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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고센, 그 곳에 거처를 정하다 (창 46: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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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센, 그 곳에 거처를 정하다 (창 46:28-34)
   

유럽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민진 씨란 바이올리니스트가 있습니다. 그녀가 지난달 11월 29일, 최소 120만 파운드(약21억 4천만원)에 달하는 바이올린을 도난당했답니다. 그것도 영국의 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잠시 케이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가 그만 도난을 당한 것입니다. 지금 그녀의 심정이 어떠하겠습니까? 그런데 만일-이건 정말 만일입니다-20여년이 지난 어느 날, 그 바이올린을 찾는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감격, 그 기쁨을 무엇이라 표현하겠습니까? 

야곱은 어느 날 20여 년 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아들 요셉이 살아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합니다. 한시라도 빨리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130세란 나이에 가족 모두를 이끌고, 모든 재산을 다 처분하고, 국경을 넘어 아들을 만나러 가는 것입니다. 창세기 46장 8절부터 27절까지는 이때 함께했던 야곱패밀리가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야곱이 유다를 요셉에게 미리 보내어 자기를 고센으로 인도하게 하고 다 고센 땅에 이르니”(창 46:28). 요셉을 보려면 당연히 왕궁으로 가야 하는데 그는 ‘고센’에서 아들 요셉을 만납니다. 

야곱은 이전에 애굽에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 넓은 애굽, 어디에 어떤 도시가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 어떤 곳이 살만한 곳인지 그 어떤 정보도 전혀 없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애굽으로 가라고는 하셨지만 고센을 지명하지는 않으셨습니다(창 46:3). 그런데 어찌하여 야곱이 애굽, 그 넓은 땅 중에서 하필이면 ‘고센’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그곳으로 향합니까? 왜 그곳을 거처로 삼아 살기로 작정합니까? 

더욱 특이한 점은 요셉의 조언입니다. “당신들은 이르기를 주의 종들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목축하는 자들이온데 우리와 우리 선조가 다 그러하니이다 하소서 애굽 사람은 다 목축을 가증히 여기나니 당신들이 고센 땅에 살게 되리이다”(창 46:34). 그러면서 그는 바로 왕에게 지금 자기 가족들이 고센 땅에 와 있다고 보고합니다(창 47:1). 뿐만 아니라 가족들로 하여금 바로 왕에게 고센 땅에 살게 해 달라고 청을 하라고 충고까지 합니다. 그래서 야곱패밀리는 그때부터 애굽의 고센에서 살게 됩니다. 야곱의 후예들 역시 출애굽 직전까지 여기에서 살았습니다(출 12:37). 

야곱과 요셉은 왜 고센에 거처를 정하기를 원했을까요? 그 후손들이 왜 400여 년 동안 고센에서 살았을까요? 학자들은 이집트의 문헌 가운데서 ‘고센’의 어원을 아무리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저들은 ‘고센’이라는 이 지명이 본래 애굽의 이름이 아니라 그 옛날 델타(비옥한 초승달지역) 동부를 점령하고 살았던 셈 족과 관련된 지명이라는 사실까지를 밝혀냈을 뿐입니다. 고센이라는 동일한 이름이 애굽에도 있었지만 가나안에도 있었기 때문입니다(수 10:41; 11:16). 그러니까 고센이란 땅은 애굽에 있었지만 그 뿌리는 애굽이 아니라 저 아득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셈 족과 깊은 관련이 있는 지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셈 족은 어떤 족속입니까? 

노아의 세 아들 셈, 함, 야벳 중에서 노아의 뒤를 이어 하나님을 섬겼던 사람은 셈입니다. “셈은 에벨 온 자손의 조상이요 야벳의 형이라 그에게도 자녀가 출생하였으니”(창 10:21). 이 에벨은 북쪽 하란을 중심으로 하는 밧단아람 지방에 ‘에블라왕국’을 건설하여 여호와 하나님을 위한 큰 제단을 쌓고 그의 이름을 높이며 영광을 돌렸습니다. 이렇게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에게 언젠가부터 붙여진 별명이 ‘히브리인’이라는 별명입니다. 최초로 히브리인이라고 불린 사람은 아브라함입니다(창 14:13). ‘히브리’라는 말은 ‘에블라왕국’의 ‘에블라’에서 왔습니다. 에블라왕국 사람이란 뜻입니다. 아브라함의 고향은 갈대아 우르인데 아브라함을 히브리인이라고 부른 것은 아브라함의 원래 고향이 에블라왕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센’은 셈 족속의 후예, 그중에서도 특히 하나님을 잘 경외했던 에벨의 후손, 즉 히브리인과 깊은 연관이 있는 땅이었습니다. 이 고센은 비록 애굽에 위치해 있었지만 그곳은 그 옛날 하나님을 섬기던 셈의 후손, 에벨, 즉 히브리 후손들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비로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야곱이 어떻게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애굽의 고센을 알고 있었으며, 굳이 그곳에 가서 살겠다고 했는지를, 요셉이 굳이 가족들이 고센에 와서 머물도록 조치를 취하는지를 말입니다. 

야곱은 애굽에 있는 아무데서나 짐을 풀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흔적, 하나님을 경배한 흔적이 남아있는 땅, 여차하면 그곳을 떠나 가나안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땅, ‘고센’을 떠올립니다. 요셉도 자신이 비록 총리까지 되어 출세하고 있으나, 그도 역시 ‘고센’을 떠올립니다. 우리는 야곱과 요셉의 이 깊은 심중을 저들의 유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가 조상들과 함께 눕거든 너는 나를 애굽에서 메어다가 조상의 묘지에 장사하라 요셉이 이르되 내가 아버지의 말씀대로 행하리이다”(창 47:30). “요셉이 또 이스라엘 자손에게 맹세시켜 이르기를 하나님이 반드시 당신들을 돌보시리니 당신들은 여기서 내 해골을 메고 올라가겠다 하라 하였더라”(창 50:25). 

야곱을 믿음의 조상이라고 합니다. 야곱에게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셨습니다. 그는 정말 약점이 많은 사람이고,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거짓말쟁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속에 하나님을 사랑하고, 경외하는 마음이 불같이 타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쑥 빠져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애굽으로 가야하는 상황일 때도 ‘고센’을 택하고, 그곳에 머물기로 작정합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믿음의 태도였습니다. 요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출세했지만, 얼마든지 권력과 부와 향락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 역시 애굽과도 같습니다. 그 애굽 어디쯤에 머물고 있습니까? 애굽 내륙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그곳에 거처를 정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권력과 향락, 화려함, 편리함이 묻어나는 왕궁 곁에 내 거처를 정하고 있습니까? 야곱과 요셉은 고센, 그곳에 거처를 정하였습니다. 이런 사람을 하나님은 믿음의 사람이라 부르며, 믿음의 반열에 세우시고, 그 자손들을 축복해 주셨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 나는 어디를 선호하고 있습니까? 어디에 거처 정하기를 기뻐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이 땅에 앉아 하늘을 사는 자들입니다. 우리의 시민권은 저 하늘에 있습니다(빌 3:20). 잠시 이곳에 마물지만 언젠가는 가야할 곳이 있는 자들입니다. 여기에 언제까지 머물 수 있는 자들이 아닙니다. 우리의 본향은 저 하늘입니다. 그곳을 늘 사모하며 살아가는 자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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