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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이태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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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20대 후반으로 교편생활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수원에 있는 어느 학교로 전근이 되어 이사를 했다. 출석할 교회를 정하기 위해 수원 시내에 있는 여러 교회들을 순례했다(지금 담임하고 있는 교회에도 이런 목적으로 찾아오는 분들이 날로 늘어난다. 그분들을 보면 내가 그러던 때가 생각난다).

여성회관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교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웬일인지 마음에 들었다. 그 다음 주일에 또 찾아갔더니 문이 잠겨 있었다. 목사님 사택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물어 찾아가니 골목 속에 있는 한옥인데 벽을 헐어 마루를 넓히고 지붕도 그런 식으로 해서 비닐을 늘어뜨리고 2백 명 가까운 성도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흡사 온실 형국이었다. 어느 교회에서 갈등이 있어 분립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모저모 좋지 않은 환경 속의 교회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 교회에 등록을 했다. 이렇게 해서 수원제일감리교회의 교인이 되었는데 그 교회의 담임목사님이 이태선 목사님이었다. ‘꽃가지에 내리는 가는 빗소리 가만히 기울이고 들어보세요’라는 어린이 찬송을 작사한 분이라는 것을 뒤에 알았다.

내가 신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을 알고 학생회 지도와 낮예배 사회, 저녁예배 설교를 맡겨 주셨다. 과분한 신뢰였다. 그때 일을 이야기할 때는 “그 교회의 ‘전도사 비슷한’ 생활을 했지요”라고 한다. 한번은 성가대가 연습을 하는데 어린이들이 교회 안에서 시끄럽게 뛰놀아 방해가 되었다. 성가대 지휘자가 어린이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민망해서 어린이들을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는데 마침 교회 안에 있던 목사님이 벌떡 일어서더니 무용을 하면서 앞장서서 밖으로 나갔다. 어린이들도 따라 나가 이 문제는 매우 ‘은혜롭게’ 해결이 되었다. 천사 같은 느낌을 주는 목사님이었다. 사택을 예배당으로 꾸미고 방 두 칸과 부엌에서 여러 명의 자녀들과 기거하시느라고 고생이 보통이 아니었는데 내색도 하지 않으셨다.

그 이태선 목사님이 지난 3월 26일, 89세를 일기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고인의 약력 소개에서 고인이 참으로 많은 일을 하신 것을 보고 새삼 놀랐다. 네 개의 교회당 신축, 일곱 개의 교육기관 설립, 1백60여 권의 저서, 1천여 곡의 어린이 찬송가 작사 등등….

장례예배 순서의 하나를 맡아 이런 말을 했다.
“목사들이 모범적인 교인을 보고 ‘천사표 교인’이라고 하는데 이 목사님은 ‘천사표 목사님’이었습니다. 천사가 있어야 할 곳은 원래 하늘나라입니다. 목사님은 이제 계셔야 할 곳으로 가신 것입니다.” /유관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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