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백금 항아리와 어머니

김학성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어머니는 삯방아를 찧고 바느질감을 얻어 와서 밤늦도록 일을 해서 김학성과 동생을 공부시켰다. 어느 여름날 장마철이 되어 비가 내렸다. 김학성의 어머니는 방아를 찧다가 잠시 일손을 놓고 쉬고 있었는데, 문득 들으니 추녀에서 떨어지는 낙수가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까 낙수가 떨어지는 홈에 쇠붙이가 묻혀있었다. “이게 무엇일까?”이상한 생각이 들어 파 보았더니 쇠항아리가 나왔다. 게다가 놀랍게도 안에는 백금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던 터였으므로 몹시 기뻤으나 그 기쁨도 잠시였다. “아니야, 지금 아이들이 고생을 참으며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지금의 가난을 극복하고 스스로 장래를 개척하려는 정신 때문이다. 그러데 갑자기 이 많은 재물이 생긴 것을 안다면 자연히 게으른 마음이 생길거야.”이렇게 생각한 어머니는 땅을 더 깊이 파고 백금이 가득 담긴 항아리를 도로 묻어버렸다. 그 후 김학성은 학문에 더욱 정진하여 과거에 급제했다. 어느 해 아버지의 제삿날, 어머니는 두 아들을 앉혀놓고 비로소 백금 항아리 이야기를 꺼냈다. 김학성이 말했다. “어머님도 참 딱하십니다. 그때 그 백금을 처분하여 살림에 보태었더라면 어머님이 저희들 뒷바라지를 하느라고 그렇게 고생을 하시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저희들도 좀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할 수 있었을 텐데요.”그러자 어머니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다. 그때 너희들은 시래기죽일망정 고맙게 생각하며 가문을 훌륭하게 일으켜 세우려고 열심히 공부했었다. 나 또한 그런 너희들 뒷바라지를 하느라고 힘든 고생도 오히려 즐겁게 받아 들였던 거란다. 그런데 만일 그 백금을 살림에 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너희들은 큰 재물을 거저 얻은 사실에 마음이 흔들려 학문에 지장이 있었을 것이며, 나 또한 지금까지의 고생을 잊고 편안한 호사로움에 마음을 빼앗겼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본디 가난이 무엇인지 알아야 재물의 참다운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느니라. 가난도 부유함도 다 노력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니, 갑자기 손에 들어오는 재물은 재액의 근원임을 명심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