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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삼상 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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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삼상 7:12-17) 
 
 
❚지금까지 지내온 것

“목사님, 우리 교회에 얼마나 오래 계실 겁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저는 속으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제가 지난 2003년 7월 10일 교회에 처음 부임하고 갓 한 달쯤 지나서 8월 15일 광복절 공휴일에 ‘전교인 1일 영성수련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설교를 마치고 나서 ‘담임목사와의 대화’라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저는 앞에 서고, 성도들이 자리에 앉아 저에게 이런저런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자리였지요. 

이제 갓 40된 젊은 목사가 새로 부임했으니 성도들로서는 궁금한 게 꽤 많았을 겁니다. “교회 첫 인상이 어떠냐?” “앞으로의 목회 계획은 어떠냐?” 등등 많은 질문이 나왔는데, 누구였는지 지금 기억은 안 나지만 이런 질문이 나온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 얼마나 오래 계실 겁니까?” 여러분이 생각해도 좀 갑작스러운 질문이지요? 아마 “젊은 목사님이 서울에서 새로 왔는데 과연 이 지방에서 얼마나 오래 목회할 수 있을까? 좀 오래 계시면 좋을 텐데...” 하는 좋은 마음으로 물으신 것이겠지요. 그런데 지금 와서 얘기지만 그 질문을 받고 참 난감하더군요. 

왜냐하면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이거였거든요. “그건 제 소관이 아닙니다. 목사가 이 교회 오래 있고 싶다고 해서 오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떠나고 싶다고 해서 떠나는 것도 아니고 그건 순전히 하나님 뜻입니다. 오래 있고 싶어도 하나님이 가라시면 가야 하는 게 목사고, 떠나고 싶어도 있으라 하시면 있어야 하는 것이 목사 아닙니까?” 이게 정답인데요, 이렇게 말하면 혹시 오해도 받을 것 같고, 또 부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목사가 이렇게 대답하기도 어려워서 잠시 망설이다가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잘 해주시면 오래 있지요.” 혹시 여러분 중에 그때가 기억나는 분이 계십니까? 자칫 아주 심각한 질문이 될 수도 있는데 제가 대답을 잘 했는지 모두가 ‘왁’하고 웃고 그 자리가 잘 끝났습니다.

그리고는 꼭 1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우리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정말 이 10년 동안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대통령이 두 번 바뀌고, 교회 큰 길 건너편 허허벌판에 커다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습니다. 세상도 많이 변하고 교회는 더 많이 변했습니다. 성도들도 참 많이 바뀌고,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무엇보다 새성전을 지어 입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꾸 10년 전에 받았던 그 질문이 다시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목사님, 우리 교회에 얼마나 오래 계실 겁니까?” 그리고 제 대답 “잘 해주시면 오래 있지요.” 그 말들이 자꾸 떠오릅니다. 아마도 1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보내면서 감사한 마음이 앞서서 그런 것 같습니다. 성도 여러분이 그 동안 저에게 정말 ‘잘’ 해주셨습니다. 그러니까 오래 있었지요. 제가 부족한 면도 너무 많고 약한 점도 너무 많은데 저를 과분하게 사랑해 주셨습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40의 젊은 나이에 담임목회가 처음인 제가 뭘 알았겠습니까? 지금도 부족한 것투성이인데 그때는 오죽했겠습니까? 우리 장로님들이나 성도님들 눈에 제 부족한 것이 너무 많이 보였을 텐데, 실수도 참 많았을 텐데 꾹 참아주시고 기다려 주셨습니다. 그래서 지난 10년 세월 별 탈 없이, 큰 문제없이 목회해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정말 저한테 잘 해주신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헌데 물론 이렇게 여러분이 잘 해주신 점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서 가장 큰 감사의 제목은 역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찬송가 가사처럼 지난 10년 동안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입니다. 그래서 오늘 부임 10주년을 맞이하며 어떤 말씀을 함께 나눌 것인가 생각하다가 제가 너무 좋아하는 말씀, 오늘의 본문 말씀을 나누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 같이 말씀으로 들어갑시다.

❚에벤에셀 하나님

큰 일 났습니다. 지금 이스라엘 백성의 철천지원수인 블레셋이 쳐들어온답니다.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비옥한 평야지대를 차지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늘 못살게 굴었던 원수 블레셋 민족이 또 쳐들어온답니다. 하도 호되게 당한 적이 많아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블레셋’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인데 이번에는 또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겠습니까?

그런데 이스라엘의 지도자인 사무엘은 전쟁준비를 할 생각은 안 하고 온 이스라엘 백성들을 베냐민 지파의 성소인 미스바로 모이라고 명령합니다. 거기서 온 백성이 금식하면서 하나님께 기도하자는 것입니다. 블레셋을 이길 힘은 우리의 창칼이나 무기나 군인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온 이스라엘 백성이 미스바에 모여 물을 길어 여호와 앞에 붓고 그 날 종일 금식하면서 하나님께 회개의 기도를 드립니다. 

“우리가 여호와께 범죄하였나이다. 용서해 주시옵소서!” 그런데 이렇게 온 이스라엘 백성이 다 미스바에 모여있다는 첩보를 듣고 블레셋 군대는 “옳거니, 이스라엘 백성들을 한몫에 몰살시킬 기회로구나” 싶어 지금 미스바로 쳐들어옵니다. 이 소식을 듣고 금식기도 하던 이스라엘 자손은 두려워 떨지요. 그래서 사무엘이 어린 양 하나를 잡아 온전한 번제를 여호와께 드리고 이스라엘을 위하여 여호와께 부르짖자 여호와 하나님이 응답하십니다. 하나님은 큰 우레를 발하여 블레셋 사람들을 어지럽게 하고 혼비백산한 블레셋 군대는 이스라엘 앞에 대패를 하게 됩니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이 바로 오늘 본문 말씀입니다.

사무엘이 전쟁에 승리한 후 어떻게 합니까? 큰 돌을 하나 취해서 미스바와 센 사이에 세웁니다. 그리고 그 돌의 이름을 ‘에벤에셀’이라고 부르지요. 에벤은 돌이라는 뜻이고, 에셀은 도움이라는 뜻이니 ‘도움의 돌’ 즉 여호와 하나님이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는 뜻인 것입니다. 저는 이 유명한 에벤에셀 사건을 통해 지난 10년 간의 목회에 대해 묵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크신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역시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지금까지 지내온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것이, 그리고 우리교회에서 10년 동안 목회한 것이, 그리고 우리 교회가 67년의 역사를 지내올 수 있었던 것이 모두 에벤에셀 하나님의 도우심이요 하나님의 은혜라는 사실입니다. 12절 말씀에 전쟁에 승리한 후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고 고백하며 에벤에셀의 돌을 세운 것처럼, 저는 깨닫습니다. 지난 10년 간 큰 탈 없이 목회 잘 하게 하신 것이 어디 제 힘이나 능력이겠습니까? 저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오직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려드립니다. 모든 영광은 저도 누구도 아닌 오직 하나님만 받으셔야 합니다. 왜요? 하나님이 다 하셨기 때문입니다. 정말 오직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둘째, 그러므로 앞으로도 오직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를 의지하여 목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목회’입니다. 이하준목사의 목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목회입니다. 목회(牧會)라는 말이 양을 친다는 뜻입니다. 성도들이 양이고 이 양무리를 잘 치는 것이 목회인데 가장 착각을 많이 하는 것이 목사가 목회하는 줄 아는 것입니다. 

아닙니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목사가 목회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하시는 겁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는 시편 23편의 다윗의 고백처럼 오직 여호와 하나님이 나의 목자시고, 우리 교회의 목자이십니다. 다만 목사는 그 대장 목자의 뜻을 받들어 심부름하고 순종하여 교회와 성도들을 돕는 작은 목자, 새끼 목자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 오직 주의 크신 은혜인줄 고백하며, 앞으로 남은 세월 목회할 때 오직 하나님의 뜻을 순종해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를 의지해 목회하려 합니다.

셋째, 저는 그 어떠한 제왕적 목회도 거부하고 오직 하나님의 종으로 목회할 것입니다. 제왕적(帝王的) 목회란 말 그대로 목회자가 왕처럼, 제왕처럼 힘을 갖고 군림하는 것을 뜻합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리더십이 있는데 하나는 아주 카리스마적이고 강력한 권력을 쥐는 제왕적 리더십이고 또 하나는 겸손히 섬기고 품어주는 종의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입니다. 목회자들도 이 두 가지 스타일이 다 있는데 가만히 보면 제 주변에도 제왕처럼 목회하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담임목사의 뜻대로 마음대로 합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따라갑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가끔 이런 목회자들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힘이 있어 보이거든요. 저도 사람이니까 “나도 저 분들처럼 좀 내 맘대로 목회하고 싶다” 할 때가 있지요.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깨닫습니다. “내가 어떻게 왕이 될 수 있는가? 나는 종인데...” 하고 말입니다.

오늘 본문 뒤에 나오는 8장 말씀에 보면 이런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블레셋의 침략을 물리치고 하나님께 감사의 돌, 에벤에셀을 세운 뒤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안 되겠거든요. “우리가 왜 맨날 블레셋한테 당해야 하지?” 생각해보니 블레셋은 온 국민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거든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왕이 있어서 왕이 한 마디 하면 온 국민이 척척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왕이 없고 사사만 있어요. 왕에 비하면 힘이 없고 초라해 보입니다. 

게다가 사무엘이 사사일 때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사무엘이 늙은 후 두 아들이 사사가 된 후에는 아버지처럼 안 하고 뇌물을 받고 판결을 마음대로 하거든요.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그래서 이스라엘 장로들이 늙은 사무엘을 찾아가 “우리한테도 왕을 주셔서 우리를 다스리게 해주시오” 요구하게 됩니다(8:5). 그런데 이런 요구를 사무엘도 기뻐하지 않았지만 하나님은 더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사무엘이 기도하자 하나님으로부터 돌아온 응답은 이것입니다. “너희가 왕이 도대체 뭔지나 아냐? 왕을 세우면 왕은 자기 맘대로 너희 자녀들을 징집해 군대에 보내고 징용해 고된 일을 시킬 것이다. 너희 재산을 세금으로 빼앗아갈 것이다. 그래도 왕이 필요하냐?” 

백성들은 그래도 끝까지 고집을 부려서 결국 하는 수 없이 왕을 세우게 되는데 그 1대 왕이 사울입니다. 이 사울이 나중에 어떻게 됩니까? 처음에는 정신 차리고 겸손하게 잘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중에는 정신이 나가요. 교만해지고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아 온 나라를 도탄에 빠뜨립니다. 여러분, 기억하십시오. 우리를 다스릴 왕은 오직 한 분, 하나님뿐이십니다. 대통령도 담임목사도 그 누구도 하나님 대신 우리를 다스릴 왕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오해하고 착각해서 내가 하나님 대신 왕 노릇하고 내 맘대로 하려고 든다면 그 결과는 절대 좋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멋있어 보이고, 힘 있어 보이고, 그리고 부러워 보일지 몰라도 아닙니다. 하나님 외에 모든 사람들은 다 종일뿐입니다. 그래서 저도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왕이 아닙니다. 지도자도 아닙니다. 다만 종일뿐입니다. 앞으로는 더욱더 하나님의 뜻을 따라, 더 겸손하고 낮아져 성도들을 돌보고 목회의 사명을 감당하는 좋은 종이 되려 합니다.

❚세 가지 기도제목

최근 목회 10년을 맞이하면서 저는 기도하며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나간 10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10년을 맞으면서 세 가지 기도제목이 생겼습니다. 또 세 가지지요? 제가 원래 세 가지를 좋아해요. 이제 이 세 가지 기도제목을 말씀드리고 저뿐 아니라 우리 교회 온 성도가 저와 함께 기도해달라고 부탁하려 합니다.

첫째, 오늘 본문 13절에 보니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같이 읽지요.

이에 블레셋 사람들이 굴복하여 다시는 이스라엘 지역 안에 들어오지 못하였으며 여호와의 손이 사무엘이 사는 날 동안에 블레셋 사람을 막으시매

블레셋은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의 원수요 대적입니다. 하나님은 사무엘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사무엘이 “사는 날 동안” 하나님의 손으로 블레셋 사람을 막으시고, 그들을 굴복시켜 다시는 이스라엘 지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십니다. 제 첫 번째 기도제목은 이렇습니다. “에벤에셀의 하나님! 제가 ‘사는 날 동안’ 제가 ‘목회하며 교회를 섬기는 동안’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셔서 어떤 환난도 우리 성도들에게 들어오지 못하게 하시고, 어떤 원수도 성도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옵소서!” 제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으로 말입니다. 여러분도 이 제목으로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둘째, 14절 말씀 함께 읽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에게서 빼앗았던 성읍이 에그론부터 가드까지 이스라엘에게 회복되니 이스라엘이 그 사방 지역을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서 도로 찾았고 또 이스라엘과 아모리 사람 사이에 평화가 있었더라

하나님이 사무엘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에게서 빼앗았던 모든 성읍을 도로 찾아 회복하게 하십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일찍이 없었던 큰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그래서 제 두 번째 기도제목은 “에벤에셀의 하나님, 제가 목회하는 동안 이미 환난과 고통 중에 있는 성도들은 주께서 다 회복시켜 주옵시고, 모든 성도와 모든 가정이 진정한 주님의 평화, 샬롬을 맛보며 살게 하옵소서!” 여러분도 이 기도제목으로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셋째, 15~17절 말씀 함께 읽습니다.

15 사무엘이 사는 날 동안에 이스라엘을 다스렸으되 16 해마다 벧엘과 길갈과 미스바로 순회하여 그 모든 곳에서 이스라엘을 다스렸고 17 라마로 돌아왔으니 이는 거기에 자기 집이 있음이니라 거기서도 이스라엘을 다스렸으며 또 거기에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을 쌓았더라

제 기도제목도 이와 같습니다. “에벤에셀의 하나님, 하나님의 사람 사무엘처럼 제가 사는 날 동안, 목회하는 동안 성도들을 잘 섬기고 돌보고 좋은 양식으로 잘 먹이게 하옵소서! 사무엘이 여호와를 위해 제단을 쌓은 것처럼 우리 교회가 예배가 회복되고 그 무엇보다 예배 중심으로, 예배의 능력으로 살아 움직이는 건강한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여러분도 이 기도제목으로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10년 동안 저와 함께 해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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