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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 (요 02: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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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의 의사소통이란 것이 얼마나 한심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답답하고 새삼 스럽게외로운 아침이다. 정말 이 세대는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으며, 애곡 하여도 가슴을 치지 않는다. 율법을 온전히 지키라는 부르짖음에는 오늘날이 어디 율법 시대냐고 빠져나가거나, 마음에는 원이지만 육신이 약하다는 변명 으로 도망하며, 그러나 반대로 하나님의 은혜 아래 사는 사람은 더 이상 율법 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래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가 있지 않느냐는 둥, 율법이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구원 받은 사람 의 당연한 삶은 율법을 지키는 것이라는 둥, 말이 많다.

사람들은 하나님이나 예수가 자신을 고쳐, 하나님의 생각으로 예수의 삶을 살 게 될까봐 늘 두려워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언제든지 하나님의 아들 로 사는 삶이 아니라, 사람의 아들로 사는 삶이다. 그러므로 성경 말씀은 언제든지 사람들의 소원을 거스리며, 사람들은 성경 말씀에 대하여 때로는 변명하고 때로는 반박하며 자신의 생각을 하나님께 늘어 놓는 것이다. 사람들 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나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자신의 뜻이다(물론 여기서 사람들이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을 말한다). 아무리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대 로 사는 일에 열심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자 신의 생각 위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며,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그런 자 신의 생각이 어느새 하나님의 말씀인 양 행세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기독교를 뜯어보면 사실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를 두고 있는 내용 은 눈을 씻고 찾아 볼래도 찾기 힘든 실정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나의 이 말 을 수용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나 보고 미쳤다고 하거나, 틀렸다고 하거나 , 아니면 아무런 관심을 나타내지 않거나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들이 보는 기독교는 절대적으로 성경 말씀 위에 서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간혹 지엽적 이거나 부분적인 문제에서 하나님의 뜻에 못미치는 부분은 있을지라도, 그 근 본과 전체는 하나님의 말씀 위에 서 있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 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오늘날 기독교가 하나님이라는 이름과 예수라는 이름을 쓰고는 있으나, 그것은 이미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 름」에서 냉소적으로 표현했듯이, 영락하고 쇠락한 이름일 뿐, 그 실체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이런 비판에 대하여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오늘 본문 하나만이라도 정말 제대로 생각해 보자. 그리고 오늘 이 땅의 기독교가 옛날 유대교의 행태를 띠고 있는지, 아니면 예수의 삶을 어깨에 지고 있는지 곰곰 히 따져 보자. 그런 다음에도 나의 비판이 지나친 것이라고 비난한다면 나는 그 비난을 감수할 것이다. 그러나 복음서를 살고 가신 예수의 말씀 한 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독교의 설명만으 로 나의 기독교 비판을 비난하는 것은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유대인의 유월절 유대인에게 있어 유월절은 오늘날 기독교인들의 성탄절 이상이며, 부활절 이 상이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이야 성경적 근거도 없는 성탄절과 부활절을 지키 지만, 예수 당시의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분명한 근거를 지닌 유월절을 지키고 있었다.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기독교는 유대교를 욕할 자격이 없다.

당시의 유대인들은 구약 성경이 자기네 삶의 규범이었으며, 따라서 하나님의 말씀을 불경스럽게 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나님의 말 씀이 자기더러 이리 가라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 가는 삶이 그네들의 일상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유월절이 되면 예루살렘에 모이게 되어 있었고, 하나님께 드리 는 예물로 소나 양, 비둘기 등을 준비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경향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므로, 개중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거나 아니면 어떤 다 른 이유에 의해서 소나 양을 끌고 오기가 어려운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이들 의 이런 필요를 채워 주기 위해서 성전 안의 이방인의 뜰 같은 데서 하나님께 드리는 예물을 파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돈 바꾸는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유월절 기간 중에 성전에 오는 사람은 반드시 의무적 으로 성전세 반세겔을 내야 하는데, 이러한 세금의 납부와 징수에 따르는 불 편을 덜어주기 위하여 돈 바꾸어 주는 환전소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는 이들 모두를 싸잡아 뒤집어 엎었다. 예수가 그들의 상을 모두 뒤집어 엎고, 성전에서 다 내어 쫓았다는 표현을 볼 때, 예수는 그들이 뭔가 잘못했다는 뜻일 텐데,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성전 안에 환전소를 만들 고 소와 양을 파는 무리를 들여 놓았다는 것이 문제인가. 그렇다면 그의 집이 아무리 멀더라도 유월절에 성전에 나아오는 사람은 미리 미리 양을 준비하고 돈을 준비해야 했었다는 말인가. 오늘날 기독교는 예수가 왜 유대교의 이런 행태들을 뒤집어 엎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하나님 앞에 나아오 는 인간들의 자세를 깨우치는 문제라면 우리는 보다 경건한 마음으로, 좀더 철저한 준비로 교회에 나가면 될 것이다. 헌금 드릴 돈은 예배 도중에 지갑 뒤적거리지 말고, 집에서 미리 깨끗한 돈으로 하얀 봉투에 담아 성경책 속에 끼워 두어야 할 것이고, 또한 불우 이웃 돕기 따위를 한답시고 성전에서 바자 회같은 것을 여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기독교는 성전에 서 불우 이웃 돕기 바자회도 잘 열고, 새돈으로 미리 미리 준비하지 않은 헌 금이라도 잘 받는다. 이런 걸 보면 예수가 성전에서 상인들을 내어 쫓고, 환 전소를 뒤집어 엎은 것이, 성전에 나아오는 사람들의 경건이나 정성을 문제 삼은 것은 아니라는 말인데(만일 그런 뜻이라면 오늘날 기독교 신자 태반은 주일날 성전에서 쫓겨나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는 무슨 이유로 이들을 모두 뒤집어 엎은 것인가.

우리가 예민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부분은,예수는 한번도 이 지상에 벽돌로 만들어 놓은 건물을 가리켜 성전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본문에서도 나타나 있는 사실이지만 예수에게 있어 성전은 건물이 아니라, 자 신의 몸이었고 나아가서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몸이었다. 유대인들은 물 론 사십육년 동안 지은 그 건물이 성전이었지만 예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 이 점을 감안하고 본문을 본다면 예수가 성전을 청소했다는 말의 의 미가 제대로 드러날 것이다. 그 당시 사람들이나 오늘 이 땅의 기독교인이나 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성전에서 경건한 삶을 살 것인가에 집중되지만, 사실은 성전이 무엇인가를 먼저 물어야 하는 것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 리라 유대인들이 가로되 이 성전은 사십육년 동안에 지었거늘 네가 삼일 동안 에 일으키겠느뇨 하더라 그러나 예수는 성전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 그러므로 예수에게 있어 내 아버지의 집은 그 벽돌 성전일 리 없다. 그러 면 예수의 아버지, 하나님의 집은 과연 어디신가. 성전은 곧 예수 자신의 몸, 그리고 나아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몸이 아니던가. 성경에는 우리 사람 들을 일러 하나님의 집이요 신성이 거하는 전이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 . 그렇다면 정작 소제되고 수리되어야 하는 것은 사십육년 동안 지어진 벽돌 성전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 모든 신자들의 몸이며 그 생각이다.

예수가 유월절에 성전을 찾는 사람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모든 것을 뒤집어 엎 는 것은, 신앙이 습관화된 그네들의 경건치 않은 삶을 꾸짖는 것이 아니고, 그 벽돌 집을 성전으로 생각하고 거기 몰려들며,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님이 자기들에게 지키라고 명하신 유월절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생각을 뒤집어 엎은 것이다. 사실 하나님이 유대인들에게 말씀하신 유월절의 기원과 의미는 유대인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너희는 그것을 이렇게 먹을지니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손에 지팡 이를 잡고 급히 먹으라 이것이 여호와의 유월절이니라. 내가 그 밤에 애굽 땅 에 두루 다니며 사람과 짐승을 무론하고 애굽 나라 가운데 처음 난 것을 다 치고 애굽의 모든 신에게 벌을 내리리라. 나는 여호와로라. 내가 애굽 땅을 칠 때에 그 피가 너희의 거하는 집에 있어서 너희를 위하여 표적이 될지라.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 재앙이 너희에게 내려 멸하지 아니하리 라. 너희는 이 날을 기념하여 여호와의 절기를 삼아 영원한 규례로 대대에 지 킬지니라. (출12:11-14) 유월이라는 말의 의미는 넘어가다, 건너가다는 뜻이다. 그러면 누가 무엇을 넘어갔다는 말인가. 여기에 유월절의 핵심이 있는 것이다.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 유월절은 하나님의 심판이, 문설주에 발린 양의 피를 보고, 유대인들을 넘어 간 것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즉 유대인의유월이 아니라 여호와의 유월이라는 말이다. 유대인의 유월이란 여호와의 유월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 결과적인 사건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여호와 하나님이 유대인들을 넘어간 사건(반면에 애굽인들의 집은 하나님이 넘어가지 않았고, 이로 인해 그들의 장자는 위로 바로의 아들로부터 아래로는 각종 짐승의 초태생까지 모조리 죽는다)으로 말 미암아 유대인들은 애굽의 압제로부터 벗어나 가나안 땅으로 건너가게(유월)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님의 말씀은 유대인들의 유월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의 유월에 초점을 모은다는 점이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여호와 의 유월보다는 자기들의 유월에 더 관심을 가졌으니, 이것이 하나님의 말씀이 왜곡되는 과정이다. 원인보다는 결과에, 감추어진 세계보다는 나타난 세계에 ,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믿음이란 인간들이 유월절이라는 절기를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유월절의 주인공이 누구냐 하는 문제이다. 하나님이 유월 절의 주인이라면 인간으로서는 아무런 할 일이 없다. 오직 가나안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 유일하게 할 일이다. 여호와의 유월로 말미암아 애굽의 압 제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지 말고 가나안을 향해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는 것. 이것이 우리가 여호와의 유월을 기념하는 것이다. 여기 에는 소나 양, 혹은 비둘기같은 예물도 필요 없으며, 성전세나 헌금 따위도 필요 없다. 오직 필요한 것은 하나님이 나를 이 애굽에서 내보내기 위해 무슨 일을 하셨나를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봄이며, 그래서 애굽에 대한 하등의 미 련이나 일말의 기대조차 팽개치고 가나안을 향하여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것 이다.

그러나 요한복음의 본문은 어떻게 시작하는가. 요한복음과 출애굽기를 대조해 보면 우리는 유월절의 주인공이 바뀌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운지라 (요2:1) 이것이 여호와의 유월절이니라 (출12:11) 언제 누구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여호와의 유월절이 유대인의 유월절로 바뀌 고 만 것이다. 즉 유대인의 유월절이 여호와의 유월절을 삼켜버린 셈이다. 예 수가 소위 성전이라는 데 들어가서 모든 상들을 뒤집어 엎은 것은 유대인들이 하나님께 나아오는 자세의 잘못 때문도 아니고, 그들의 열심의 부족 때문도 아니다. 오직 여호와의 유월이라는 의미는 사라지고, 유대인의 유월이라는 종 교적 행위만 남아 있는 유대교가 역겨웠기 때문이다. 하나님 없는 성전, 그 옛날 애굽을 빠져나오던 날같은 생사를 넘나드는 심각함이 없는 유월절, 하나 님의 세계에 대한 상징이 빠져버린 율법, 오로지 인간적인 열심과 세상적인 윤리로 전락해버린 하나님의 말씀. 그러면서도 입만 열면 하나님께 감사요, 경배요, 찬양이니,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역사는 끊임 없는 어리석음의 굴레 를 돌리고 있을 뿐이다.

예수가 성전 안에서 소와 양을 내쫓고 환전상들의 상을 뒤집어엎은 것은, 그 럼으로 여호와의 유월절을 지킨다고 생각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그 썩어빠진 생각을 뒤집어 엎은 것이다. 소를 예물로 드리고 헌금을 바치고 일년에 몇차 례 절기를 지키기만 하면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인간 의 열심만 있으면 가능한 것들이다. 그러나 믿음이란 인간의 열심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열심이다. 하지만 세상은 하나님의 열심이라는 말의 의미를 모르고서 인간의 열심만 살아 번득인다. 언제나 하나님이 우리에게 어떻게 하 셨나 보다는 우리가 하나님께 어떻게 해야 하나에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독교 . 그래도 유대교는 여호와의 유월절을 유대인의 유월절로 바꾼 잘못밖에 없지 만, 기독교는 눈 씻고 찾아봐도 그 성경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성탄절이나 부활절에 목을 매고 있으니…. 그것도 예수의 성탄이고 예수의 부활이면 오죽 좋을까 마는 오늘날의 성탄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장사꾼들의 성탄절이 돼버 린 지 오래이고, 부활절 역시 여의도 광장의 새벽 집회로 이 땅의 기독교 파 워를 한번 과시하는 절기에 불과하다.

예수의 눈에 비친 유대교는 하나님이 그 주인공의 자리를 물러난 지 이미 오 래였으며, 오직 그네들의 열심만이 그 신앙의 중심에 있었다. 유월절같은 절 기가 돌아오면 예루살렘 성전에는 그 열심과 충성을 과시하고자 하는 인간들 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한편에서는 그들의 그 열심과 충성을 빌미로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열심을 내세우기 위하여 하나님을 죽이고 있었으며, 이것이 바로 여호와의 유월절이 유대인의 유월절로 변하게 된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제자들이 성경 말씀에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 한 것을 기 억하더라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 이상과 같은 흐름에서 위의 말씀을 생각해 보면,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 란 것이 인간들의 열심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예수의 열심을 말하는 것인지 분명해진다. 즉 유대인들이 유월절에 예루살렘 성전에 모여 소와 양과 비둘 기로 제사드리는 것이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란 얘긴지, 예수가 성전 에서 장사꾼 모두를 쫓아낸 것이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란 얘긴지.

우리는 흔히 후자, 즉 예수가 성전에서 장사꾼들을 내어쫓은 행위를, 주의 전 을 사모하는 예수의 열심으로 생각하고, 예수는 그러한 열심에 가득차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건 그런 얘기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 은 예수의 열심이 아니라 유대인들의 열심이다. 유월절이 되어 경향각지의 성인 남자들이 예루살렘을 향하여 올라오는 것도 사실은 주의 전을 사모하는 그들의 열심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비록 성전 안이지만 소와 양과 비둘기 파 는 장소를 만들고 돈 바꾸는 환전소를 설치한 것도 따지고 보면 주의 전을 사 모하는 그들의 열심 때문이다. 오늘날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늘 이 땅에 몇 만명이 한자리에 앉아 예배 드릴 수 있는 대형 성전이 하나 둘이 아닌데, 과 연 이것이 주의 전을 사모하는 신자들의 열심 없이도 가능한 일이겠는가.

주일이면 성전의 강단을 치장하는 대형 꽃다발도 주의 전을 사모하는 신자들 의 열심이요, 그 성전에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자 전도에 힘쓰는 것도 따 지고 보면 모두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문에서 말하는, 그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 여기서 나란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맞다. 여 기서의 나는 물론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가 주의 전에 아주 열심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그런 뜻이 아니고, 신자들의 열 심이 예수를 집어 삼켰다는 뜻이다. 자기 열심을 세우려고, 힘써 하나님의 열 심인 그리스도를 죽여버렸다는 말이다. 당시의 유대교는 결국 예수를 십자가 에 못 박아 죽이는데, 이 예수의 십자가야말로 인간의 열심, 그것도 하나님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 하나님을 죽이고 하나님의 전을 삼켜버린 대표적인 사건인 것이다.

그러나 성경의 지적이 이처럼 분명함에도, 사람들은 하나님을 향한 자신의 열 심을 버리려 하지 않는다. 소와 양을 바치고, 주의 전을 건축하기 위한 헌금 을 바치고,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 모임에 참가하고, 여의도 광장의 집 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새벽잠을 멀리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금식하고, 전도하고, 심방하고, 철야하고, 하고, 하고, 하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의 마음은 늘 주의 일 때문에 분주하고, 그리스도는 늘 자기 때문에 바쁜 신 자의 주변에서 외롭다.

이래서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처음이며 끝이다. 본 문같이 짧은 소절도 그 전후 맥락을 놓치면, 본문의 의도와는 전혀 상반되게 우리도 예수님처럼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을 가집시다는 따위의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그가 생성된 이래로 지금껏 그래왔다. 나 같은 사람이 아무리 이런 말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하나님을 향한 그들의 열심 을 버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새삼스러운 말도 아니지만 정말 사람들은 하나 님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열심과 그들의 능력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독교를 만들고, 성전을 짓고, 끼리끼리 어울려서 서로서로 영광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이 땅의 기독교 가운데 하나님이 계셔야 할 자리 는 어디이며, 예수 그리스도가 있어야 할 자리는 또 어디인가. 과연 오늘날 기독교의 지도자들은 하나님이 육신이 되어 목수의 아들로 이 땅을 다시 방문 하시면, 그 인자(人子)를 위하여 자기네 자리를 내어 놓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어림 없는 일이다. 예수는 이 땅의 모든 기독교 지도자들이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을 버릴 때까지, 두번 죽고 싶지 않아서 이 땅에 다시 오지 않는다.

한가지만 더 얘기하고 이 글을 맺도록 하자. 이 글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 그래도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 한 말을 그런 식으로 만 볼 수 있겠느냐는 분들을 위하여, 이 말의 출전인 시편 69편을 간단히 살 펴보기로 하자. 신약에 인용된 구약의 모든 말씀들은 항상 그 말씀이 인용된 본문의 흐름을 같이 살펴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논리학에서 말하 는 강조의 오류같은 잘못을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주를 위하여 훼방을 받았사오니 수치가 내 얼굴에 덮였나이다.

내가 내 형제에게는 객(客)이 되고 내 모친의 자녀에게는 외인(外人)이 되었나이다.

주의 집을 위하는 열성이 나를 삼키고 주를 훼방하는 훼방이 내게 미쳤나이다. (시69:7-9) 이 시는 다윗의 시인데, 이 시편의 흐름 가운데서 주의 집을 위하는 열성이 나를 삼키고 하는 부분을, 다윗이 주의 전을 사모하여 마지 않았다는 의미 로 볼 수 있겠는가. 본문의 흐름은 다윗이 사람들에게 오해 받고, 훼방 받는 내용이다. 다윗의 신앙이 그의 형제들에게 거부되고 있으며, 다윗 자신은 하 나님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살았지만, 그의 모친의 자녀들은 그를 향하여 훼방 하고 있다는 말이다. 본문의 병렬구조를 자세히 보면, 주의 집을 위하는 열성 은 곧 주를 훼방하는 훼방이며, 그 열성이 다윗을 삼켰다는 말은 곧 그 훼방 이 파도처럼 다윗을 엄몰했다는 의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참으로 하나님 안에서 산다면, 우리는 주를 훼방하는 그 훼방을 받을 수밖에 없고, 또한 주의 전을 위하는 사람들의 열심에 삼키움 당할 것이다.

지난날 우리의 형제였던 사람들에게 오히려 이방인이 되고, 하나님을 믿는다 는 사람들에 의해서 불신자라는 딱지를 얻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결코 주의 전을 사모하지 않으며, 결코 유대인의 유월절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주의 전은 곧 우리의 몸인데 우리가 그것을 왜 사모해야 하는가. 사모 한다는 것 자체가 주의 전과 우리 몸이, 하나가 아닌 별개의 개체라는 말이다 . 오직 할 일이 있다면 주의 전인 나의 몸에 쓸데 없는 것들이 찾아들지 않도 록 그리스도만으로 가득채우는 것이다. 그러자니 자연히 유대인의 유월절 을 지킬 수 없으며, 또한 자연히 그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이 나를 삼키고.

이 말의 의미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내가 어떤 사람인가가 결정된다. 어 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오늘날 기독교는 이 말의 의미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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