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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성장촉진제의 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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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빨리 빨리 자라서, 여름에는 온 집이 담쟁이로 둘러싸였으면 하는 초조감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 꽃집 주인이 주었던 비료를 생각해 내고, 비료에 물을 타서 주기로 했다. 비료를 주고 난 후 자세히 비료봉투를 들여다보니, '성장촉진제' 라고 쓰여 있는 것이 아닌가?

'성장촉진제' 자연의 리듬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연의 힘을 초월해 보겠다는 성장촉진제! 나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이렇게 성급하고, 이렇게 자연을 거스르고 있구나, 나까지도 기다리지 못하고,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키려고 이렇게 약을 뿌리고 있었구나' 하고 온몸이 오싹해 오는 전율을 느끼면서 나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도 모두 성장촉진제를 주어서 기른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콩나물은 물론, 가지도, 호박도, 오이도, 깻잎도, 파도, 마늘도, 카네이션도, 장미도, 꽃도 .... 꽃나무들도, 성장촉진제, 혹은 비료가 없이는 저 빌딩 속의 온실도, 골프장의 잔디도, 대저택의 멋진 정원도 푸르를 수가 없다는 말인가?

태양이 있고, 바람이 있고, 비가 있는데 우리는 언제부터 이토록 과학적이고 이토록 성급하고, 이토록 조작적이고 인공적인 것을 좋아하게 되었단 말인가? 내가 성장 촉진제를 듬뿍듬뿍 뿌려주었는데도 담쟁이덩굴은 자라지 않고 있었다.

자라지 않을 뿐 아니라 말라가고 있었고 그 옆의 흙에서는 오히려 풀들이 더욱 힘차게 자라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성장촉진제를 비웃기나 하듯이 담쟁이덩굴은 비실거리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약물 뿌린 것을 씻어 내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물을 주고 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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