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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풀인 줄 알면서도 풀을 사 먹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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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서 풍류와 해학을 아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가 서울에 올라왔는데, 마침 배가 고픈데 주머니 속에 돈이 없었다. 시장을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다 보니, 시장 바닥에서 한 할머니가 함지박에다 죽 비슷한 것을 담아 놓고 파는 중이었다. 장만서는 구미가 당겨 우선 값부터 물었다. “할멈, 이거 한 사발에 얼마요?” “십전이오.”아무리 주머니가 비었다고 해도 수중에 십전은 있었다. 장만서는 얼른 십전을 주고 한 사발 사먹었는데, 먹고 보니 그것은 풀이었다. 그래도 돈 주고 산 것이 아까워 억지로 먹고 있는데, 마침 활터에서 내려오던 한량들이 그 광경을 보게 되었다. 한량 가운데 한 명이 대뜸 귀뺨을 때리며 말했다. “이 녀석아, 아무리 촌놈이라지만 풀을 사 먹는 녀석이 어디 있어!”난데없이 봉변을 당하게 된 정만서는 은근히 약이 올랐다. “허허, 이 양반들! 남의 속사정도 모르고 뺨부터 때리네.” “속을 모르다니, 무슨 내력이 있는데 그래?”한량이 호기심을 나타냈다. “내가 허구한 날 술을 퍼마시고 속이 안 좋아서 누구한테 물으니 풀을 먹으면 낫는다 하기에 지금 풀을 사 먹는 중인데, 사람을 때리긴 왜 때리느냔 말이오.”한량들치고 술 적게 마시는 한량은 없는 법이었다. 장만서의 말에 한량들은 속 안 조은 데 풀이 진짜 좋은 건가 싶어 반응을 나타냈다. “여보, 할멈. 그러면 우리한테도 한 대접씩 주시오.”세 명의 한량은 풀 한 사발씩을 받아들고 먹기 시작했다. 한창 풀을 퍼먹고 있는데 장만서가 냅다 소리를 질렀다. “이 녀석들! 나는 풀인 줄 몰라서 사 먹었지만 풀인 줄 알고 사 먹는 녀석들이 어디 있어!”그리고 장만서가 한량들의 귀뺨을 한대씩 보기 좋게 올려붙였다. 한량들은 풀 그릇에 코를 쳐 박고는 할 말을 잊었다. 장만서가 풀을 사먹게 된 것은 그것이 풀인 줄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주머니가 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궁한 티를 내지 않고 한량들을 멋지게 골탕 먹였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할 것은 재물의 빈곤과 정신의 빈곤이다. 재물의 빈곤이야 행운의 기회만 잡으면 곧 가실 수 있다. 그러나 정신의 빈곤은 다른 무엇을 가지고도 구제할 수 없는 본인의 고통인 것이다. 하물며 예수 없는 영적 빈곤은 그 비참함을 어찌 말로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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