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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호박엿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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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어느 봄날의 일입니다.

우리 반 월숙이라는 아이는 평소 말이 없고 친구도 없어 보였습니다. 반 아이들은 그 애가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미술 시간, 스케치북을 준비하지 못했는지 고개 숙이고 앉아 있던 그 애에게 저는 스케치북 한 장을 북~ 뜯어 줬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뒤 그 애가 내 책상 위에 무언가를 살며시 놓고 수줍은 듯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누런 종이에 싼 호박엿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저를 자기의 제일 가는 친구로 대해 주었습니다. 자기 집에 절 데려가기 전까지는요. 설레는 마음으로 월숙이네 가던 날, 저는 월숙이에게 큰마음의 상처를 입히고 말았습니다.

30분이나 걸어가서야 도착한 월숙이네 집은 아주 낡고 헐어 있었습니다. 엄마가 안 계신 것도, 동생이 네 명이나 된다는 것도 그날 알게 되었죠.

'진이야, 우리 아빠야.'

월숙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를 돌아본 저는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작은 비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월숙이의 아버지는 키가 작고 곱사등인 데다 얼굴이 검고 한쪽 눈이 일그러져 있었던 것입니다.

순간 전 친구의 아버지라는 것도 잊은 채 너무 무섭고 놀라 '안녕' 소리도 못하고 집으로 뛰어 오고 말았습니다. 집에 와서 마음을 진정시킨 뒤에야 제 잘못을 깨닫고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월숙이에게 말을 걸지 못하다 결국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가을이 되어 월숙이가 전학 간다고 인사하는 날까지 사과의 말을 건네지 못하고 영영 헤어지게 된 것입니다. 아이 엄마가 된 지금도 시장에 가다 마주치는 호박엿 파는 아저씨를 보면 한 봉지씩 꼭 사곤 합니다.

그때 월숙이 아버지가 집에서 호박엿을 만들어 팔았거든요. 이제 나는 내 아이에게 남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엄마가 한 큰 실수를 내 아이가 하지 않기를 바라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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