던 부활과 희망의 이야기가 땅 끝까지 전파되어 오늘의 교회를 이루고 기독교의 뿌리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야기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우물가에서 전해지던 사랑의 이야기, 긍정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눈빛을 살아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희망이라는 강한 에너지를 지닌 언어의 마술사가 되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간 기적의 소스가 되었다.

기독교를 말씀 사건의 종교라 말할 수 있다면 바로 이야기의 힘을 믿는 종교라 말하고 싶다. 이야기의 힘에는 창조력이 있다. 어느 곳에서나 창조사건의 뒤에는 반드시 강한 이야기의 힘이 있다. 이야기의 힘을 잃어버린 곳에는 창조사건 대신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관계를 파괴하는 부정적인 힘만 남아 모든 것을 황폐화시킬 뿐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 속에 부정적인 힘들이 서로 작동하여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는 까닭은 서로가 부정의 이야기들을 말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고마움의 이야기, 감사의 이야기, 사랑의 이야기, 희망의 이야기, 칭찬의 이야기 대신 불평과 원망, 비난과 비방, 미움과 증오, 시기심과 분노의 이야기들이 더 많이 들려지는 곳에서는 창조적 사건보다는 파괴적 사건들이 더 많이 일어난다. 이야기는 우리들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살고 있을까? 오늘의 교회는 어떤 이야기 공동체일까? 나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며 살고 있을까? 우리 가정에서 식탁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들일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싶을까? 내가 가는 곳마다, 전하는 말마다, 낯선 사람들과 만날 때의 얼굴 표정마다에 담겨진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오랜만에 나온 햇빛이 모든 사람의 표정을 밝게 만들고 마음을 풀어주는 힘을 지녔듯,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 창조사건, 말씀사건을 만들어 가는 긍정의 힘을 지녔으면 좋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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