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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목회자를 꿈꾸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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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를 꿈꾸는 당신에게  
      
- 김흥규 목사 (내리교회)


당신이 신대원에 진학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쁘면서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당신처럼 명문대 출신의 명민한 청년이 목회자가 된다고 하니 당연히 기뻤지요. 또 하나의 좋은 목사가 멋진 목회를 할 것을 예견할 때 어찌 아니 기쁘겠습니까. 하지만 기쁨도 잠시뿐 염려가 더 많이 되니 어찌된 노릇인지요. 아마도 목회가 점점 더 어려운 난세라는 시대적 분위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개신교는 사회적으로 큰 신뢰와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를 맹목적으로 증오하는 이들의 삐뚤어진 심성도 문제이지만 그런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우리의 잘못이 더 큽니다. 판사 앞에 불려나가 면박을 당할 정도로 우리의 권위는 실추되고 있지요. 이런 때에 목회를 꿈꾼다니 당신은 이런 시대의 조짐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그런 것인지요.

혹여 이런저런 스타 목사들이나 대형교회 목사들을 동경하는 마음으로 신학교를 지망했다면 재고해보세요. 그런 이들일수록 세속주의와 야합하고 맘몬주의에 편승해서 복음의 순수성을 오염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참 예수 정신으로 사는 이가 때로 더 인기 없고 더 가혹한 핍박을 받고 더 처절한 실패를 겪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이런 맥락에서 하나님께 욥을 고발했던 사탄의 물음은 예리합니다. "아무 바라는 것도 없이 하나님을 경외할 수 있겠습니까?"(욥 1:9) 아무 보상도 바라지 않고 아무 징벌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고 허허로운 상태에서 주님을 섬길 수 있는지요? 입신양명 때문이 아닌 주님 한 분만 바라보고 목회할 수 있는지요?

그러므로 주님이 정말 당신을 목회자로 부르셨는지 몇 번이고 의심해봐야 합니다. 우리를 속이는 영들이 너무도 많거니와 자기기만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외부의 충고나 평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뼛속 깊은 고독 속 당신의 심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 하나님 앞에 선 단독자로서 당신의 소명이 진실한가 반문하고 또 반문하십시오. 이 길을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필연성의 응답이 주님으로부터 오는지 면밀히 검토해보세요.

끝으로 이 말은 해야 할 것 같군요. 제가 당신보다 인격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무수한 약점으로 뒤범벅된 질그릇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이 말을 꼭 하고 싶은 것은 저 역시 당신에게 던진 질문들을 앞에 두고 여태껏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처럼 아마도 회의는 "당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모든 일꾼 중에서 가장 현명한 일꾼이 될 것임"을 믿습니다. 이렇게 믿지 않고서야 내 어찌 이런 말을 당신에게 할 수 있겠습니까.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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