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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동전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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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하교 길은 잡다한 먹을거리로 항상 분주하기만 했다. 그 날도 나는 친구들과 함께 떡볶기에 오뎅을 곁들여 먹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집에 거의 다갔을 때였다. 목소리 하나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얘들아!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키가 엄청나게 큰 남자였다. 참새들의 조잘거림이 일순간에 사라졌고 그는 황야의 무법자처럼 해를 등지고 서서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눈빛은 나를 향한 채.
'저기 200원만 빌려줄래? 아저씨가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동전이 없어서 말이야.'
당시 시내 통화료는 20원. 약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거절할 수도 없었다. 설사 거짓말이라 해도 그것은 부탁이었으므로 그는 계속해서 자신은 학생인데 멀리 떨어진 집에 급하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참 고민에 빠져 있는데 자신들과는 상관없다고 판단해서인지 친구들이 서서히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냥 줘 버릴까? 하지만 어떻게 생면부지의 그를 믿고 돈을 빌려준다는 말인가! 그러나 아이다운 순수함에 두 손을 들고 난 나는 그에게 동전을 내밀었다. 그때의 시원함과 뿌듯함이라니... '내가 이 다음에 여기다가 돈을 넣어 둘게. 알았지?'
작은 머리 속에서 벌어진 치열한 고민을 알았던 것일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서 있던 대로변에 건장하게 버티고 선 가로수 밑을 가리키며 빙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며칠이 지나서 다시 그 길을 지날 때 나는 가로수 아래 있는 흙을 조심스럽게 파헤쳐 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너는 정말 착한 아이구나' 하는 글이 적힌 작은 종이쪽지와 함께 반짝이는 동전 두 개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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