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한 신사의 과자 한 봉지

한 여인이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상점에 들어가 잡지 한 권과 과자 한 봉지를 사들고 아직 탑승시간이 남아 대합실에 앉아서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쳐다보니까 옆에 어떤 신사가 방금 자기가 놓아둔 과자봉지를 뜯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인은 깜짝 놀랐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몰라 그저 그 과자 하나를 집어 먹었습니다.그랬더니 그 남자도 아무 말 없이 과자를 집어먹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그렇게 말도 없이 계속해서 하나씩 집어먹다가 나중에는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는 마지막 과자를 집어 들더니 둘로 쪼개어 절반은 놔두고 절반은 자기 입에 넣은 후 씽긋 웃으며 자리를 떠났습니다.'세상에, 저런 강심장도 다 있나?'그렇게 생각하면서 여인은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잠시 뒤 그 여인은 비행기에 올랐으나 그 남자의 뻔뻔스런 모습이 계속 아른거려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그러다가 안경을 닦기 위해 휴지를 꺼내려고 가방을 열었더니 그 속에 자기가 샀던 과자봉지가 그대로 들어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열심히 집어먹은 과자는 실상 그 남자의 과자였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