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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페르시아 왕궁의 잔치 (에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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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 왕궁의 잔치 (에 1:1-8)

오늘부터 우리는 에스더의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에스더의 이야기는 룻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한 여인의 헌신과 순종을 통해서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셨는지의 기록입니다. 룻도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이민가서 힘들게 살아야 했던 여인이었고, 에스더 역시 유배를 당해 먼 나라로 끌려갔던 실향민의 후손이었습니다. 그러나 에스더 이야기의 무대는 룻이 살았던 상황과 매우 대조적입니다. 룻의 이야기가 유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던 것에 비해 에스더는 페르시아 제국의 왕궁에서 일어난 사건의 기록입니다. 룻은 이방여인이 이스라엘에 들어와 살았던 이야기이고, 에스더는 반대로 이스라엘 백성이 이방민족 가운데 살면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그래서 룻의 이야기가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의 소극적인 확장이라면, 에스더는 하나님 백성의 적극적인 팽창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룻기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룻이라는 한 이방여인이 이스라엘에 편입되는 이야기인데 반해서, 에스더는 거대한 제국에 퍼져 있던 유다인들이 생존의 고비를 넘기면서 결국 세력을 확장하고 많은 본토인들마저 유다인으로 흡수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대와 배경이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이 이야기들은 모두 하나님이 일하시는 이야기입니다. 룻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자기 뜻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을 발견했던 것처럼, 이 에스더의 이야기에서도 우리는 자신의 백성을 보호하시고 영광을 받으시는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은 이 에스더 이야기의 시대적, 또는 정치적 배경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이 일은 아하수에로 왕 때에 된 것이라고 했지요? 아하수에로는 페르시아의 크세르세스 왕입니다. 페르시아 말로는 크샤야르샨인데, 그리스 말로는 크세르세스가 되고, 히브리 말로는 아하수에로입니다. 왜 동일한 사람이 언어에 따라 이렇게 이름이 달라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아하수에로 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페르시아의 크세르세스 왕입니다. 그렇다면 페르시아 제국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는 것이 에스더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페르시아는 현재 이란에 해당되는 지역에서 일어난 나라입니다. 이란 남서부의 파르스 지방을 다스리던 아케메네스 왕조에서 사이러스 2세라는 대정복자가 출현하게 됩니다. 이 사이러스는 바로 성경에 나오는 고레스입니다. 사이러스는 메디아와 동맹을 맺어 세력을 확장한 다음 마침내 바벨론 제국을 무너뜨리고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합니다. 페르시아는 파르스라는 이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다니엘에 보면 나라의 이름이 메대와 바사라는 복합어로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까? 바벨론을 무너뜨린 사이러스는 바벨론의 포로로 잡혀와 있던 유대인들을 해방시켜 조국으로 돌아가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고레스가 이스라엘의 해방자, 여호와께서 세우신 목자, 심지어는 기름부음 받은 하나님의 종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지요.

제국을 건설한 사이러스는 이집트까지 정복하려다가 그만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이집트 정복은 사이러스의 아들 캄비세스 2세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캄비세스는 제국 내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죽고, 다리우스 1세가 제국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다리우스라는 이름은 다니엘에 바벨론의 벨사살 왕을 죽이고 나라를 빼앗은 메대 사람으로 나오는데, 그 다리우스는 고레스보다 먼저 나오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다리우스 1세와는 다른 사람이겠지요? 그리고 고레스, 즉 사이러스가 실제로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사람이기 때문에 다니엘에 나오는 다리우스 왕은 사이러스의 대리인이나 메디아측 파트너 쯤으로 보면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어쨌든 캄비세스의 뒤를 이은 다리우스는 동쪽으로 인도를 침공하여 영토를 확장한 후, 서쪽으로는 그리스를 침공했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페르시아 전쟁입니다. 1차 원정에서 폭풍으로 함대가 난파하는 바람에 전쟁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물러난 다리우스는 2차 원정에서 파죽지세로 아테네를 향해 진격하다가 마라톤 전투에서 그만 대패하고 말았습니다.

다리우스의 뒤를 이어 그의 아들 크세르세스 1세가 왕이 되었는데, 크세르세스 역시 아버지가 못 다한 그리스 정복을 지상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온 나라의 힘을 모아 제3차 페르시아전쟁을 일으켜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두었지만, 살라미스 해전에서 패전하고 그리스 정복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저의 대학 시절 교수님은 이 페르시아 전쟁을 가리켜 페르시아가 못이긴 전쟁, 그리스가 안진 전쟁이라고 하셨어요. 페르시아는 대제국이고 그리스는 작은 도시국가들의 동맹이기 때문에 상대가 안되는 싸움이었거든요. 또 이 전쟁으로 인해서 페르시아가 국력에 손실을 입거나 영토가 축소된 것도 아니니까요. 어쨌든 이렇게 해서 페르시아는 끝내 그리스를 정복하지 못하고 말았는데, 결국에는 알렉산더 대왕의 그리스 군대에 페르시아 제국이 무너지게 되지요.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염두에 두고 본문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아하수에로는 인도에서 구스까지, 즉 인도의 북서부 펀잡 지방, 오늘날의 파키스탄에서부터 이집트 너머까지를 다스렸다고 했는데, 이것은 이미 그의 아버지 다리우스 1세 때 확보한 영토이지요. 워낙 방대한 영토이다 보니까 이것을 행정구역으로 나누어 보니 127개의 도가 되었습니다. 고대의 대제국들에게 있어서 가장 골칫거리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변방의 반란입니다. 지리적으로 멀다는 것은 중앙의 권력이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중앙권력에 도전하거나 독립을 꾀하는 세력에게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위대한 정복자의 뒤에는 반드시 유능한 행정가가 나와서 나라를 잘 관리해야 제국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정복자가 거대한 제국을 건설해 놓고 갑자기 죽어버리거나 유능한 후계자가 나오지 못하면, 마치 자기 몸을 스스로 콘트롤할 수 없어 멸망했다고 하는 공룡처럼, 제국 자체 내에서 붕괴가 일어나게 됩니다. 아하수에로의 아버지 다리우스 1세는 정복자로서도 큰 업적을 세웠지만, 그렇게 건설한 대제국을 잘 조직하고 정비한 행정가로서 더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리고 페르세폴리스와 수사를 건설하고 각각 여름 수도와 겨울 수도로 삼았습니다. 아하수에로가 통치하던 127도는 다리우스의 작품이었던 것이지요.

본문에 보면 아하수에로가 수사에서 왕위에 오른 지 3년만에 궁중잔치를 베풀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잔치의 규모를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을 만큼 대단합니다. 180일 동안, 그러니까 6개월 동안이나 잔치를 베풀었다고 했으니 정신나간 사람이 아니고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우리 성경에서는 아하수에로 왕이 왜 이처럼 정신나간 짓을 하고 있는지 이유가 설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본문만을 가지고 논의하다 보면, 이것은 과장일 것이다, 또는 기록에 오류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 가령 18일을 180일로 잘못 기록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게 됩니다. 결국 성경의 기록이 정확하지 못하거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아하수에로, 즉 크세르세스 대왕이 지금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 그리스 정벌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정신나간 짓 같은 궁중잔치가 지극히 정상적으로 이해됩니다. 온 나라의 힘을 하나로 모아 그리스를 정벌하기 위해서는 전국에 있는 모든 신하와 장수, 지방 세력들의 철저한 복종과 충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요. 첫째로 군대를 모집하는 일이 필요하고, 둘째로 원정을 나가 있는 동안 국내에서 반란이나 권력다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집안단속을 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들의 충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왕 자신이 충성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아하수에로는 그렇게 불러온 신하와 방백들에게 제국의 영화와 위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의 페르시아 제국 궁전이 얼마나 화려하고 대단했는지 잠깐 언급이 되어 있지요? 색색의 휘장을 대리석 기둥에 매어 한껏 잔치 분위기를 내고 있는데, 바닥에는 화반석, 백석, 운모석, 흑석을 깔았습니다. 거기다가 잔치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의자들은 금과 은으로 만든 것들입니다. 저는 나무로 만든 의자, 돌로 만든 의자에는 앉아 보았어도 금이나 은으로 만든 의자는 본 적도 없습니다. 솔직히 금으로 만든 의자가 얼마나 편하겠어요? 나무로 만든 의자가 더 편하고, 푹신한 소파는 더 낫지요. 하지만 금으로 의자를 만들어 내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왕의 위엄과 부귀를 과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슨 잔치를 6개월이나 계속했느냐는 것이 궁금하지요? 이것은 나라의 규모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127도의 모든 방백들과 장수들을 한꺼번에 다 초청해서 잔치를 벌일 수는 없었을 것 아닙니까? 만약에 그랬다가는 온 나라가 행정의 공백으로 마비상태에 빠질 것이 분명하지요. 그래서 어쩌면 조금씩 조금씩 로테이션으로 불러와서 잔치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기간이 6개월이나 걸렸을 것입니다. 어쨌든 6개월에 걸쳐 그만한 잔치를 벌였다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고, 그렇게 해서 아하수에로 왕은 온 나라의 충성을 확보하고 그리스 원정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을 것입니다.

전국의 방백들과 장수들을 위한 6개월의 잔치가 끝나자 왕이 이번에는 수도 수산 성에 있는 모든 백성들을 위한 잔치를 베풉니다. 여기서도 민심을 얻기 위한 아하수에로의 열심이 눈에 띄지요? 하여튼 일반 서민들에게 최고의 대접을 하는 것입니다. 왕궁 후원 뜰에서 금으로 만든 의자에 앉아 금잔으로 술을 마시게 하는 것입니다. 왕이 대접하는 술이 한이 없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또 왕이 베푼 잔치라고 해서 백성들이 불편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억지로 마시게 한다거나 또는 마시지 못하게 하는 일도 없고 누구나 마음 편하게 자기 원하는 대로 즐기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펴보려고 하는 에스더 이야기의 시작 부분입니다. 이렇게 잔치로 시작된 에스더의 이야기에는 유난히도 잔치가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부림이라는 유대인의 축제 이야기로 끝납니다. 특별히 에스더에서 눈에 띄는 한 가지 사실은 하나님의 이름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거나 기도하는 내용도 없고 하나님에 대한 찬양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책이 정경에 포함될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에스더의 이야기는 이스라엘 서기관들에 의해 가장 많이 필사된 책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랍비들에 의해 많은 주석이 쓰여져서 탈무드에 편집되어 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의 정경형성과정에서 이 에스더가 전혀 의심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또한 이스라엘의 절기 중 모세의 율법에서 언급되지 않은 부림절의 기원에 대해서 말하고 있기 때문에 유대교와 유대민족의 역사에 있어서도 이 에스더의 위치가 경시될 수 없지요.

비록 하나님에 대한 언급은 한번도 없지만, 켐벨 모간(Campbell Morgan)이 말한 것처럼, 에스더는 하나님에 관해 생각하지 않으면서 읽을 수 없는 책입니다. 룻이 이삭줍던 보리밭에 함께 계셨던 하나님은 에스더의 이야기에 나오는 왕궁의 여러 잔치 가운데서도 역사하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작은 시골의 보리밭을 근거로 입에 풀칠하며 살든지 아니면 복잡한 정보사회의 한가운데서 살아가든지, 또는 우리가 한국에서 본토인으로 살든지 혹은 이렇게 뉴질랜드에 와서 이민생활을 하고 있든지,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보호하시고 동행하시는 분이신 것을 우리가 믿습니다. 특별히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우리가 룻과 에스더의 이야기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이민생활을 슬기롭게 영위하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더 감사한 일이겠습니까? 가엾은 이방여인을 들어 메시야가 오시는 통로가 되게 하셨던 룻의 하나님, 먼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갖은 고난과 수모를 당하던 자기 백성을 구원하시는 에스더의 하나님이 오늘 여러분의 하나님이신 것을 발견하게 되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에게 룻의 이야기와 에스더의 이야기를 주신 하나님의 뜻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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