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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밀양(密陽), 시크릿 선샤인의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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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전문기자 교회이야기] 밀양(密陽), 시크릿 선샤인의 목회 

이창동 감독의 ‘밀양(密陽)’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큰 상을 받았기 때문인지 밀양이라는 단어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시크릿 선샤인(Secret Sunshine)이라는 영어 표현도 가슴에 남는다. ‘숨어 있는 빛’, 혹은 ‘마음의 빛’이라고 번역될 수 있을 듯하다.

영화는 용서와 구원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다루고 있다. 전도연이 연기한 신애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인생의 무게를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 영화라는 평도 받았다. 밀양의 원작인 ‘벌레 이야기’를 쓴 작가 이청준은 전도연의 연기에 대해 “주인공 신애를 내면 속에 고통을 지니고 삶 속에서 그것을 견디려고 몸부림치는 사람으로 풀어냈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결국 이 영화의 키워드는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고통 가운데 간절하게 한줄기 빛을 찾는 처절함이 인생 속에 묻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 밀양과 목회를 연결시켜 본다. 수많은 사람이 다양하고 비밀스런 사연을 안고 교회를 찾는다. 거기에서 처절하게 한줄기 구원의 빛을 갈망한다. 신애처럼 비극적이든 자신만만하게 호기를 부르는 사람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햄릿의 맥베스처럼 인생은 겉으로는 거들먹거리고 있지만 속으로는 무대에 설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그리고 더 이상 아무 소리도 알 수 없는 가련한 연극배우에 지나지 않는다. 모두가 교회에 서성거리며 무언가를 찾는다. 텅 빈 가슴을 채우기 위해서 교회를 찾는다. 저물어가는 빈 들에서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수많은 군중을 먹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해보자. 어둠이 깔리는 빈 들은 쓸쓸하고 적막하다. 빛을 찾으려 해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궁핍과 굶주림, 고통을 보시고 예수 그리스도는 애끓는 심정으로 기도를 드리고 이적을 행하셨다. 갈릴리 해변의 빈 들에 모인 그들은 모두 다양하고 비밀스런 사연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을 예수님은 안아주셨다. 아무런 말도 필요 없었다.

목회는 하루가 저물어가고 한 해가 저물어가며 인생이 저물어가는 때 빈 들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리라. 자세히 목회 현장을 둘러보시라. 밀양 속의 신애와 같은 수많은 사람이 처절하게 “구원이 어디 있어요”라며 절규하고 있을 것이다. 인생의 무게 속에서 괴로워하다가 스러져가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과 함께 있어 주는 것, 그들에게 한 줄기 시크릿 선샤인을 제공해주는 것이 목회가 아닐까 싶다.

이화여대 손운산 교수는 “목회란 거칠고 외로운 빈 들에 서 있는 사람들과 함께 빈 들에서 하늘로 연결된 사다리를 찾는 과정이다. 그 사다리 꼭대기 위에서 살짝 열린 하늘나라를 조금 보고 기뻐하고 춤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살짝 열린 하늘나라, 밀양을 통해서 잠시 보여지는 하늘나라다. 어차피 이 땅은 부조리의 연속이다. 목회자가 아무리 신애에게 “자매님, 용서의 권리와 복수의 권리는 하나님께 있어요”라고 말해도 당사자는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이 제한된 인생이 아닐까 싶다.

빈 들에서 서성거리는, 그래서 교회 주변에서 밀양이라도 쬐기 바라는 수많은 신애를 감싸 안자. 빈 들에 서성이고 있는 수많은 군중을 외면하지 않고 안아주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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