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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눈을 들어 밭을 보라 (요 4: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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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들어 밭을 보라 (요 4:27-38)


인디언 추장이 나이가 많아 자신이 죽을 날이 임박해 왔음을 느꼈습니다. 그는 자신이 죽기 전에 후계자를 세우기 위해 부족의 청년들을 모았습니다. 추장은 부족의 젊은이들에게 높은 산을 가리키며 저 산을 정복하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을 추장으로 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산의 정상을 정복한 사람은 정상을 정복했다는 증표를 꼭 가져 오라고 했습니다. 그 산은 매우 험악한 산이기에 정상에 오르려면 생명을 걸어야 했습니다. 부족의 모든 청년들이 도전했지만 모두 낙오하고 세 명만이 정상에 올랐습니다. 산의 정상에 오른 세 청년이 추장 앞에 나왔습니다. 추장이 그들에게 정상에 가서 가지고 온 증표가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첫 번째 청년은 꽃 한 송이를 내놓으며 ‘추장님, 산 정상에 가 보니 이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꽃이 있기에 그 꽃을 가지고 왔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추장은 고개를 끄떡이며 ‘그래, 나도 젊은 시절에 산 정상에 올라갔을 때 그 꽃을 보았다’ 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청년은 추장 앞에 한 마리의 새를 내려놓았습니다. ‘추장님, 산 정상에서만 사는 새를 잡아왔습니다.’ 추장은 미소를 지으며 ‘수고했다. 나도 정상에 올라갔을 때 그 새를 보았다’ 고 말했습니다. 

세 번째 청년이 추장 앞에 나왔는데 손에는 아무 것도 들려 있지 않았습니다. 추장은 청년에게 ‘산 정상에 가서 증표를 가져 오라 했는데 너는 왜 아무 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느냐’ 물었습니다. 청년은 ‘추장님, 저는 정상에 올라갔을 때 산 너머에 굽이쳐 흐르는 큰 강과 강 건너편에 펼쳐져 있는 비옥한 평야를 보았습니다. 그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우리 부족을 그곳으로 인도하면 지금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부족을 그 곳으로 인도해 부족의 부흥을 이루겠다는 비전을 마음에 품고 왔습니다’ 고 대답했습니다. 그 청년의 말을 들고 추장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래 수고했다. 내가 산 정상을 정복한 너희들에게서 얻고자 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추장으로 이루지 못한 꿈을 산 정상에서 품고 내려오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 말했습니다. 추장은 산 정상에서 새로운 비전을 품고 내려온 청년을 추장으로 세웠습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느냐에 따라 관심사가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집니다. 

오늘 본문에서 그런 예를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리로 가시던 중에 사마리아의 수가 성에 들어가셨습니다. 제자들은 먼 길을 여행했기에 배가 고팠습니다. 그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홀로 남으신 예수님은 우물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때 마을로부터 한 여인이 물을 길러 우물에 왔습니다. 그 때의 시간이 하루 중에 가장 뜨거운 정오였습니다. 이 시간에 물을 길러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연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창녀의 삶을 살면서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여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물을 길러 나온 여인과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깨닫게 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녀가 하나님의 백성의 자리에 다시 회복되기를 한 마리의 양을 잃어버린 목자가 잃은 양을 찾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계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을 깨달은 여인은 물동이를 버려두고 마을로 뛰어 들어가 마을 사람들을 향해 ‘와서 보라 내가 메시야를 만났다’고 외쳤습니다. 

마을에게 음식을 구해 온 제자들은 예수님께 음식을 드렸습니다. 예수님은 음식을 권하는 제자들에게 ‘나에게는 너희가 알지 못하는 먹을 양식이 있다’고 대답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우리가 없는 사이에 누가 예수님께 먹을 것을 갖다 드렸는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예수님은 어리둥절해 하는 제자들에게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이 관심은 고픈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예수님의 관심은 그들과 달랐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이 제자들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눈앞에 펼쳐진 들판은 보리가 누렇게 익은 모습이 아니라 막 피어오른 보리의 싹들로 파랗게 뒤덮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틴 지역에서는 보리를 10월에 파종합니다. 그리고 4월 정도에 추수합니다. 

예수님께서 ‘너희들이 넉 달이 지나야 추수할 때가 이르겠다 하지 아니하느냐’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보아 때가 12월쯤 된 것 같습니다. 제자들은 보리를 추수하려면 아직도 4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예수님은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하게 되었도다’라고 말씀하시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중심으로 판단하니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신 것은 보리를 말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수가 성 안에 하나님의 사랑을 간절히 사모하는 사람들을 말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사랑을 갈급하며 사모하는 영혼들을 추수할 곡식으로 비유한 것입니다. 사건을 보는 시각과 관심이 다른 것입니다. 보는 시각과 관심이 다르면 사건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집니다.

우리 교회가 10월 6일 주일부터 화곡고등학교 강당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다른 예배와 업무는 이 건물에서 다 이뤄집니다. 주일 예배만 그곳에서 드립니다. 8년 4개월 전에 이곳 지하에 보조 의자를 40개 놓고 개척 예배를 드릴 때부터 저희들은 건물보다 사람은 세우는 교회,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는 교회를 세우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8년을 지내오면서 우리들은 하나님께서 우리 행복한교회 위에 은혜를 주셔서 화곡고등학교 강당에서 예배하는 때가 오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어찌 보면 무모한 기도처럼 보였고, 쉽게 이뤄질 수 없는 매우 막연한 기도였습니다. 막연한 기도였지만 그 기도 안에는 더 귀한 교회 공동체가 되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교회가 되겠다는 고백과 바램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일이 진행 되었습니다. 이 일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보게 됩니다. 지난 6월 10일 오전에 화곡고등학교 교사로 계시는 박노철 집사님으로부터 부재중에 전화가 와 있었습니다. 전화를 했더니 박 집사님이 말씀하시기를 학교의 일로 교장실에 들어갔는데 교장 선생님이 염리동에 있는 어느 교회가 학교 강당을 빌려서 주일에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고 말하며 오늘 오후에 계약을 한다고 말씀하시더랍니다. 

박 집사님이 교장 선생님께 행복한 교회가 강당을 빌려 예배를 드리려고 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말 없이 다른 교회와 계약한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답니다. 그 말을 듣고 학교의 당국자들이 상의를 한 후에 만약 행복한교회가 주일에 강당을 사용하겠다고 하면 행복한교회와 계약을 하겠으니 내일까지 확정해서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박집사님이 급하게 저에게 전화를 하셔서 그 소식을 전해 주셨습니다. 갑작스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장로님들과 상의 끝에 그 날 저녁에 항존 직분자들을 소집했습니다. 상황을 설명하고 토론한 결과 힘들어도 화곡고등학교 강당으로 가서 예배를 드리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학교 측에 강당을 사용하겠다고 연락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후 결의지만 제직회와 공동의회를 통해 성도들의 의견을 물었고 성도들은 제직회와 공동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를 해 주셨습니다. 

공동의회를 통과한 주일 오후에 이춘섭 장로님이 위암 수술을 앞두고 있었기에 격려하기 위해 당회원들이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식사 중에 우리나라 교인이라면 대부분이 다 아는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의 요지는 그 분이 화곡고등학교 강당을 예배 처소로 사용하기 위해 화곡고등학교 이사장님에게 직접 전화를 했습니다. 이사장님은 그 분의 요청을 거절 할 수 없는 긴밀한 관계입니다. 이사장님은 행복한 교회에 빌려주기로 이미 결정을 했기에 요청을 들어 줄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 목사님이 저에게 전화를 해서 그 결정을 좀 보류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공동의회까지 다 결의했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고백할 수밖에 없는 것은 참으로 기가 막힌 하나님의 은혜이고 하나님의 때였다는 것입니다. 조금만 지체했어도 우리들이 화곡고등학교 강당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었습니다. 박노철 집사님이 다른 교회와 계약을 맺으려고 했던 날에 교장실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 사실을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결의하는 일을 조금만 미루었어도 또 다른 교회가 그 강당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들이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쉽게 화곡고등학교 강당으로 이동하는 것을 결정하지 못하자 하나님은 다른 교회를 지렛대로 삼아 우리로 하여금 쫓겨서라도 결정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때를 기가 막히게 조절해 주셔서 우리로 하여금 화곡고등학교를 사용하게 하셨습니다. 

제직회가 결의되던 주일에 교우들과 문 앞에서 인사를 하는데 강진범 집사님께서 제 손을 붙잡으시면서 ‘목사님, 꿈은 이뤄집니다’라고 말씀하실 때 감동이 되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일이 추진되고 꼭 한 달 만인 7월 10일 수요일에 학교에 올라가 계약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계약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위암 수술을 받은 아픈 몸을 병상에 기댄 채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이춘섭 장로님의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이것은 목사의 개인의 꿈이 아닙니다. 우리 행복한교회 성도들이 8년간 기도했던 꿈입니다. 

화곡고등학교 강당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면 이곳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는 것보다 번거롭고 불편한 일들이 많을 것입니다. 많은 일꾼들이 주일에 이곳과 화곡고등학교를 오가는 번거로움이 있을 것입니다. 성가대도 불편한 점이 있을 것이고, 교회학교도 불편한 점이 있을 것입니다. 동료 목회자들 가운데서도 ‘서 목사는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눈앞에 있는 것만을 보기보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들판을 보면서도 들판 너머에 있는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보신 것처럼 영적인 눈을 가지고 멀리보고 싶습니다. 제가 공동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 되었을 때 제가 일 년 동안 화곡고등학교 강당의 화장실을 일 년간 청소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교회의 한 여 집사님의 남편은 교회를 다니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그 분이 우리 교회가 화곡고등학교 강당을 빌려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교회는 나가지 않지만 교회 청소는 한 번 해 주겠다고 하셨답니다. 감사한 마음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깨끗하게 정리한 곳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내가 예배할 곳을 청소하기 위해 토요일이면 걸레와 빗자루를 들고 강당으로 모이는 성도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여러분과 함께 예배당을 짓지 않고 거룩한 교회를 만들어 하나님께 더 귀한 영광을 돌립시다. 주변에 새롭게 지는 큰 교회들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예배당을 짓지 않고 어려운 이웃과 사람을 섬기고자 하는 우리의 비전의 깃발을 더 높이 세우고 자긍심 있는 교회로 만들기 위해 힘을 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모습에서 더 열정적인 모습으로 교회를 사랑하고 섬기면 분명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해 주실 줄 믿습니다. 교회의 성장 여부를 떠나 믿음 안에서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이고, 결단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교회가 가는 길에, 그리고 그 교회를 사랑하며 기쁨으로 동참하는 여러분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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