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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토요편지] 광섭이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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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섭이의 편지 

- 이철환 동화작가
 

내가 가르친 효진이가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아래 있는 편지는 광섭이란 아이가 담임선생 효진이에게 쓴 편지다. 광섭이는 그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사랑하는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 시간, 선생님께서는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요? 저녁 진지는 드셨겠죠? 요즘 저 때문에 엄마께서도, 할머니께서도, 선생님께서도 많이 신경을 쓰시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작년 4학년 때,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에 엄마께서 저를 학원이라도 보내고 싶으신 마음에 냉면집 광고 전단을 집집마다 붙이고 다니신 적이 있었어요. 

같은 반이었던 아름이라는 친구와 학교 끝나고 교문을 나서는데, 엄마께서 붙이고 다니시는 전단이 땅에 떨어져 굴러다니고 있었어요. 왠지 속상했어요. 다시 주워서 가져오려고 하는데 멀찍이서 대문에 지저분하게 왜 이런 것을 붙이냐며, 소리소리 지르시는 어떤 아주머니 앞에 고개를 들지도 못하시고 "죄송합니다"를 입이 마르도록 반복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같이 있던 아름이라는 친구가 "너네 엄마 아냐"라고 묻는 말에 나는 "맞아"라고 대답하고는 엄마께 달려갔어요. "엄마! 학교 다녀왔습니다"라고 그 아주머니가 놀랄 정도로 큰소리로 말했어요. 엄마께서 깜짝 놀라시며 "왜 이렇게 일찍 끝났어?" 하시며 멋쩍은 듯이 어쩔 줄 몰라 하셨어요. 그때 눈물이 막 쏟아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어요.

집에 오는 동안 저는 엄마께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재미나게 말씀드렸어요. 엄마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답니다. 그날 저는 엄마의 빨갛게 익은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 날에 있었던 일을 소리 죽여 울면서 일기에 썼어요. 신명숙 선생님께서 그 일기를 읽어 보시고 우셨다고 하시며 수학 공부를 따로 가르쳐 주셨어요. 제가 엄마를 뵐 때 정말로 가슴이 아픈 건, 힘드실 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줄 엄마의 옆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이에요. 엄마께서 홀로라는 것이 마음 아파요. 

아참, 선생님!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조금 서운하기도 한 일이 있어요. '전국 초등학생 국토사랑 글짓기 대회'에 원고를 냈었는데요, 오늘 발표 날이라 확인해봤더니 동상이었어요.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우수상' 이렇게 있는데, 꼴찌는 면했어요. 전국에서 1800편 정도가 응모했데요. '어린이동아' '국토연구원' 홈페이지에 제 이름이 나와 있어요. 조금 더 잘 쓸 걸 그랬어요. 조금 섭섭하기도 하고요. 선생님! 그래도 잘했다고 칭찬해 주세요. 선생님, 너무너무 사랑해요. 안녕히 주무세요. 선생님…. 이광섭 올림"

광섭이의 편지를 읽으며 나는 눈물을 흘렸다. 엄마를 생각하는 어린 광섭이의 사랑이 아름다웠다.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건 작은 들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사랑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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