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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필요한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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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신문에서 '깨어있는 의사'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가정주부의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고급 카펫이 깔린 고급 살롱 같은 실내 장식에 장난감, 만화, 여성잡지까지 갖추어놓고 문을 연 아파트 단지의 소아과 병원들을 비난하는 글이었다. 청결한 환경, 친절한 의사, 상냥한 간호원이 그 병원에 있지만 정작 의사가 필요해서 의사의 가운 자락에라도 매달리고 싶은 시간이면 병원문은 닫혀 있다는 것이다. 주말이나 한밤중에라도 앓는 아이를 업고 가서 “우리 아이를 살려주세요”라며 쾅쾅 병원문을 두드릴 수 있는 허술한 대문을 가진 의사가 사라져버린 지 오래 되었다는 것이 글쓴이의 푸념이었다. 아마 그 사람은 자신의 사랑하는 아이가 병들었을 때 그리고 꼭 필요할 때, 만날 수 있고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향수를 지닌 것 같았다. 문명의 발달이 인간의 눈을 뜨게 해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빼앗아간 것도 많이 있다. 정을 빼앗아갔고 인간애를 빼앗아갔다. 그리고 기계의 조정을 받는 기계적 인간을 만들어버렸다. 이것을 가리켜 비인간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필요할 때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존재로 내가 존재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존재 가치와 의미의 절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고속도로 한복판에 놓여진 돌멩이처럼 잘못 놓여진 존재는 거추장스러운 암적 존재에 불과하다. 그것은 잘못 찍혀나온 활자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필요할 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은 우리의 가장 큰 과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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