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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운 가루같은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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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욱 목사(삼일교회)

나는 덩어리를 싫어한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오랫동안 놓아둬 덩어리가 된 커피는 싫어한다. 뭐든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덩어리가 된다. 덩어리가 된다는 것은 굳어졌다는 뜻이다. 요즘에는 별로 먹을 기회가 없지만 옛날에는 미숫가루를 많이 먹었다. 비상식량으로 가구마다 미숫가루를 장만했던 적도 있었다. 나는 미숫가루를 싫어한다. 그런데 심방을 가면 종종 미숫가루를 내놓는다. 원래 먹기 싫은 것은 빨리 먹어서 없애자는 심리가 있는 법이다. 워낙 싫은 것이라 급히 마셔버렸다. 먹어서 없애자는 의도였다. 그런데 목 중간에 미숫가루 덩어리가 걸린 것이다. 순간적으로 숨을 쉴 수 없었다. 동료가 등을 쳐주어서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었다. 살인미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 없이 화가 났다. 어쨌든 덩어리는 싫다. 예수님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 덩어리가 되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너희는 세상에 소금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성도는 뭉쳐 있으면 썩는다. 믿는 사람끼리 너무 뭉쳐 있으면 서로 공격하고 무너뜨린다. 믿는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다. 그래서 예수님이 오셔도 인정받기 힘들 정도의 기준을 세워놓는다. 믿는 사람끼리 모여서 서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며 괴로워한다. 성도는 세상의 빛이다. 빛은 어둠 속에 있어야 가치가 드러난다. 빛과 빛이 모여 있으면 영향력이 상쇄돼버린다. 미숙해 보이는 사람도 비신자 속에 들어가면 능력을 발휘한다. 세상 속에 뛰어들어 거기서 몸부림치는 것이 성도이다.

구약의 제사 중 소제가 있다. 소제는 곡물을 고운 가루로 빻아 드리는 제사이다. 오르티스는 성도는 으깬 감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으깨진다는 것은 고운 가루가 된다는 뜻이다. 고운 가루가 된다는 것은 깨진다는 뜻이다. 가는 곳마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으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 부서진 모습, 산산조각이 난 모습, 깨진 모습이 되어야 한다. 깨지면 자신의 형체는 사라진다. 그러나 영향력은 그대로 남는다. 하나님은 성도가 고운 가루, 깨진 모습으로 일하기를 원하신다. 영적 분쇄기로 부숴내야 한다. 혈기 질투 시기 교만 조급 인색 이기심을 깨라. 자아가 있고 교만이 있고 고집이 있으면 주님은 우리를 절구에 넣고 고운 가루가 될 때까지 빻으신다.

성도는 가루로 존재하는 것이지 덩어리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과거 용각산 광고 카피처럼 성도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운 가루이기 때문이다. 소리 없이 일하는 축복을 누리라.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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