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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대림절] 괜찮다, 다 괜찮다 (눅 1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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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다 괜찮다 (눅 15:11-24)


하나님의 아들로 오신 예수는 탁월한 이야기꾼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그가 남긴 이야기들을 통해서 자신을 알게 되고, 하나님이 어떠한 분이시며... 우리가 그리워하는 하늘나라는 어떠한 모습인가 하는 것들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이 남기고 간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물론 읽는 사람들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말씀... 다름 아닌 ‘탕자의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아직도 멀쩡히 살아 있는데... 아버지에게 유산을 미리 물려달라고 요구하는 대목부터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 녀석이 아버지가 간섭할 수 없는 먼 나라에 갔다가 허랑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그 소중한 유산을 다 날려버렸다는 것은 짐작이 가는 대목입니다.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 다음 대목이지요. 흉년까지 겹쳐서 도저히 살 길을 찾을 수 없었던 철없는 아들이 다시 돌아오게 되었을 때에... 아버지는 멀리까지 나가서 그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면서 뜨거운 사랑으로 그를 맞이합니다. 그를 위하여 성대한 잔치까지 베풀어주지요. 단지 그가 살아 돌아왔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일을 합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지요. ‘따끔히 야단을 쳐야지... 저러니까 자식이 그렇게 철이 없고 못돼먹었지...’ 이런 이야기들이 들리는 듯합니다. 

어쨌든 우리들은 이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우리에게는 언제든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도 내가 돌아가기만 하면 맨발로 뛰어 나와서 나를 맞이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 그 분에게는 내가 성공한 사람이든 실패한 사람이든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단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마음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17세기를 살았던 네덜란드 출신으로 깊은 영적인 통찰력을 지닌 화가 렘브란트(1606-1669)는 이 이야기를 주제로 해서 ‘탕자의 귀향(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이라는 그림을 그려서 우리에게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지금도 러시아의 성 페테스버그의 미술관(St. Petersburg, The Hermitage)에 전시되고 있는데, 가톨릭의 영성가인 같은 네덜란드 사람인 헨리 뉴엔(Henri J. M. Nouwen)이 그 그림을 보고 책을 쓰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물론 그 그림을 직접 보지는 못하였지만, 헨리 나웬의 책을 통해서 그림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그림은 우리가 탕자의 비유를 읽을 때보다 더 생생한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지 밝지도 어둡지도 않고... 따스하고 은은하게 비쳐오는 빛 아래서 아버지와 아들의 상봉이 이루어집니다. 돌아 온 아들을 안아주는 아버지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늙고 여윈 모습입니다. 아마 그는 집을 나간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느라고 제대로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한 모양입니다. 그는 지금 눈을 지그시 감고는 두 팔을 아들의 등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화가 폴 고갱은 말했다지요. 그가 눈을 감은 것은 오로지 아들을 더 잘 보기 위해서... 단지 눈으로가 아니라 온 몸을 통해서 그를 더 잘 보기 위함인 듯합니다. 그리고 등에 손을 올려놓은 것도 그 아들을 좀 더 가깝게 자기에게로 이끌어 들여서 몸으로 그를 느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지요. 우리는 이 대목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에게 등을 보이고 있는 탕자의 모습은 참 초라합니다. 옷은 심하게 더러워져 있었고, 신발이라는 것이 짝짝이에다가 간신히 발에 끼워 맞추고는 여기까지 온 것처럼 보입니다. 그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떤 일을 겪었을 지... 그것을 말해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늙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몸을 기대고 있는 그에게서 어떤 젊음이라든지, 자신감이나, 희망이나, 가능성 같은 것을 찾아본다는 것은 힘든 일이겠지요. 이제 그는 생을 완전히 포기한 사람의 모습으로 늙고 힘없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있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그림에서 보듯 아버지와 아들이 꼭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 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는 것은 이제는 없어 보입니다. 심지어 빛까지도 그 둘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는 것은 꺼려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은 이것이 바로 이토록 만신창이가 되어서 돌아 온 아들이 다시금 일어서는 힘의 비결인 것이지요. 

저는 이 그림을 보면서 이 두 사람사이에는 무슨 말이 오고 갔을까? 빈약한 상상력이지만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말이 오고가지는 않았겠지요.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들입니다. 예수님은 아들이 ‘아버지여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얻었사오니...’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좀 최근의 우리가 사용하는 분위기로 바꾸면 어떨까요? 

‘아버지... 미안해요... 저는 아버지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겨 드렸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주신 것을 그저 즐기는 일에만 사용했어요. 저는 인생을 참 잘못 살아 왔어요... 저는 인생에서 실패자에요... 이제는 저를 아들로 생각하지 마시고 단지 일군으로 생각해 주세요...’ 이렇게 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는 지난 날 동안 자기가 저질렀던 잘못들을 일일이 말하며, 감히 용서도 구하지 못하고 자기는 이렇게 아버지의 곁을 찾을 자격도 없는 나쁜 놈임을 말하였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이러한 아들에 말에 어떠한 대답을 하였을까요? 예수님은 아버지가 한 말에 대하여는 말하지 않고, 그의 행동만을 이야기하셨지만... 우리의 상상력이 들어 설 자리가 바로 여기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대답은 이렇지 않았을까요? ‘괜찮다... 다 괜찮다...’ 아들이 ‘자기는 아버지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 놈’이라고 하였을 때에도... ‘괜찮아...’ ‘인생의 실패자’라고 할 때에도 ‘괜찮다...’ ‘인생을 잘못 살아도 한 참 잘못 살았다’고 할 때에도 ‘괜찮다... 다 괜찮다...’ 

이렇게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았을까요? ‘괜찮다... 다 괜찮다...’ 아들이 아무리 못된 일을 했다고 고백을 하였더라도... 아버지는 그에게 이렇게 대답을 했을 것입니다.
   
‘괜찮다... 다 괜찮다’라는 말... 이것은 제가 스스로 만들어 낸 말이 아니고 소설가 공지영씨의 글을 읽으면서 발견한 말이었습니다. 그녀는 자기의 작품에 대한 대담집을 내면서 그 제목을 이렇게 붙였던 것이지요. 저는 그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고 예쁜 소설가답지 않게... 마치 나이가 많이 든 사람처럼... ‘괜찮다... 다 괜찮다...’ 이런 말을 사용했을까? 

곰곰이 생각하는 중에 제 마음 속에 다가온 것은 이 말 속에 굉장한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 좋은 말이더라구요... 그래서 이렇듯 비참한 몰골로 돌아 온 아들에게 그 자리에서 아버지가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괜찮다... 다 괜찮다...’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이 그림의 세계로 들어가서 생각을 해 보십시오... ‘괜찮다... 다 괜찮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을 때...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한 것일까요?    먼저 그것은 아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맞아들이는 마음이었습니다. ‘네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는지...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야... 네가 다시 돌아 왔다는 것... 나는 그것만으로도 너무 기쁘단다...’ 이게 바로 아버지의 마음이었습니다. 아들이 아직도 먼 거리에 있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보자마자 달려가서 아들을 맞이합니다. 끌어안고 입을 맞추면서 그를 맞이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항상 우리를 환영해주시는 분이십니다. 다윗은 시편 23편에서 이러한 하나님의 모습을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시23:5) 

그가 경험한 하나님... 그는 항상 자기를 따뜻하게 맞아 주시는 분이셨습니다. 그에게 나아가면 거기에는 항상 풍성한 식탁이 준비되어 있어서 허기진 배를 채울 수가 있었습니다. 그가 발라주시는 기름은 세상에서 어떤 상처를 얻었든지... 다 치유하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환대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만족감이 찾아옵니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이러한 찬송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그가 세상을 극복하는 힘이었습니다. 

그가 직면한 현실은 원수들이 우글거리는 곳이지만.., 나를 이렇게 영접해주시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살아 갈 수가 있는 것이지요. 생각해보면 얼마나 감사하고 좋은 일인가요? 내가 성공한 사람이든 실패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나를 위해서 풍성한 식탁을 차려 놓고 나타나기만 하면 기름으로 모든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여 주시는 그 분이 계시다는 것... 이것처럼 행복하고 좋은 일은 없는 것이지요. 
   
또한 ‘괜찮다 다 괜찮다...’ 이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마음 가운데 있는 것은 용서하는 마음입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자기는 죄인’이라고 말하지만,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제일 좋은 옷을 입혀 주고 손에는 반지를 끼워 주고 발에는 신을 신겨줍니다. ‘나는 이미 네가 저지른 모든 잘못들... 네가 가진 모든 허물들을 다 용서하였다..’라는 뜻이 바로 아버지의 행위 가운데 담겨 있는 것이지요. 이렇듯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허물과 잘못을 용서하여 주시는 분이십니다. 
   
요한복음 8장에 보면 사람들이 예수에게 간음의 행위를 하다가 붙잡힌 여성을 데리고 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그녀는 이제 죽을 운명에 직면하였습니다. 사람들의 손에는 모세의 율법을 따라서 그녀를 처형하기 위한 돌멩이가 들려 있었습니다. 단지 예수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서 그녀를 데리고 온 것이지요. 하지만, 그들은 그녀를 향하여 돌을 던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 예수의 이 말이 그들을 무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의 절정은 예수가 그녀를 용서하고 세상으로 보내는 대목입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겠다.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아라...’(요한 8:11) 지금 당장 죽을 운명에 직면한 죄인이라도 용서하여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의 마음인 것을 예수는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괜찮다... 다 괜찮다...’ 이렇게 아들에게 말하는 아버지... 그것은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마음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돌아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잔치를 엽니다. 살진 송아지를 잡고 많은 사람들을 초청하고, 오케스트라와 춤꾼들까지 데려다가 성대한 잔치를 베풉니다. 이렇게 하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그동안 제멋대로 살아 왔지만... 그래서 참으로 비참한 몰골을 하고 돌아 왔지만... 그는 여전히 내 아들임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아들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를 격려하고 축하하려는 아버지의 생각이 여기에는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예수가 생전에 가졌던 별명이 ‘먹기를 탐하는 자’라든지 ‘세리와 죄인의 친구들’이라는 좀 점잖치 못한 것이었습니다. 예수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죄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틈만 나면 잔치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하셨습니다. 어떤 때에는 예수는 의도적으로 사람들이 죄인이라고 멀리하는 사람들을 선택하셔서 그들과 가깝게 지내셨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여리고의 세리장이었던 삭개오의 이야기인 것이지요. 

예수는 수많은 여리고 사람의 집중에서 유독 삭개오의 집을 택해서 거기에 머무르셨습니다. 그 집에는 삭개오와 그의 동료 세리들... 죄인들이 함께 모여서 즐거운 잔치를 열었겠지요... 그것은 바로 그들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자리인 것이지요. 이제껏 살아 왔던 죄인으로서가 아니라 어엿한 하나님의 자녀로서... 이제는 더 이상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의 행렬에 초청받은 사람으로서... 그의 삶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뜻이 바로 여기에는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괜찮다... 다 괜찮다...’ 이 말처럼 좋은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우리를 따스하게 영접해주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해주시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제 우리를 얽어매는 과거의 아픔이나 실패나 상처를 딛고 다시금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도록 격려하고 축하는 하나님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들어야 하는 말입니다. 
  
다시 한 번 그림으로 돌아가 봅시다. 이렇게 아버지와 아들이 꼭 껴안고 있는 감동적인 장면의 주변에는 좀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주변에는 네 사람이 보이는데... 일단 그들이 있는 곳은 어둡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돌아 온  아들을 대하는 그들의 마음이 아버지와 같지는 않은 것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그들은 아버지와 아들과는 좀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선이 그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만약에 그들도 아버지와 같은 마음이라면...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그 자리에 참여한다든지... 좀 더 가깝게 다가서서 무엇인가 그들의 환영하는 마음을 표시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를 않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얼굴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은 좀 당혹스러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버지의 행동을 수긍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저 녀석이 한 짓을 우리가 다 알고 있는데...’ 

그들은 이런 생각을 하며 아버지와 아들이 하는 일을 물끄러미 바라볼 분입니다. 단지 방관자처럼 말이지요. 특별히 앉아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의 얼굴에서는 어떤 조롱어린 표정도 읽을 수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 사람이 바로 아버지의 큰 아들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큰 아들은 돌아 온 자기의 동생을 동생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를 환영하는 아버지의 처사를 심하게 비난하면서 잔치에 찬물을 끼얹고 나서는 역할을 하지요. 
  
바로 이것이 집으로 돌아 온 작은 아들이 헤쳐 나가야 할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아버지의 마음 같지는 않다는 것이지요. 아버지는 그를 향해서 ‘괜찮다.. 다 괜찮다...’ 이렇게 말하였지만... 그의 형이나 종들이나 이웃들은 그를 향해서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흉을 볼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가 들어야 할 말...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말이지 다른 이들의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말은 그에게 그가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그를 부끄러운 과저와 단절하게 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해 주는 힘이 됩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이 아닌 다른 이들이 자기를 향해서 뒤에서 수근 거리는 말들은 지금 작은 아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 내가 들어야 할 말...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은 어떤 것입니까? 그것이 바로 ‘괜찮다... 다 괜찮다...’ 이런 말이 아닌가요? 한 해를 거의 다 보내오는 동안에 우리에게는 기쁘고 좋았던 순간 보다는 아쉬움과 후회의 마음이 더 많습니다. ‘이게 아니었는데... 아 나는 인생을 잘못 살았어...’ 이런 생각은 없습니까? 

지금의 나의 모습이라는 것이 우리가 그림에서 보았던 비참한 몰골의 탕자는 아니던가요? 겉으로는 그럴듯한 모습으로 자기를 꾸미고 치장하지만... 여러분 자신의 내면을 한 번 들여다보십시오. 지금 나의 모습이 탕자에 비해서 더 나은 것이 무엇입니까? 
   
그러한 우리들에게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괜찮다... 다 괜찮다... 너는 아직은 가능성이 있어...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괜찮은 사람이야... 너에게 다시 기회는 있어... 일어나서 다시 시작해보렴...’ 이렇게 우리를 격려해주십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주님의 음성만 들려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조금만 귀를 열고 세상을 돌아보면 세상은 우리가 했던 행동들에 대하여 여러 가지 비난을 합니다. 

설혹 우리가 정말 좋은 뜻을 가지고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하더라도 현실은 그것을 아주 이상하게 해석하고 우리를 비방할 때가 참 많습니다. 얼마 전에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부를 많이 한 사람이 문근영이라는 젊은 탤런트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것도 드러내놓고 한 일이 아니라 몰래 한 일인데.. 본의 아니게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목사인 저는 하염없이 부끄럽더군요. 

그런데 그 일에 대해서도 비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의 현실입니다. 선한 일을 한 것도 이렇게 비방한다면 탕자처럼 크게 잘 못한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발을 붙이기가 힘이 든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를 ‘괜찮다.’고 격려하는 주님의 음성과 우리를 비방하고 흠잡는 세상의 소리 사이에 서 있다는 것이지요. 
   
때로는 우리를 향한 비판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주님의 음성을 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주변에서 우리를 비웃고 비난하고 흉보는 사람들... 그런 이야기가 어떤 우리의 부끄러운 행동이나 잘못에 기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우리가 거기에 귀를 기울여서 삶의 중심이 흔들리거나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좌절에 바질 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들어야할 음성은 오로지 주님의 음성뿐입니다. 이제껏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든지 따지거나 묻지도 않으시면서 우리를 맞아 주시고 용서해주시고 새로운 출발을 격려하시고 축하하시는 주님의 음성과 손길 가운데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괜찮다 다 괜찮다...’ 이것은 우리들이 가족들이나 이웃이나 친구들을 향해서 해야 하는 말이기도 하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이제 우리들이 더 이상 사람들의 아픔이나 상처를 들추어내고 그것을 비방하거나 흉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런 좋지 않는 부분들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잘 극복하고 새롭게 일어 설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일을 하기를 원하신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우리들에게는 단지 ‘괜찮다’라는 말로 덮을 수 없는 현실이 있습니다. 어떻게 아버지의 재산을 다 말아 먹고 빈털털어리로 나타난 놈을 그냥 맞아들일 수만 있겠습니까?  무조건 감싸려하고 무조건 덮어주려 하는 것은 오히려 그를 망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 번 믿어주는 것이지요. 속을 때 속더라도 말입니다. 작은 아들이 그러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아마도 그는 충분한 마음고생을 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그에게 다시 나서서 ‘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따져가면서 그에게 발붙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지 못한다면... 그는 어디 가서도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 다 알면서도 ‘괜찮아 다 괜찮아...’ 이렇게 그를 격려하고 그의 허물을 덮어주려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그를 다시 살리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참 멋있지 않은가요? 내가 세상에 태어 태어나서 온 세상이 다 알만한 놀라운 일은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느 누군가에게 ‘괜찮다 다 괜찮다...’ 이렇게 한 마디 함을 통해서 그가 다시 용기와 힘을 얻게 되고 다시금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면... 이것처럼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 어디에 있을까요? 지금부터 시작해 보십시오. 단지 너를 향한 따스한 사랑과 위로의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무엇인가 일이 잘 못되어서 피곤하고 초라한 몰골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지나온 날의 실패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면...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될 수 있습니다. ‘괜찮다 다 괜찮다...’ 

우리는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강절(Advent)을 맞이하였습니다. 이번 성탄절에 주님이 오시면 그는 우리에게 무어라고 말할까요? 바로 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괜찮다 다 괜찮다...’ 벌써 우리의 주변은 주님의 오심을 알리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들어야 할 음성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괜찮다 다 괜찮다’하시는 음성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주님의 음성을 듣는 순간에 우리는 이미 주님이 우리 곁에 와계신 것을 느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 뜻 깊은 대강절에 우리가 가장 많이 해야 할 말도 바로 ‘괜찮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이들에게 주님의 마음을 담아서 ‘괜찮아요...’ 이렇게 말할 때에 그 때에 이미 그 자리는 단지 사람만이 모인 자리가 아니라 주님이 함께 하시는 신비함과 은총으로 충만한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맞이하는 계절이 ‘괜찮다 다 괜찮다...’ 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많이 듣는 기쁨이... 그리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이 말을 많이 말하는... 행복한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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