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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지리산 편지] 한국 보수 세력의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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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4

한국에서 보수 세력은 완패하였다. 두 번에 걸친 대선에서 패배하였고 17대 총선에서도 실패하였다. 물론 한나라당의 실패였으나 한나라당의 실패만이 아니라 한국 보수 세력 전체의 실패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보수 세력은 왜 실패하였을까? 한국 보수 세력 실패의 원인은 갑자기 당한 것이 아니다. 마치 암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쌓여온 원인들이 자라서 실패에 이르게 되었다.
출판사 바오에서 출간한 ‘한국의 보수를 논한다’는 책에서 서울대학교 박효종 박사의 탁월한 글이 실려 있다. 보수주의자들의 칠거지악이란 제목에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꾸었는가’란 부제가 붙어 있는 이 글에서 박 박사는 한국의 보수 세력이 범한 일곱 가지 죄를 논하고 있다.

1.첫째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죄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한결같이 시대의 흐름이 변화한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만일 그것을 알았더라면 스스로 변화하여야 할 것을 알았을 것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변화의 기치를 내걸고 한국이란 틀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보수 세력은 변화를 거부했다. 보수의 레테르였던 반북∙친미, 경제 성장, 기득권을 어느 하나도 버리지 못한 채로 항상 보수의 태평성대가 유지되어 갈 것으로만 믿고 있다가 낭패를 당하게 된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시대정신(Zeitgeist)도 바뀌게 될 것임을 몰랐던 것은 죄악이었다. 왜 몰랐을까? 아마 기득권 누리기에 흠뻑 젖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리고 있는 작은 이익이 계속될 것으로만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요즘 들어 황혼 이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백년해로를 약속하였던 부부건만 왜 늘그막에 이혼을 하게 되는 것일까? 젊어서든 늙어서든 부부가 이혼을 하지 않으려면 늘 새로워지는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를 못하고 늘 같은 모습을 보며 살아야 하는 식상함에서 황혼녘이나마 이혼을 하게 되는 것일 게다.

부부와 마찬가지로 보수 세력도, 보수주의자들도 ‘보존’을 기본으로 하지만 항상 새로워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 세력은 불평한다. ‘개혁’이니 ‘변화’니 ‘진보’니 하는 좋은 말들은 진보 세력에게 다 빼앗겨 버리고 보수 세력에게는 ‘수구’와 ‘꼴통’만 남았노라고 불평하며 한탄한다. 과연 그럴까? 값어치 있는 것들은 진보 세력이 다 차지하고 보수 세력에게는 하찮은 구닥다리들만 남아 있을까? 전연 그렇지 않다. 인간은 새것에만 끌리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것, 옛것에도 끌린다. 한국 보수 세력이 지은 죄는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이다. 옛것 지키기는 ‘새것 만들기’보다 먼저 있어야 할 가치이다. ‘옛것 지키기’는 절대로 시대착오적인 행동이 아니다. 서구의 르네상스는 옛것을 지키며 그 속에서 새것을 찾아낸 운동이었다.

우리의 현대사는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그 절망적이었던 50~60년대에서 우리는 좌절을 딛고 일어나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하여 낸 무척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런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키는 보수 운동의 바탕에서 ‘새것 만들기’에 헌신하는 개혁 운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광복 후 나라 안팎의 모순과 좌파 세력의 극심한 도전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을 건국하였다. 그리고 곧이어 일어난 6·25전쟁에서도 나라를 굳건히 지켰다. 그 이후로도 숱한 시련과 도전을 겪으면서도 나라의 기틀을 지켜 나왔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피를 흘리고 땀을 흘렸다. 요즘 들어 말도 많은 국가보안법 같은 법도 나라를 지키는 마지노 요새를 세운다는 뜻에서 만들어졌던 법이었다.

그러나 보수 세력이 결정적으로 잘못한 것이 있다. 지키기만 하고 가꾸지를 못한 점이다. 국가란 공동체를 세우고 유지하는 데에 힘을 쏟았지만 공동체의 질을 높이고 민주주의의 질을 높이는 일에는 소홀히 하였다. 한국이란 국가 공동체를 한 가정 공동체에 빗대어 말하자면 먹고사는 데만 관심을 쏟느라고 웰빙(Well-being)의 개념,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 신경 쓰지를 못하였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일하고 건설하느라 밖은 내다보지 못하였고 미래를 전망할 여유와 안목을 지니지 못하였다.

그리고 사회 전체가 부정, 부패로 흔들리고 있음에도 보수 세력은 태평성세가 계속될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결국 보수 세력이 국정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을 때에 공동체 가꾸기와 고치기를 게을리 하였기 때문에 보수를 자임하던 정당이 두 번이나 패배하는 결과를 감수하게 된 것이다.

4.권위와 권위주의를 혼동한 죄

한국의 보수 세력은 권위와 권위주의를 동일시하는 과오를 범해 왔다. 권위란 명령과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리이다. 권위는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여 나감에 있어 핵심적 가치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원주의 사회이기에 의견은 언제나 나누어지게 되고 논쟁은 끊임없이 벌어지게 되기 마련이다. 이에 공동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경우 권위가 요청된다. 그러나 문제는 권위와 자율성이 서로 부딪친다는 데 있다. 권위가 자율성을 존중하려면 올바르게 행사되어야 하거늘 한국의 보수 세력은 권위의 사용을 그릇되게 사용하여 왔기에 권위가 권위주의로 전락하게 되고 만 것이다.

하이에크(F. A. Hayek)는 질서에는 인위적인 질서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질서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인위적 질서만을 강조하다 보니 권위주의적 질서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 대가로 권위 자체가 아예 없어지고 말았다.

⑤ - 특권 오용, 남용의 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말이 있다. 상류층, 특권층이 자신들의 지위를 누리기 이전에 솔선수범하여 섬기는 책무를 감당하여야 함을 뜻하는 말이다. 어느 사회든 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영향력이 보다 큰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일반 시민들보다 누리는 바가 많다. 그러나 동시에 봉사하여야 할 책임 역시 크게 된다.

그들의 위치나 그들의 지도력은 군림하고 누리는 리더십이 아니라 봉사하는 리더십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머리를 깎인 삼손이 카리스마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머물고 말게 되었듯이 섬기는 정신, 솔선수범하는 마음가짐이 없는 지도층도 그런 위치로 전락하게 된다. 로마 시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구 사회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귀족들이나 상류층이 훨씬 큰 희생을 치러 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천 탓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보수 지도층은 그렇지를 못했다.

특혜를 누리면서도 탈세하였고, 자신들의 자녀를 군 복무에서 면제하였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특권을 누릴줄은 알았으되 조국과 공익을 위해 희생하려 들지 않았다. 그래서 도덕성을 갖추지 못하였던 한국의 보수 세력은 부패한 권위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특권이 빼앗길 수밖에 없게 되었고, 수구 꼴통이란 칭호로 불리게 되었다.  
  
⑥ - 자기실현에 안주하여 자기 초월을 못한 죄

한국의 진보 세력은 박해와 억압 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극복하면서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자신의 신념을 위하여 ‘자기 초월(Self-transcendence)’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한 예를 들자면 ‘야생초 편지’란 책을 쓴 황대권 씨의 경우가 있다. 무기수로 옥중에서 생쥐와 야생초와 더불어 살면서 원망과 시비를 잊은 채로 생명의 세계를 그리며 자기 초월을 이룬 모습은 감동이 넘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보수 세력에게는 그런 스토리가 없었다. 물론 대한민국 건국 때에나 6․25 전란을 맞았을 때에는 보수 세력의 헌신과 자기 초월의 스토리는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이 땅의 역사를 이끌어 가는 주역을 담당할 수 있었다. 그 후에도 산업화의 현장에서, 중동 사막의 열기 속에서 무(無)로부터 유(有)를 창조하던 때는 감동이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강의 기적’이란 신화 창조는 분명히 자기실현(Self-realization)의 이야기를 넘어선 자기 초월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감성적인 호소력을 지녔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보수 세력의 자기 초월의 신화는 계속 이어지지를 못하였다. 선배들이 터 닦아 놓은 기득권 지키기에만 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반공, 친미, 경제성장의 구호만 되풀이하고 있으면 태평성대는 계속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민주화가 이루어지게 되면서 진보 세력의 자기 초월의 이야기가 지난날 보수 세력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새로운 감동의 소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자기 초월을 할 용기를 잃은 보수는 점차 ‘나약하고 부패한 보수’란 이미지로 전락해 갔다. 강한 보수가 되려면 자기 혁신과 자기희생을 치르며 자기 초월을 이루어 나가야 하거늘 그렇게 할 용기를 잃은 죄를 짓게 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 사회를 이끄는 중심에서 밀려나는 신세가 되었다.

⑦ - 베풀지 못한 죄

지난날 한국의 보수 세력이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자금을 제공하였지만 정작 사회의 그늘진 곳에 도움을 베푸는 일에는 너무나 인색하였다. “베푸는 데에 인색한 자는 있는 것까지 빼앗기게 된다.”는 것은 성경에서 가르쳐 주고 있는 말이다.

이웃에게 베풀고 나눈다는 것은 단순히 자선 행위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보험 행위로 연결된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도움을 받는 자보다 돕는 사람 자신에게 더 큰 유익을 준다. 가진 사람들이 베풀지 않으면, 어려운 처지를 참을 수 없다고 느끼게 된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힘으로라도 빼앗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된다. 그래서 “베풀지 않으면 빼앗긴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간에 우리 사회에서 주류(main stream)를 이루었던 보수 세력은 부와 권력, 명예와 이권을 싹쓸이하였다. 그렇게 싹쓸이하였기에 이제는 싹쓸이로 빼앗길 위협에 노출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재벌 기업이 가지는 순기능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왜 국민들은 재벌 기업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대할까? 그것은 재벌 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영역에까지 침범하여 싹쓸이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베풀지 못하는 죄를 범하여 왔기에 이제는 오히려 있는 것까지 빼앗기게 되는 위험에 직면케 되었다. 이제나마 심기일전하여 베푸는 삶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할 때 위대한 보수의 시대가 다시 열리기 시작할 것이다.

한국 보수 세력의 유일한 선택

한국 보수 세력이 알게 모르게 지은 죄목들을 앞에서 지적하였다. 이제 보수 세력이 하여야 할 바가 무엇인가? 그 답을 성경에서 찾아보자. 성경은 우리들에게 말해 준다. 개인이든 공동체이든 ‘죄를 지은 것’을 첫 번째로 탓하지 않는다. 성경이 우리에게 가장 먼저 탓하는 것은 “왜 지은 죄를 회개하지 않는가?”이다. 그리고 “지은 죄를 회개하는 자들에게는 그 죄를 없었던 것으로 용서해 주고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문제는 회개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점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회개는 그냥 입으로만 “잘못하였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회개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삶 자체가 근본에서부터 변화되는 삶이 따르는 회개를 요구한다. 그 점에서 우리는 솔개한테서 배워야 한다. 미래 재단의 구해우 이사가 며칠 전 한 신문에 ‘한국 보수가 솔개에게 배워야 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 있다.

솔개는 40여 년을 살면 발톱과 부리가 늙고 깃털도 너무 자라 하늘을 날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이에 솔개는 산 정상 부근으로 올라가 부리로 바위를 쪼아 자신의 부리를 깨뜨리고 빠지게 한다. 그리고 새것이 돋아나게 한다. 극심한 통증을 감내하며 그 작업을 한다. 그 후 새롭게 돋아난 부리로 자신의 늙은 발톱을 뽑아내고는 새 발톱이 나게 한다. 그리고 깃털도 모두 뽑아내어 새 깃털이 자라나게 한다. 이 같은 고행을 약 반년간에 걸쳐 행하게 되면 솔개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여 30여 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된다.

지금 한국 보수 세력이 행하여야 할 바가 바로 이런 솔개의 작업을 본받는 것이다. 1년이든 2년이든 뼈를 깎는 고통을 참고 견디며 환골탈태,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켜 새로운 보수, 참된 보수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이려니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이를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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