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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탁수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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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수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만남

- 2008년 가정위탁의날 수기공모전 장려상 수상작 -  


가정위탁 수기공모전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만남’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게 된 대전 낭월동에 사는 14살 이○○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처음 가정위탁지원센터 선생님을 만난 건 2003년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원래 6명이 살았는데 엄마와 아빠가 ‘이혼’이라는 것을 하는 바람에 68세 할머니와 14살 저와 10살 남동생, 9살 여동생 이렇게 4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저희가 할머니와 산건 제가 1-2살 정도 때부터였으니까 지금까지 12-13년 동안 할머니께서 저희를 키워주셨던 겁니다.

그간 건강하시던 저희 할머니께서는 종종 머리가 아프시다고 하시더니 결국 뇌수술을 해야만 하셨고, 자꾸 심장이 쑤시고 아프시다고 그러시더니 심장수술을 빨리 해야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진단이 나왔었습니다.

심장수술을 하면 100만원 이상인데, 돈이 없어서 수술을 어떻게 해야 하나 참 막막하고 속상해서 울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병원 의사 선생님의 연계로 심장재단에서 후원을 해주셔서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요즈음에는 관절이 아프시다며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으러 병원을 다니시고 계십니다. 이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항상 “하나님! 저희 할머니 없으면 못 살아요. 저와 동생들이 결혼해서 애들을 낳고 행복해 사는 모습을 볼 때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제 소원은 할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입니다. 어려운 소원이지만 제발 들어주세요.” 라고 기도를 합니다.

건강이 안 좋아지신 이후로 할머니께서는 “빨리 죽어야지”라며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데 이 말을 들을 때면 제 마음 속에서는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울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할머니 말씀도 안 듣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놀고, 까불고 접시도 깨트리고, 사고도 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할머니의 얼굴에 주름이 하나. 또 하나 생겼던 걸 모르고 하얀 교복의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교복 입고 학교 가는 내 뒷모습을 보시고 눈물을 닦으시던 할머니의 모습에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해 봤습니다. ‘할머니 얼굴에 생긴 주름 중 몇 개는 아마도 나 때문일 거야!’ 참 속상하고 가슴 아픕니다. 

그래서 정신 차려서 할머니 말 잘 듣는 착한 손녀가 되기로 했습니다.

중학생이 된지 얼마 안됐을 때 몸이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힘도 없고 아프기만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학교도 자주 빠지게 됐고, 할머니께 또 다시 걱정을 끼치게 됐습니다.

아침 알람이 울리면 속으로 ‘학교는 내 꿈의 중심이다’를 외치며 일어나길 반복하면서 2학기를 준비하는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냈습니다.

1학기 때 아파서 못한 공부를 보충하면서 2학기를 준비하고, 나름대로 영어 단어도 외우고 도서관 가서 책도 읽고 친구들도 만나고 했습니다.

제 꿈은 아동복지사입니다. 지금의 성적으로는 어림도 없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2학기에는 달라지길 다짐하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 위탁아동 자조모임 때 진로 탐색을 했었는데 이 때 사회복지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무얼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꿈은 깨지고 노력하면 꿈은 이뤄진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동안 할머니께서 나와 동생들을 위해 노력 아닌 고생을 하시면서 이 만큼 키워주신 것처럼 나도 할머니가 하신 것처럼 아픔과 고통을 딛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그리고 전 할머니를 닮아서 그런지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답니다. 그렇지만 할머니와 같은 훌륭한 아동복지사가 되어서 할머니가 내게 해 주신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습니다. 

물론 말썽꾸러기요, 개구쟁이인 동현이나, 말도 안 듣고, 말대꾸만 하는 유민이 같은 아이들을 만나도 잘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하루라도 그칠 줄 모르는 동현이와 유민이의 다툼, 이어지는 유민이의 울음. 그러나 언제 그랬냐고 오빠 뒤를 쫓아다니는 유민이, 공포 영화를 본 뒤 무섭다고 울고 있는 유민이를 앞세워 집을 나서는 동현이. 그렇지만 할머니가 다리 아프다면 언제 그랬냐며 씩씩하게 주물러 주는 예쁘고 착한 효도쟁이 동생들입니다.

할머니가 계셨기에 동생들과 싸우지만 웃음꽃을 피울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 큰 함박웃음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위탁아동(대리양육), 대전 동구 낙월동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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