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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팬케이크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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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케이크 목회  
 
- 이태형 (국민일보기독교연구소장)
  

최근 몇 목회자들과 이야기하면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란 말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요즘 사회뿐 아니라 목회 현장이 가벼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경박단소'(輕薄短小). 이 시대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잘 팔리는 상품이 지니는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특성이라는 경박단소의 현상이 목회 현장에도 판치고 있다는 소리다. 산업으로 말할 때 경박단소형은 정밀기계나 전기, 전자 등이다. 이에 대칭되는 개념이 '중후장대'(重厚長大)다. 기초소재 산업이나 조선업 등이다. 건강한 산업 구조를 위해서는 경박단소와 중후장대형이 적절한 비율로 어우러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국내 목회 현장에서 중후장대형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강단에서도 가볍고 얇은 메시지가 청중의 호응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설교는 사라지고 만담만 난무하고 있다"고 독설을 퍼붓는 목회자도 있다. 물론 시대가 변하고 있는데 경박단소형을 비판만 하는 것은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는 우둔함의 소치일 수도 있다. '만담과 같은 설교'가 비신자들에게 복음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 자체로도 얼마든지 의미로울 수 있다. 경박단소형 목회를 꾸짖는 목회자들도 그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요즘 목회자들이 너무나 가볍습니다. 그 가벼움이 때론 복음을 전하는데 이로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같은 목회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주님의 목회는 절대 가볍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분에게는 늘 사람들이 몰렸어요."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의 말이다.

인터넷은 경박단소를 부추기는 대표적인 문명의 이기다. 미시간대 의대 교수인 브루스 프리드먼은 활발한 블로거 활동을 펼치는 유명 지식인이다. 그는 최근 지인들에게 "인터넷에서 수많은 단문 자료들을 훑다 보니 생각하는 것이 '스타카토'형이 됐다"고 개탄했다. 스타카토(staccato)는 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기법이다. 프리드먼 교수는 "블로그에서도 3∼4단락이 넘는 글은 읽기가 부담스러워 건너뛰게 된다"고 말했다.

요즘 목회자들도 인터넷에 길들여져 있다. 검색창을 누르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사실들을 발견해서 '내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 설교문을 만들기 위해 고뇌하기보다 먼저 인터넷에 들어가는 목회자도 있다. 사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정보는 선한 것인지, 아니면 악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는 "인터넷은 신이다. 하지만 아주 멍청한 신이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경박단소형 세계에서 인터넷은 신이 되고 있다.

미국의 기술문명 평론가인 니컬러스 카는 인터넷의 맹점을 비판하면서 '팬케이크(pancake) 인간'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인터넷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인간들은 응축된 사유는 사라진 얇고 납작한 인간, 즉 팬케이크형 인간으로 전락할 것이란 경고였다.

지금 한국 교회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천들은 경박단소형 혹은 팬케이크형 목회자와 성도인지 모른다. 그래서 한국 교회에 '참을 수 없는 가벼움'들이 넘치고 있는지 모른다. '메시지'라는 본질이 튼튼할 때 '메소드(method·방법)'는 빛을 발할 수 있다. 주님의 메시지는 경박단소형이 아니다. 중후장대하다. 잘 조화된 지식과 체험이야말로 진정 인간을 이롭게 한다. 중후장대한 한국 교회를 기대해본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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