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동지와 구경꾼

첨부 1


- 이태형 전문기자(국민일보)

“개척한 지 3개월쯤 됐을 때 성도 몇 명이 음식점으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모두 저와 함께 개척 사역에 동참했던 이른바 개국공신들이었지요. 그들이 제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이제는 우리 생각대로 목회를 해주셔야겠습니다.’ 잠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대답했습니다. ‘여러분도 나름대로 계획과 비전이 있겠지만 내게도 목회의 비전과 목표가 있습니다. 저의 비전과 목표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 모두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일예배에 개국공신 중 2명이 나오지 않더군요.”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 만한 대형교회 목회자의 이야기다. 그는 기자와의 대화를 통해 개척 당시 맛보았던 쓰라린 경험을 말해줬다. 개척 초기에는 의기투합해서 주님의 나라 건설에 평생 매진하자고 다짐을 했지만 몇 개월이 못 가서 헤어질 수밖에 없는 성도들이 나오더란 것이다. 그는 ‘평생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구경꾼’밖에 되지 않는 성도들을 바라보면서 ‘이래서 목회가 정말 어렵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개국공신이 구경꾼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목회에 대한 회의도 많이 들었지만 다시 영적 분발을 하게 된 것은 개척 동지는 아니었지만 새롭게 찾아오는 성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목회자는 그 가운데 깨달은 사실이 있다. 목회를 하다보면 교회를 세울 때 헌신한 개국공신들이 있는 반면 교회가 안정기에 들어섰을 때 역할을 하는 새 인물들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이 목회자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아직 더 좋은 사람은 오지 않았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으면 끊임없이 떠나는 개척 동지들 때문에 괴로워하고 결국 그것이 목회 실패로까지 연결된다는 것이었다.

개척을 해본 목회자치고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개척하면서 함께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고생했던 성도들이 어느 날 “목사님과는 더 이상 함께 못하겠습니다. 목사님, 이것만은 바꿀 수 없습니까”라고 말할 때 느끼는 비애는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도저히 알 수 없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목회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교회에 초창기 교인들이 끝까지 남아 있는 비율은 30% 이하에 불과하다. 목회 과정에서 만남과 떠남이 반복되는 것이다.

만남과 떠남은 일상이지만 ‘동지 의식’을 갖고 헤어지는 것과 서로 ‘구경꾼에 불과했구나’라는 씁쓸함 마음으로 헤어지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 동지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구경꾼은 좋을 때, 미래가 보일 때는 박수를 치지만 상황이 악화되거나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는 가차없이 무대를 떠나버린다. 진정한 연합과 조직적 연합의 차이다.

지금 한국 교회에는 목회자와 중직자 간의 동지 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목회자는 성도들에게 진실된 믿음을 심어주고 성도들은 목회자를 ‘동지’로서 끝까지 믿어주는 진정한 연합이 필요하다. 동지는 끝까지 견딘다. 그러나 구경꾼은 쉽게 떠나간다. 목회자나 성도는 구경꾼들의 떠남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주님이 예비한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끈기 있게 끝까지 견디어낸 사람들을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약 5:11) <공동번역>.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