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접시깨고 칭찬듣다

첨부 1


할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은 언제나 특별했다. 할머니는 가족의 생일이나 기념일같은 중요한 날이면 당신이 귀중하게 여기는 물건들로 식탁을 장식하셨다. 그것은 대부분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오래된 도자기 접시였다. 그 접시들이 유명한 것이었는지 이름모를 도공의 간단한 소품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집에선 대단히 소중한 물건으로 취급되어, 가족 모두 우리집 재산목록 1호라고 생각했다.
나는 여섯살이 되기 전부터 식탁청소와 설거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할머니 치마에 매달려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곤 했다. 그래서 할머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일이 일찍 끝나도록 식탁위의 접시를 치우기도 했는데, 그릇이 어찌나 번쩍거리는지 손에서 놓칠 뻔한 적도 여러번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염려하던 최악의 일이 일어났다. 채소를 담아두었던 접시를 옮기려는데 그만 접시가 내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고 만 것이다. 접시는 산산조각나서 사방으로 흩어졌고 접시에 담겨있던 콩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순간 내마음은 무척 아팠다. 손가락을 다쳤을 때보다 무릎이 깨졌을 때보다 더 아팠다. 그때까지 모범생으로 귀여움만 받던 내가 처음으로 할머니의 성난 얼굴과 마주쳐야 하는 순간이었다. 잘못했다는 죄의식이 온몸을 감쌌다. 참으로 그순간이 길게 느껴졌다. 부엌에는 조용히 침묵만 흘렀다. 나는 이미 목안에서 울음이 터져 울먹거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동안 나를 쳐다보시던 할머니가 나를 번쩍 들어 창가의 요람에 태우시고는 명랑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접시 잘 깨뜨렸다. 다행이야. 나도 그 접시에 싫증이 나 있었거든'
/캐럴린 S.매티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