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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세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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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규 (내리교회 목사) 

모세는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는 가나안에 들어가기를 강렬히 소원했고 자격 또한 으뜸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죄와 이스라엘의 죄로 인해 실패했다. 통분할 일이었지만 당사자는 의외로 담담했다. 자신의 운명을 평온히 끌어안았다. 느보 산의 꼭대기에 올라간 모세에게 하나님은 가나안 사방을 두루 보여주셨다. 그 땅이 이스라엘이 차지할 약속의 땅임을 들려주셨다. 모세는 보고 듣는 것으로 족했다. 비록 그 땅에 직접 들어가 축복을 향유하지는 못하지만, 가나안을 보고 주님의 약속을 들은 것만으로도 소유한 것과 진배없었던 것이다. 

주님의 뜻은 모세가 모압 평지에서 죽는 것이었다. 참으로 억울한 일이었다. 결승점을 바로 코앞에 두고 완주하지 못하다니 이보다 더 분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그러나 모세는 끽소리 하지 않고 순종했다. 말씀을 따라 홀로 죽었다. 죽을 무렵까지 그의 눈은 초롱초롱했고 기력도 정정했다. 아직 죽을 때가 아니었다. 그가 가나안에 못 들어간 채 죽은 것은 건강 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모세는 어떻게 죽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하나님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죽었고 하나님이 손수 묻어주셨다. 그래서 혹자는 하나님이 모세를 안락사시키셨다고까지 말한다. 더 놀라운 것은 모세의 무덤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칭기즈칸이 죽었을 때 운구하는 병사들이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 버려서 아무도 무덤의 소재를 알 수 없었다. 칭기즈칸은 영웅군주로서 불멸의 신화를 남기기 위해서 그랬다. 그러나 모세는 정반대였다. 모세가 신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하나님은 모세의 무덤까지도 감추셨다. 

모세는 유골도 무덤도 그 흔한 묘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다만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율법 하나를 남겼을 뿐이다. 모세는 말 그대로 '하나님의 종'이었다.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기 위해 하나님의 명을 좇아 쓸쓸히 그러나 평안히 사라져갔던 것이다. 

한국 교회 타락의 이면에는 모세와 같은 최후를 맞는 이들이 매우 드물다는 현실이 있다. 하늘의 것을 빙자해서 땅의 영광을 너무 탐한다. 빈번한 인구조사를 통해서 하나님보다 사람숫자에 더 의지한다. 은퇴한 후에도 미련이 남아 종종 추태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대단해도 모세보다 더 출중한 이가 있을까? 모세는 모든 우상화의 끈을 놓아버렸다. 자신의 소임이 어디까지인지 그 한계를 알고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기꺼이 주님의 뜻을 따랐다. 자신은 오직 하나님의 종에 지나지 않았기에 하나님보다 자신이 더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조금만 유능해도 기어코 유명해지려고 애를 쓰는 우리와는 격이 다르다. 모세,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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