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죽는 방법의 선택

어느 마을에 오랫동안 여러 해를 칼리프(회교국의 왕)를 시중해준 유대인 광대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찌된 일인지 이 유대인 광대는 칼리프를 화나게 했다. 칼리프는 광대에게 사형을 내렸다. 하지만 유대인인 이 광대가 칼리프와 어렸을 적부터 함께 지내오던 사람이라 마지막 자비를 베풀었다.
'나는 자비심이 깊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너는 확실히 나를 웃기려고 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 왔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겠노라. 너는 어떻게 죽었으면 좋을지 네 소원대로 죽는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라.' 칼리프는 왕좌의 옆에 있는 자그마한 모래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고 말했다. '이 모래가 다 흘러내릴 때까지 생각해서 대답하도록 하라.' 유대인 광대는 모래시계가 마지막 다 흘러내릴 때까지 줄곧 아무 말 없었다. 그리고 최후의 모래가 밑의 유리 상자 속에 떨어지자 칼리프는 물었다. '자, 이제 마음이 결정되었는가?' '예, 정해졌습니다. 나는 노쇠하여 죽는 쪽을 희망합니다.' 유대인은 명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