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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부부 산고 동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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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연구해 온 미국의 제임스 레바인 교수는, 대부분 미국 아버지들은 부인이 아기를 낳을 때 분만실에 들어가서 산고(産苦)를 더불어 한다는 조사결과를 밝히고 있다. 30 년 전만 해도 사나이가 분만실에 들어간다는 것은 엄두도 못 냈던 일인데, 20 년 전에 10 % 안팎이 드나들었고 90 년에 들어서는 90 %로 급증하고 있다. 산고 동등권(産苦 同等權)의 놀라운 신장이 아닐 수 없다.
조사된 자료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분만실에 들어가 진통하는 아내의 손목을 꼭 쥐고 안도시키는 남편이 그러하지 않은 남편보다 많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부부가 산고를 더불어 나누는 것을 남녀평등이라는 현대 사상의 과실(果實)로 보기 쉬운데, 이미 옛날부터 쿠바드(Couvade)라 하여 동서 할 것 없이 널리 습속화 돼 있었던 것이다.
옛날 우리 상민들은 아내가 진통한다는 전갈을 받으면 허리끈 바짝 졸라매고 달려가 아내의 두 팔을 등 뒤에서 껴안고는 두 다리를 감아 버티고서 힘을 쓰게 했던 것이다. 이렇게 안팎이 힘을 합쳐 낳아야 자랄 때 병치레를 하지 않을 뿐더러 돌림병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평안도 박천(博川)에는 `지붕지랄'이라는 쿠바드 습속이 채집되고 있다. 아내가 진통을 시작하면, 남편을 그 산실의 지붕 위에 올라가서 용마루를 붙들고 괴성 비명(怪聲悲鳴)을 지르며 아기 울음소리가 날 때까지 나뒹굴었던 것이다. 산고를 나누는 색다른 습속으로, 남편의 상투를 쥐고 힘을 쓰기도 하였다. 우리 전승 민요에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우습세라 우습세라 젊은 각시 아 낳는다고/제 남편 상투 쥐고 울콩불콩 낳는다네/마루 위에 앉아서는 상투 꽁지 길게 매고/문창구멍 한 구멍에 들이들이 밀었더니/각시각시 상투 쥐고 이잉이잉 힘쓰면서/애를 쓰며 당기더니 상투 꽁지 쑥 빠지자/당콩 같은 빨간 아기 말똥말똥 빠져나네.' 상투가 시원찮은 남편은 쿠바드용 상투를 빌리러 다니기도 했던 것 같다.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상투상투 빌려 주소/아 낳으면 천년만년 잊지 않고 그 은공 갚겠다고/앞길 바빠 뒷길 바빠.' 붙들고 힘쓸 것 많은데 하필이면 문구멍에 밀어넣은 남편 상투를 쥐고 힘을 쓴다는 것은 산고를 나누려는 쿠바드의 한국적 존재 방식이랄 것이다.
미국 서해안의 인디언들은 아내가 진통하고 있는 동안 인근 바닷가에 가서 익사하는 시늉으로 고통을 공감하고, 인도에서는 산실에 들어가 산모와 더불어 나뒹굴고 비명도 더불어 지름으로써 공감을 한다. 유럽 피레네 산록에서는 한 달 동안 산모와 같이 누워 있는 것으로 산고를 나누기도 한다.
이처럼 고통을 둔 남녀동등권이 보장되었던 원시사회였으며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새로운 쿠바드 현상은 남녀 불평등이라는 문명의 죄업에 대한 레지스탕스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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