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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가녀린 것들의 강력한 부활

  • 김부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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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8일 주일설교

성경말씀 : 마태복음 28장 5절~6절

설교제목 : 가녀린 것들의 강력한 부활

 

<영성 시>

 

신(神)에게 바치는 송가(頌歌)

<타고르의 기탄잘리 95>

 

저는 처음으로 제가 이 생명의 문지방을 넘었던,

그 순간에 대해 깨닫지 못했습니다.

저를 이 광활한 신비 속으로 끌어들여

마치 깊은 밤 숲 속의 꽃봉오리처럼

저를 펼치게 한 것은 그 어떤 힘이었을까요?

아침에 번져 오는 햇살을 바라보다가

그 순간 문득 저는 느꼈습니다.

제가 이 세상의 전혀 낯선 나그네가 아니라는 것을,

이름도 형상도 없는 불가사의하신 님께서

당신 자신의 손들로 저를 취하시어

저를 낳으신 어머님의 몸 속에 저를 넣으셨다는 것을.

그와 마찬가지로 제가 죽을 때에도 불가사의한 바로 그 님께서

예전의 낯익은 모습으로 내게 오실 것임을.

그리고 이 삶을 제가 사랑하기에,

저의 죽음 또한 제가 사랑하게 될 것임을 저는 압니다.

자신의 오른쪽 젖가슴으로부터

어머니가 아이를 떼어놓으면 아이는 울지만,

바로 다음 순간이면 아이는 어머니의 왼쪽 가슴에서

그것의 위안을 찾게 되기에.

 

【천사가 여자들에게 말하였다.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나는, 그대들이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를 찾는 줄을 압니다. 그는 여기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가 말씀하신 대로, 그는 살아나셨습니다. 와서 그가 누워 계시던 곳을 보십시오.(마태 28: 5~6)】

 

  <부활절 이야기>

  부활절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항상 착잡합니다. 여러 가지 상황과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육체부활’이라는 역리(逆理)가 상당히 매력적이기는 한데, 그 진실성에 있어서 상당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몸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 혹은 인류 최후의 순간 마지막 나팔이 울릴 때 죽은 자의 몸이 무덤을 뚫고 살아난다! … 이는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는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곤혹스러운 마음으로 부활절을 보냅니다.

  십자가 처형과 그 이후 사태들, 그 즈음에 예수의 친구들, 그 제자들과 가족들, 또 이웃들 등등이 보여준 삶의 태도의 변화들을 고려해 보았을 때, 예수의 죽음 이후 분명히 아주 놀랄만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그것이 예수의 육체적 부활인지, 영혼의 부활인지, 정신의 부활인지, 철학의 부활인지 … 아무튼 뭔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수의 십자가 처형 이후 예루살렘에서는 또 예수와 함께 했던 벗들 사이에서 뭔가 기이한 일이 일어나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그 기이한 일이란 뭘까요? ……… 알 수 없지요! 그래서 다만 이런 저런 상념으로 부활의 절기를 보낼 뿐입니다.

 

  <시 이야기>

  부활절에 무슨 설교를 할까 고민하던 중, 몇 달 전에 인터넷에서 발견한 시 한 편이 생각났습니다. 먼저 그 시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Little Things

가녀린 것들

 

James Stephens

제임스 스테판즈

 

Little things that run and quail

And die in silence and despair;

Little things that fight and fail

And fall on earth and sea and air;

 

겁먹고 도망치는 힘없는 것들

침묵과 절망 속에서 죽어가는 가녀린 것들

싸워 패배한 힘없는 것들

대지와 바다와 허공에 떨어지는 가녀린 것들

 

All trapped and frightened little things,

The mouse, the coney, hear our prayer.

 

덫에 치어 놀란 눈으로 죽어가는 가녀린 것들

생쥐야, 토끼야 우리의 기도를 들으렴.

 

As we forgive those done to us,

The lamb, the linnet, and the hare,

Forgive us all our trespasses,

Little creatures everywhere.

 

어린 양들아, 참새야, 그리고 토끼야.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들을 용서했듯이

우리네 모든 잘못을 용서해다오.

세상 모든 곳의 힘없는 피조물들아.

 

  저는 이 시를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에는 세상의 가치와 통념을 뒤집는 놀라운 통찰력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이야기의 효과적인 이해를 위해서 먼저 끔찍한 사건 사고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최근 20대 여성이 40대 남성에 의해 감금 및 성폭행 당한 후, 살해당하는 엽기적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저는 그 여성이 마지막 순간들에 맞닥들였을 공포와 절망, 무서움, 두려움, 슬픔과 원한, 눈물과 한숨 … 등등을 생각하며 몸서리쳤고, 그 ‘가려린 여인’을 위해서 잠깐이나마 기도했었습니다. 지금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 가려린 여인이었다고 상상하면서 이 시 <Little Things, 가녀린 것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십시오.

  이 시가 갖는 놀라운 통찰력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 가려린 것들이 사실은 기도의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즉 하느님이 우리의 기도대상이듯이, - 우리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고, 사랑을 베푸시고, 구원을 허락해 주시는 … 그 놀라운 존재인 하느님, 그 하느님의 또 다른 형상이 ‘가녀린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임스 스테판이라는 시인은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

As we forgive those done to us,

The lamb, the linnet, and the hare,

Forgive us all our trespasses,

Little creatures everywhere.

 

어린 양들아, 참새야, 그리고 토끼야.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들을 용서했듯이

우리네 모든 잘못을 용서해다오.

세상 모든 곳의 힘없는 피조물들아.

--------------------

 

  여기서 중요한 시구절은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들을 용서했듯이 / As we forgive those done to us”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이 구절은 주기도문에 있는 구절이지요. 예수가 하느님께 기도하신 바 그대로, 우리는 저 가녀린 것들에게 기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저 가녀린 것들이 사실은 우리들의 영혼과 생명을 파멸시킬 수도 있고, 회생시킬 수도 있는 신비로운 권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관문을 넘어서서 이제 마지막으로 심판 대 앞에 섰을 때, 천국이냐 지옥이냐를 가르는 절대적 기준은 ‘가녀린 자들’에게 있습니다. 저 가녀린 자들에게 당신은 어떻게 했느냐, 가녀린 자들이 당신을 용서하면 하느님께서도 용서하시는 것입니다. 가녀린 자들이 당신에게 원한을 품고 있다면, 당신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죽음의 관문을 넘어선 세계에서 ‘가녀린 자들’은 신비롭고 아름답고 강력한 신적 존재로서 우리 앞에서 놀라웁게 부활하는 것입니다.

 

  <부활 이야기>

  부활절이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제가 보았을 때, 그것은 역리(逆理), 역전(逆轉), 뒤바뀜입니다. 가녀리고 약한 것이 튼튼하고 강건한 것으로 부활하는 것입니다. 바보스럽고 멍청한 것이 똑똑하고 명석한 것으로 부활하는 것입니다. 슬프고 불행한 것이 기쁘고 행복한 것으로 부활하는 것입니다. 그 놀라운 전환, 그게 부활의 메시지입니다.

 

  <설교를 마치면서>

  이제 설교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설교말씀의 제목을 ‘가녀린 것들의 강력한 부활’이라고 잡아보았습니다. 오늘 이 설교말씀의 제목을 깊이 묵상하시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기도하겠습니다.

 

 

* 축도

 

하늘의 님이여. 땅의 예수여. 바람의 성령이여!

이제는 우리 생명의 근원 되시는 하느님의 신비로운 사랑과

이 땅에서 진리의 세계로 진입한 예수님의 놀라운 은혜와

지금도 살아계셔서 우리를 아름다운 곳으로 인도해 주시는 성령님의 은총이

우리 수도교회 교우들 머리 위에 영원토록 충만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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