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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토요편지] 네가 내 손을 잡아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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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편지] 네가 내 손을 잡아준다면  

- 이철환 (동화작가)  


오래 전, 음악회에서 보았던 일입니다. 한 가수가 관객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가 부를 노래는 흘러간 팝송 '대니 보이'였습니다. 그 노래는 워낙 고음이라서 가창력이 있는 가수라도 쉽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노래를 부를 가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창력을 인정받는 가수였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의 전주가 흐르고 전반부의 노래가 잔잔하게 이어졌습니다. 수많은 관객의 숨소리까지 잠재우며 노래는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푸르렀던 시절을 회상하며 노래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노래를 부르던 가수가 '대니 보이'의 가장 높은 음 부분에서 마이크를 내려놓는 것이었습니다. 계속되는 노래 반주에도 그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반주도 멈췄습니다. 실내는 쥐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소곤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왜 저러지, 무슨 일이야?" "저럴 사람이 아닌데. 누구보다 가창력이 있는 가수잖아…."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는 가수에게 위로의 눈빛을 보내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가수는 무대 한쪽 계단 아래로 느릿느릿 내려갔습니다.

가수는 마이크를 들고 관객석의 맨 앞줄 중간 부분으로 걸어갔습니다. 가수는 허리를 굽혀 몸을 낮추고는 맨 앞줄에 앉아 있는 한 소년의 손을 잡았습니다. 소년은 휠체어에 앉아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에 소년은 잠시 어리둥절해했습니다. "꼬마야, 아저씨가 계속 노래를 불러야 하거든. 그런데 이 노래에서 가장 음이 높은 부분이 남아 있어. 네가 아저씨 손을 꼭 잡아준다면 이 노래를 끝까지 멋지게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저씨 손을 꼭 잡아줄 수 있지?" 소년은 고개를 가만가만 끄덕였습니다.

자두꽃처럼 하얀 얼굴을 빛내며 소년은 수줍게 웃고 있었습니다. "자… 아저씨 손을 꼭 잡아주렴. 아주 힘껏!" 소년은 그 순간 아주 진지한 눈빛으로 작은 손을 움켜쥐었습니다. 다시 반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수는 반주에 맞춰 혼신의 힘을 쏟아 '대니 보이'의 절정 부분을 노래했습니다. 관객들은 그들을 향해 끝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습니다. 가수도, 소년도 민들레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손을 잡아주시는 주님을 우리가 느낄 수 있다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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