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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자리와 루시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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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인사 청문회를 보면 자리에 따라 역할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늘 검사의 입장에서 서 있던 야당은 변호사로, 늘 변호사의 입장에 서있던 여당은 검사의 입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같은 국회의원이지만 자리가 바뀌니까 역할도 달라졌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자리에 따라 인간의 역할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루시퍼 이펙트⌟란 책에서 저자 필립 짐바르도는 “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1971년 8월, 당시 38세의 젊은 심리학자였던 필립 짐바르도는 ‘반사회적 행동 연구’의 일환으로 모의 교도소 실험을 계획하였습니다. 그는 ‘교도소의 생활이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광고를 내고 실험에 참가할 지원자를 모집했습니다.

이 실험은 2주간 일반 교도소와 같은 시스템으로 돌아가게 해 그들 사이에 어떤 심리·행동 양식상의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면밀히 관찰하는 실험이었습니다. 광고를 보고 70여명이 지원을 하였고 이들 중 검사를 통해 심리적인 문제가 있거나 병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시켰습니다. 범죄나 마약과 관련한 전과자도 제외시키고 보통 사람들을 대표할 만한 사람으로 24명의 실험 참가자를 선발하였습니다. 실험에 참가하는 대가로 하루에 15불을 주었습니다.

동질적인 구성원들을 임의적으로 두 집단으로 나누었습니다. 한 집단은 교도관의 역할을, 다른 한 집단은 죄수의 역할을 맡겼습니다. 경찰의 인도에 따라 참가자들은 눈을 가린 채 스탠포드 주립 교도소라는 곳에 수감되었습니다. 사실은 교도소 환경과 가장 유사하게 만든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과 건물의 감옥 세트였습니다. 참가자들은 교도관의 역할에 대하여 사전 지식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실험 시작 첫날 점호시간부터 상황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실험 이틀째의 날이 되자 아침에 예상치 못한 죄수들의 집단행동이 발생했습니다. 아침이 밝자 죄수들은 모자를 벗어버리고, 죄수복에 달려 있던 숫자를 잡아 뜯는가 하면, 감방 안에서 문을 향해 침대로 바리케이드를 친 채 방어 태세를 갖추기도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폭동에 대한 교도관들의 행동이었습니다. 교도관들은 일단 소화기를 가져와 죄수들을 향해 뿌려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문으로 들어가 죄수들을 진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도관들은 죄수들의 옷을 모두 벗기고, 감방 안에 있던 생필품들, 침대와 담요 등을 모두 밖으로 끄집어 낸 후 알몸인 상태로 죄수들을 감방 안에 넣었습니다. 폭동을 주도했던 죄수를 독방에 넣었습니다. 죄수들에게 가하는 체벌로는, 한 명씩 불러내어 push-up을 시키고 나머지 죄수들을 모두 벽을 바라보고 서 있게 하였습니다. 자발적으로 3명의 교도관들이 나서서 야간에 당직을 서기로 했고, 3교대로 9명의 교도관들이 번갈아 가며 한시도 놓치지 않고 죄수들을 감독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죄수들은 그들 사이에 팽배해진 불신으로, 서로를 믿지 못하고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는 반면, 교도관들은 몰라볼 정도로 강한 결속력을 가지게 됩니다.

실험이 시작된 지 36시간 만에 죄수 역의 참가자는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심한 정서 장애 및 혼란스런 사고와 감정을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실험 5일째로 접어들면서 일부 교도관이 죄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기 시작했고, 교묘한 방식으로 이들을 고문하고 체벌하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심한 정신과적 증상을 보이는 죄수들이 속출하기 시작하는 등 상태가 악화 일로를 걷게 되자, 결국 실험은 6일 만에 중단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실제 상황이 아니라 실험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여차하면 실험을 포기할 수도 있으며, 부모들도 사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교도관 역을 맡은 참가자들은 진짜 교도관처럼 행세하며 순식간에 정체성마저 거기에 맞춰 변해갔고, 수감자들 역시 일반 교도소 수감자들을 닮아갔습니다. 인간의 선악은 기질보다는 어떤 상황, 어떤 시스템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처한 상황에 따라 천사도 될 수 있고 악마로 바뀔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취약합니다. 신병훈련소에 들어간 민간인이 군대식 문화와 규범에 적응하는 것처럼 사회적 규범을 지키려는 인간의 의지는 바람직하지 않은 환경과 시스템에 노출되면, 순식간에 녹아 버립니다. 강력한 시스템 안에 있는 새롭고 낯선 상황에서‘나는 절대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며, 나쁜 시스템과 상황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과를 썩게 만드는 것은 썩은 사과 보다는 썩은 상자, 즉 시스템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간다고 말합니다. 환경 결정론을 전적으로 신봉할 수 없지만 자리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자리도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자리에 충성한다고 자신 안에 악마를 춤추게 해서는 안됩니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음지와 양지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보호받는 성숙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의 자리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은“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눅 6:31)”고 말씀하십니다♥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 목사 섬기는 언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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