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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자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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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환(서울신학대학 상담대학원장)

“여자가 해산하게 되면 그때가 이르렀으므로 근심하나 아기를 낳으면 세상에 사람 난 기쁨을 인하여 그 고통을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느니라”(요16:21)

한 친구가 부인이 아이를 셋이나 낳아 기를 때는 몰랐는데 딸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니 비로소 한 여자가 결혼해 아내와 엄마가 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그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자기를 버리는 희생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네. 내 딸이 결혼하기 전 취직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며 꿈꾸던 자기실현의 희망들을 모두 포기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딸아이가 존경스럽기까지 했지. 그래서 요즈음 집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조용히 손을 잡아주는 일이 많네.” 친구는 목이 메는 듯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저는 새삼스럽게 ‘여자의 일생’을 그리고 출가한 딸아이와 아내 생각을 했습니다. 측은지심으로 한참이나 창밖으로 눈을 돌려야 했습니다. 사실 그 친구의 눈물은 모든 노년기 아버지들과 남편들의 눈물일 겁니다.

E 퀴블러 로스의 책에 임종을 앞둔 한 할머니가 손자에게 하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삶이란 마치 파이 같지. 부모님께 한 조각,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조각, 아이들에게 한 조각, 일에 한 조각씩 떼어주다 보면 삶이 끝날 때쯤엔 자신을 위한 파이를 한 조각도 남기지 못한 사람도 있단다. 그리고 처음에 자신이 어떤 파이였는지조차 모르지. 그러나 난 내가 어떤 파이였는지를 알고 있단다. 그것은 우리 각자가 알아야 할 몫이지. 난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면서 이 생을 떠날 수 있단다.”

그리고 자기도 죽을 때쯤엔 자기가 누구인지 알게 되기를 바란다는 손자에게 다시 말합니다. “네가 어떤 파이인지 알기 위해 죽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단다.” 비록 파이 한 조각도 자기 몫으로 남길 수 없는 삶이 ‘여자의 일생’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여성이 이 할머니와 같이 자기를 잃지 않는 자아실현의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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