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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이한규의 사랑칼럼) 인생 전선 이상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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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6.23 (제 33호)       인생 전선 이상 없습니까?

   레마르크의 소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전쟁의 비극을 일깨워주는 소설입니다. 1차 세계 대전 중, 한 독일교사의 “조국이 부른다”는 연설에 감명 받아 주인공 폴 보이머를 비롯한 고교급우 7명이 참전을 결심합니다. 그들은 애국심으로 무장하고 전선으로 향했지만 전쟁터는 오직 살기 위해 사람을 한없이 비정하게 만들고, 인생의 무의미로 사람을 질식하게 만드는 세계였습니다.

  전쟁터에서 전우애는 깊어졌습니다. 친구들이 함께 있는 한 전쟁 중에도 약간의 유쾌함과 이상이 있었습니다. 그런 전우들이 한 명씩 죽는 것을 보면서 보이머는 애국이란 이름으로 치러지는 전쟁에 깊은 회의를 갖고 전쟁 막바지에 총을 내던지며 적을 향해 소리칩니다. “당신이 왜 내 적입니까? 우리는 다 우리를 전쟁터에 보내고 눈물짓는 부모들의 불쌍한 자식들이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불쌍한 영혼들입니다.” 그에게 적군과 아군은 없고 오직 인류라는 우군만 보이면서 그의 전우애는 점차 인류애로 발전하게 됩니다.

  결국 친구들은 다 죽고 보이머만 끝까지 살아남지만 그도 1918년 10월 어느 맑은 가을날, 전장의 휴식 중에 평화롭게 나는 나비에게 손을 뻗다 적의 총에 맞아 무표정한 모습으로 죽습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거대한 전장에서 전혀 의미를 주지 못한 채, 그날따라 유난히 평온했기에 상부에 올려진 보고서에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전쟁은 사람의 이성과 이상을 짓밟고 인간성을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전쟁은 영웅을 만드는 환상적인 게임이 아닙니다. 남의 전쟁은 환상적인 게임 같아도 나의 전쟁은 무서운 현실입니다. 전쟁의 당사자가 내가 되고, 전쟁의 피해자가 내 가족과 내 친구라면 그때 전쟁은 피맺힌 절규가 됩니다. 전쟁은 애국심으로 치러지지만, 결과적으로 전쟁이라는 고급오락에서 인간 영혼은 장기판의 말과 같은 무의미한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평소에 반전을 주장하는 청년도 막상 전쟁이 일어나면 어쩔 수 없이 자기 가족과 나라를 위해 전쟁터로 달려가 사람에게 총을 쏴대야 합니다. 그처럼 전쟁은 사람의 꿈과 희망과 인간성을 짓밟습니다. 전쟁은 소수의 지도자에게는 흥미진진한 체험이 되겠지만 대다수의 일반 사람들에게는 인간성의 파괴라는 무서운 결말을 가져다줍니다. 전쟁은 일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많은 사람의 희망을 무섭게 약탈해갑니다. ‘수많은 거짓’을 살려내려고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전쟁은 우리가 절대 보지 말아야 할 비극입니다.

  이제 딱지 붙이기를 삼가야 합니다. 어느 나라 사람, 어느 지역 사람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내 편이 아니면 다 무너뜨려야 할 적으로 보는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서로에게 총을 발사하지 말고, 전쟁과 미움을 향해 총을 발사해야 합니다. 인간을 찌르는 칼을 버리고 찢어진 인간성을 감싸주는 붕대를 손에 쥐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우리의 사랑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악인조차 ‘보다 더 사랑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인생 전선에 이상이 없게 될 것입니다.

ⓒ 이한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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