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성탄절 기도

첨부 1


온유와 사랑의 주님… 희망으로 오십시오

절제 모르고 사치했던 우리 남에게 인색했던 우리 겸손 모르고 오만했던 우리 새 사람새생활 거듭나게 하소서

이해인 수녀가 성탄절을 맞아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를 담은 글을 보냈다. 경제 불황의 한파로 유난히 추운 세밑을 보내야 하는 보통사람들의 꽁꽁 얼어붙은 마음에 희망의 입김을 불어넣는 기도다.〈편집자〉

푸른 솔숲 사이로 동백꽃 활짝 핀 수녀원 언덕길엔 유순한 눈빛의 비둘기떼가 평화로이 노닐고 있습니다. 추운 줄 몰랐던 남쪽의 겨울이 올해는 마음부터 스산하여 꽃을 보아도 기쁘지 않고 새소리를 들어도 즐겁지 않습니다. 바쁜 가운데도 따뜻한 설렘이 피어나야 할 12월에 우리는 모두 웃음을 잃은 초조함으로 늘상 해오던 일상의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촛불을 켜고 차분히 기도하려 해도 마음엔 황량한 바람소리 뿐 불안한 슬픔의 눈보라가 앞을 가립니다.

『수녀님, 애들 아빠가 직장을 잃었어요. 어떻게 살아갈 지 막막합니다.』
『무지한 탓에 큰 빚더미에 앉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저축하여 갚겠으니 무이자로 돈을 꾸어주세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제 콩팥이라도 팔려고 합니다.』
『겁도 없이 낭비하던 모습들. 제가 고국을 방문했을 때 느낀 것은 두려움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 두려움이 지금 그대로 현실로 나타난 것 같아 괴롭습니다. 저도 다시 연꽃같은 마음을 지니려 애쓰겠습니다.』

서리맞은 낙엽처럼 날아드는 친지들의 편지에 갈수록 잠 안오는 날들이 많습니다. 하루 아침에 큰 빚더미에 앉게 된 우리나라. 믿었던 이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노여움과 배신감으로 할 말을 잊은국민들은 이제 누구를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할는지요.

세상의 어두움을 밝히시며 가장 온유한 사랑의 아기로 오시는 주님, 현실을 거부하며 얼굴을 가리고 싶은 부끄러움, 좌절과 혼돈으로 흔들리는 우리가 그래도 쓰러지지 않고 한 줄기 빛을 향해 함께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분수를 모르고 허영에 들떴던 우리,겸손을 모르고 오만했던 우리, 절제를 모르고 사치했던 우리, 맑고 정직하게 깨어살지 못했던 우리, 자기 실속만 차리느라 남에게 인색했던 우리,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우리, 이제라도 회심하여 생활태도를 바꾸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 주십시오. 하늘을 두려워하는 겸손으로 새 생활을 시작하게 해 주십시오.

이젠 남의 탓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작은 일도 충실하게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무분별하고 충동적인 낭비를 줄이고 청빈서원한 수도자처럼 겸손하게 살겠습니다. 말로만 외치는 애국자이기보다는 동네 골목길이라도 조용히 쓸어주는 실천적인 애국심을 키워가겠습니다.

어쩌다 떠나 있으면 사무치게 그리운 조국. 사계절의 산과 들이 아기자기 아름답고 은은한 인정이 들꽃향기로 피어나는 모국. 작지만아름다운 이 나라 이 땅에서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참아내고 서로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용서하며 사랑의 징검다리가 되고 싶은 우리,힘과 지혜를 모아 다시 하나가 될 것입니다. 다시 행복하게 될 것을 믿습니다.

이기심으로 빈 방이 없는 세상 한가운데, 가장 겸손한 구원의 빛으로 태어나시는 주님. 어서 오십시오, 희망으로 오십시오. 절망을 딛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겸손한 희망과 겸손한 용기만이 오늘 우리가 주고 받는 소중한 성탄선물, 새해선물임을 새롭게 감사드립니다. 아픔 속에 오히려 맑아진 눈빛으로 게으름 떨치고 함께 일어선우리. 이제 가야할 길을 서둘러 가게해 주십시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