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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하나님에게서 칭찬받는 사람 (롬 2: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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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에게서 칭찬받는 사람 (롬 2:17-29)


바울은 스스로를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사도의 직분을 받았다고 믿고 있었습니다(롬1:5). 그렇다고 그가 동족인 유대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바울은 본문이 들어있는 편지의 후반부에서 쓰기를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참말을 하고 거짓말을 아니하노라. 나에게 큰 근심이 있는 것과 마음에 그치지 않는 고통이 있는 것을 내 양심이 성령 안에서 나와 더불어 증언하노니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롬9:3)라고까지 할 만큼 뜨거운 동족애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어디 가나 먼저 회당을 찾아가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곤 했습니다.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그에게는 모두 복음전도의 대상이었고 구원의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바울은 앞서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로다.”(롬1:16)라고 쓴 바 있습니다. 또 “악을 행하는 각 사람의 영에는 환난과 곤고가 있으리니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며 선을 행하는 각 사람에게는 영광과 존귀와 평강이 있으리니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라. 

이는 하나님께서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아니하심이라.”(롬2:9-11)고 함으로써 복음에 의해 구원받고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심판을 받는 데 있어서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근본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렇게 유대인들이 구원에 관련해서 어떤 특권의식이나 우월감을 가질 수 없음을 밝힌 바울은 오늘 본문에서는 그 입장을 더욱 강하게 표명하고 있습니다. 

유대인임을 자랑하는 이들에게 그들 신앙의 실상을 통렬히 비난하며 참 유대인이 어떠해야 할 것인지를 밝히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그렇게 한 것은 자신의 동족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근본목적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 주어진 복음이 아니고 그저 그들이 자랑하는 율법과 그 행위에 따라 스스로를 의롭다 여기는 착각 속에서 멸망의 심판에 이르지 않도록 하려는 심정에서였습니다. 

사도 바울은 본문 17-20절에서 유대인들이 갖고 있던 영적 우월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영적 우월감이란 스스로 “율법을 의지하며 하나님을 자랑하며 율법의 교훈을 받아 하나님의 뜻을 알고 지극히 선한 것을 분간하며 맹인의 길을 인도하는 자요 어둠에 있는 자의 빛이요 율법에 있는 지식과 진리의 모본을 가진 자로서 어리석은 자의 교사요 어린 아이의 선생이라.”고 믿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이어서 유대인이라는 것 자체가 그러한 영적 우월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그는 유대인들이 스스로 자랑하는 율법을 그들 자신이 범하고 그 결과로 하나님을 오히려 욕되게 하는 실례를 몇 가지 들어서 그들의 영적 우월감의 허구성을 질타합니다. 본문 21-24절입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네가 네 자신은 가르치지 아니하느냐? ‘도둑질하지 말라.’ 선포하는 네가 도둑질하느냐? ‘간음하지 말라.’ 말하는 네가 간음하느냐? 우상을 가증히 여기는 네가 신전 물건을 도둑질하느냐? 율법을 자랑하는 네가 율법을 범함으로 하나님을 욕되게 하느냐? 기록된 바와 같이 하나님의 이름이 너희 때문에 이방인 중에서 모독을 받는도다.” 

이렇게 유대인들의 가지고 있던 영적 우월감의 근거가 허약함을 적시한 사도 바울은 그의 비판에 쐐기를 박는 발언을 합니다. 그것은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으로서의 표지로 삼고 있었던 할례를 거론한 것입니다. 할례를 받았다는 그 자체가 그들의 영적 우월성의 담보가 될 수 없음을 선언한 것입니다. 본문 25-27절입니다: “네가 율법을 행하면 할례가 유익하나 만일 율법을 범하면 네 할례는 무할례가 되느니라. 그런즉 무할례자가 율법의 규례를 지키면 그 무할례를 할례와 같이 여길 것이 아니냐? 또한 본래 무할례자가 율법을 온전히 지키면 율법 조문과 할례를 가지고 율법을 범하는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겠느냐?” 

율법을 알기만 하고 지키지는 않으면 할례가 아무 유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 할례를 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율법을 잘 지키면 할례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할례를 받고도 율법을 지키지는 않는 사람을 정죄할 수 있다는 것은 유대인들을 격분시킬 수 있는 지독한 비판입니다. 사도 바울은 고전7:19에서도 “할례 받는 것도 아무 것도 아니요 할례 받지 아니하는 것도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하나님의 계명을 지킬 따름이니라.” 하고 갈6:15에서도 “할례나 무할례가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새로 지으심을 받는 것만이 중요하니라.” 합니다. 

우리는 사도 바울이 실제로 율법을 범하는 유대인들을 질타하며 유대인이라는 외적 신분 자체만 가지고 영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기는 사고를 비판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는 보다 근본적으로 유대인이든 누구든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인정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율법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고 있음을 봅니다. 이것은 곧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오직 믿음으로 되는 것임을 말하기 위한 포석이 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유대인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 안에 주어진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하여 잘 지키지도 못하면서 율법으로 자만심에 빠져있는 그들의 그릇된 사고를 깨뜨리려 한 것입니다. 

본문 28-29절은 오늘 본문의 결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릇 표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 아니요 표면적 육신의 할례가 할례가 아니니라. 오직 이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며 할례는 마음에 할지니 영에 있고 율법 조문에 있지 아니한 것이라. 그 칭찬이 사람에게서가 아니요 다만 하나님에게서니라.” 사람들은 겉모양밖에 볼 수 없고 그래서 문자적인 겉모양의 율법준수만을 보고 사람을 의롭다고 판단하며 칭찬도 하겠지만 참으로 의로운 유대인이라면 하나님에게서 칭찬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오직 이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라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택하신 백성으로서의 유대인의 표지인 할례는 마음에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모세를 통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마음과 네 자손의 마음에 할례를 베푸사 너로 마음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게 하사 너로 생명을 얻게 하실 것이라”(신30:6) 가르치신 바 있습니다. 마음의 할례란 문자적이고 형식적으로 몸에 행하는 것이 아니라 옛 죄의 본성을 잘라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야 참된 할례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하나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성령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마음의 할례가 아닌 할례를 가지고 영적으로 우월하다고 착각하고 스스로를 의로운 존재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율법을 완벽하게 지킬 수 없는 인간에게 하나님께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만을 보시고 의롭다 하시겠다는 은혜의 선물, 그것이 바로 복음인 것입니다. 복음을 받아들이는 믿음, 그것만이 우리가 하나님에게서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인 것입니다. 

지난주 우리는 예배 중에 세례예식을 행하였습니다. 또 오늘은 예배 중에 성찬예식을 행하게 될 것입니다. 세례도 성찬도 모두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해서 죽으시고 우리의 죄를 다 씻어주셨으며 이제 그를 믿기만 하면 구원과 새 생명을 얻고 영원히 복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신앙을 고백하는 예식입니다. 할례가 마음에 해야 참 할례이듯이 세례도 성찬도 마음속에서 참 믿음으로 행해야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할례가 아무 유익이 없듯이 세례도 성찬도 아무 유익이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시고 그 중심을 보십니다. 우리 모두 오늘 마음으로 참된 신앙을 고백하며 성찬에 참여할 뿐 아니라 날마다 마음으로부터의 믿음의 삶을 실천함으로써 하나님에게서 칭찬받는 참 하나님의 백성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수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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