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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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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갑진 교수(서울신학대) 

구약시대에는 성전에 들어가기 전에 물두멍이라는 곳에서 반드시 발을 씻고 들어가야 했다. 신약에도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기셨다는 기록이 있다. 팔레스타인 지역은 기후가 건조해 먼지가 많아서 손님이 오면 대야에 물을 준비해 발을 씻겨주는 것이 예의였다고 한다. 그러나 발을 씻겨주는 일은 종의 일이었다. 그런데 신약에서는 초문화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주님이자 선생이신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것이다.

가톨릭에서는 교황이 사제들의 발을 씻겨주고 사제는 성도들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해마다 행한다. 개신교에서도 관례화된 건 아니지만 고난주간 때 세족식을 행하는 교회가 점점 늘고 있다. 나아가 대학에서 신입생 환영식 때 선배가 후배들에게 행하고 총장이 교수와 직원들에게 행하기도 한다. 또 직장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들에게 세족식을 행하는 등 세족문화는 점점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가고 있다.

“내가 주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기는 것이 옳으니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에 근거한 세족식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의 발을 씻겨주고 그것도 신체 중 가장 더러운 부분을 씻겨준다는 것은 바로 끝없는 사랑의 표현이다. 예수님은 심지어 가룟 유다가 자신을 팔아넘기려는 것을 알고 계셨으면서도 그의 발을 씻겨주셨다.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발을 씻겨주라는 의미에서 이런 예식을 행한 것일까. 왜 베드로가 손과 머리도 씻겨달라고 요청했을 때 이미 목욕한 자는 발밖에 씻을 필요가 없다고 하셨을까. 또 가룟 유다를 지목하면서 제자들 전부가 깨끗한 건 아니라고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이미 구원받은 제자들은 용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는 것이다. 먼지와 땀으로 더럽혀진 발을 씻겨주듯 일상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허물과 죄를 용서로 씻겨주라는 가르침인 것이다. 이를 간과하고 단순한 섬김의 의미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되새겨 오늘도 지체들의 발을 씻어주는 그리스도인이 돼야 주님의 명령은 살아 역사하는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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