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기도했거든요

첨부 1


난 그날 아침 일어나며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느꼈다. 그날 일정표를 죽 훑어 보는데 내 마음은 레나에게 고정되었다. 레나는 우리집 앞길이 끝나는 곳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나이 지긋하고 병까지 얻은 그녀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살아나가고 있었다. 전날도 난 그녀에게 음식을 갖다주었으나 그녀는 내게 내일은 올 필요가 없다고 극구 만류했다. “여기 필요한 게 모두 있어요”하고 그녀는 말했다. 레나는 자부심과 존엄성을 잃지 않는 여자였고. 나도 그녀의 사생활을 존중했지만 아침내내 내 마음은 그녀에게 가보라고 계속 나를 충동했다. 난 애들을 학교로 보내고 세탁기를 돌린 다음 아침 먹은 접시들을 개수대에 넣었으나 그녀에게 가보라는 끈질긴 요구는 멈춰지지 않았다. 마침내 난 아랫 길로 내려갔다. 현관 앞에서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평소 같으면 문을 열고 나타날 텐데 이번에는 응답이 없었다.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듯하여 나는 문 손잡이를 열고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연기가 자욱했다. 레나는 힘없이 일어나지도 못한 채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녀 앞에 작은 석탄난로가 문짝이 떨어져나간 채 놓여 있었다. 벌겋게 달은 탄덩이가 바닥에 굴러 떨어져 있었고 불길을 끄려고 레나는 누비 이불이며 옷가지들. 소파에서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그 위로 던져놓았다. 일순간에 그것들은 불길로 타오를 수도 있었다. 내가 딱 때를 맞춰 도착한 것이었다. 탄덩이들을 제거하고 집 안의 연기를 뽑아 낸 후에 보니 레나는 하마터면 엄청난 비극이 되었을 뻔한 이번 일에 유난히도 침착해 하는 것 같았다. “무섭지 않았나요.”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천만에요. 난 당신이 올 줄 알았어요. 기도했거든요”하고 말했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