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지리산 편지] 모새골 이야기

2005-05-11

① 내 친구 임영수 목사

지난 금요일(5월 6일)에 영성 수련 단지인 모새골의 봉헌식이 있었다. 설교자로 참석했던 나는 그날의 행사를 통하여 깊은 감동을 받았다.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송학리 골짜기에 세워진 이 수련원은 임영수 목사가 수년에 걸쳐 혼신의 정성을 쏟아 세우게 된 영성 수련장이다.

임영수 목사는 나와 동갑내기이고 신학교 동기생이자 서로가 아끼는 친구이다. 나는 비록 친구지간이지만 임 목사를 한국 제일의 목사라 여기고 있다. 임 목사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인물로 인격과 실력과 영성을 골고루 갖춘 목사 중의 목사이다. 그날 행사의 순서지에 임 목사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저는 1975년 4월에 목사 안수를 받은 후 목사로서 평생 ‘하나님과 인간을 탐구하는 구도자’로서 살아갈 것을 결심하고 지금까지 구도자로서의 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이 길이 평안, 자유, 기쁨의 길이 되었고 저만이 갖는 유일한 삶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이 유일한 길을 걸어오면서 목사로서 저의 삶의 방식에 몇 번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목사로서 제가 최종적으로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 일은 작은 ‘영성 공동체’와 ‘영적 치유’에 대한 사역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공동체 정신이 아쉬운 이 시대에 참다운 영성 공동체를 세워 나가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겠는가!  

② - 비전

모새골이란 이름은 ‘모두가 새로워지는 골짜기’란 말에서 첫 글자를 따온 이름이라고 임영수 목사가 밝혔다. 우리 시대에 교회로서나 나라로서나 이 이상 더 적절한 이름이 없을 것이다. 모새골에 헌신하고 있는 일꾼들은 모새골의 비전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경작하고 돌보도록 창조하신 세상(정원)은 너무 황폐해져 가고 있습니다. 황폐해져 간다는 의미는 자연 환경의 파괴, 사회 질서의 붕괴, 인간성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은 인간이 살기 어려운 곳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세상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새롭게 하시겠다’는 약속을 주셨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바로 이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의 파트너(partner)는 인간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정원, garden) 안에 있는 ‘모새골’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새롭게 발견하고 현실을 초월하는 삶을 살아가는 ‘영적 정원사’(gardener)들의 공동체입니다. 모새골 공동체는 오늘 우리 세대에서 믿음, 희망, 사랑으로 살아가는 삶을 추구해 갑니다.”  
  
③ - 모새골과 한국 교회

연전에 오랜 서울 근무 후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한 일본 기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에게 그간의 한국 체류 경험을 통하여 느낀 한국인들의 단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솔직히 말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나의 요청에 그가 한동안 머뭇거린 끝에 자신이 느낀 한국인들의 단점 딱 한 가지를 지적해 주었다.

“참 훌륭한 국민들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훈련이 안 된 국민들이란 점이라고나 할까요?”

나는 그가 지적하는 바가 어떤 의미인지를 얼른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터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점은 한국 교회 교인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한국 교회는 자랑스러운 교회이고 한국 교회 교인들은 이미 세계 교회가 인정하는, 열심이 있는 교인들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약점이 있다. 그 약점으로 인한 부정적인 그늘이 너무나 두드러져 이제는 사회로부터 빈축을 사는 처지가 되고 있다. 다름 아니라 훈련이 안된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훈련의 핵심은 바른 영성(Spirituality)에 대한 훈련이다. 그런데 이제 때가 되어 모새골 같은 훌륭한 영성 훈련장이 시작되었기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우리 모두가 모새골의 참여자가 되고 후원자가 되어 바람직한 영성 훈련장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