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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선생님과 주고받은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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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들의 등하교 관리는 대체로 어머니의 몫인 경우가 많다. 옛날 내가 다니던 유치원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부분 한결같이 어머니 손을 잡아끌며 등교했다. 그러나 나는 오빠의 손을 잡고 다녔다. 우리 부모님은 아침 8시부터 일을 시작했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오빠는 8시 15분에 학교에 가야 했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유치원은 9시에 시작되었다.오빠의 등교시간에 맞춰 같이 집을 나서면 8시쯤에 유치원에 도착하게 된다. 그래서 매일 아침 나는 다리가 저리도록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한 시간씩이나 선생님이 나타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어느 날, 선생님은 늘 일찍 와서 기다리는 내 사정을 물었다.
'몇 시에 왔니?'
'8시요.'
'8시? 어머니는?'
'일 나가세요.'
'흠, 그렇구나. 일이라.....'

다음날, 보통 때처럼 8시에 유치원에 갔는데 나를 부르는 큰 소리가 들렸다. '안녕, 유미코!' 선생님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그날부터 나는 정말 유치원을 좋아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 수업이 시작되는 9시까지 남는 한 시간은 선생님과 나의 비밀스러운 시간으로 바뀌었다. 선생님과 나는 그림책을 읽기도 하고 과자를 먹으며 비밀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그리고 내가 유치원을 졸업할 때까지 선생님은 매일 아침 8시에 나오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한 시간이나 빨리, 한 아이만을 위해서 그렇게 하셨던 것이다. 가정에서는 주부였던 그 선생님, 8시까지 나오느라 얼마나 바쁘셨을까. 그런데도 싫은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고 내가 졸업할 때까지 그렇게 하시다니. 바쁜 부모님을 둔 나 같은 아이가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다 그 선생님 덕분이었다. 다시 한 번 그 선생님과 비밀이야기를 주고받고 싶다. 단, 이제는 내가 선생님보다 빨리 가서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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