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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표정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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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관공서의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양식과 한식으로 구분된 배식창구 앞에 길게 두 줄로 늘어서 있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여기저기 우산을 든 이들이 눈에 띄는데,
그들의 표정이 거의 한결같이 흐린 날씨의 사촌이기라도 한 듯 대부분 어둡고
침침했다. 한 명 한 명 얼굴을 뜯어보다가 괜히 심란해졌고 그 놀라운 공통점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배식을 하는 이들이나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이나,
서서 배식을 기다리는 이나 다 먹고 나서 식판을 정리하고 나가는 이들이나
한결같이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들 중 간간이, 웃음 띄운 얼굴들이 몇 있었다. 둘이나 셋이서 함께 와 식사를 하거나 동료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표정만은 확실히 살아 있었다. 살아 있는 것과 머물러 있는 것의 경계가 그렇게 다를 수 없었다. ‘살아 있는 표정이 되려면 함께 살아야 하는 거구나’,
‘표정이란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위해 더 가꿔가야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남의 표정을 허락없이 훔쳐본 그 값을 미소로 대신하기로 마음먹었다.
- 박정숙, 제주도 북제주군 납읍읍 금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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